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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Sep 08. 2023

[Book] 내 책장을 소개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책장을 정리한다. 분류에 따라 위치를 조정하기도 하고, 다시 안 볼 책이 있으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 책장을 정리하다 보니, 나의 관심사를 잘 보여주는 것이 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소개하는 기분으로 내 책장을 한 번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왼쪽의 두 권은 게임 기획에 대한 책이다. 프로그래머를 그만두고 프로듀서가 되고자 할 때 공부했던 책이다. 지금은 더 좋은 책이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게임 기획에 대해 알고자 할 때 볼만한 책들이다. 특히 'The Art of Game Design'은 게임 기획자들도 한 번 봐둘 만한 책이다.

가운데와 우측에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관련 책들이 있다. 블록체인은 개인적인 관심으로 봤던 것이고, 인공지능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위해 봤던 책들이다. 처음 공부할 때만 책을 보고, 지금은 논문을 더 많이 보고 있다.


역사와 철학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주제다. 그래서 책을 상당히 많이 봤는데, 대부분은 한 번 보고 버렸나 보다. 그래도 '토인비와의 대화'는 아직 남아 있다. 고등학생 때 본 것이니 30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때 본 책이어서 계속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 때 혁명사를 좋아해서 영국 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 혁명에 대해 열심히 읽었다. 그중 특히 프랑스혁명을 좋아한다. 내가 지금 파리와 프랑스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프랑스 역사를 좋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른편에 '알랭 드 보통'의 책이 두 권 있다. 보통은 익숙한 소재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데 재주가 있다. 그것이 내 성향과도 잘 맞아서, 보통의 글을 좋아한다.

경제학은 비교적 나중에 관심을 갖게 된 분야인데, 상당한 재미를 느꼈다. 깊이 들어가면 어렵지만, 맥락을 이해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사람'을 가장 현실적으로 탐구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이 내 흥미를 강하게 끌어당긴 것 같다.

중간에 있는 'Marketing is... War'는 마케팅의 여러 사례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재미도 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는 책이다. 마케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중고 서적을 한 번 구해 보면 어떨까 한다.


경영 서적은 팀장 역할을 잘하려고 읽었던 책들이다. 4명으로 구성된 작은 팀을 이끌 때부터 이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좋은 리더십을 갖추고 싶어서 읽은 것도 있지만, 중간 관리자라면 경영자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러저러한 것을 다 떠나서, 이런 종류의 책들이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다. 아마 내가 나이가 들어 조직 생활을 은퇴하더라도 이런 책들은 계속 읽고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은 역시 '잭 웰치'의 책이었다. '역량 있는 사람을 올바른 직무에 배치'하면 일은 알아서 잘 굴러간다는 것에 많이 공감했던 것 같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책은 프로그래머 시절부터 많이 읽었다. 그때부터 일을 '어떻게'해야 좋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프로젝트 관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참고하는 책은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이다. 프로젝트 관리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고, 각 단계마다 던져 보는 질문들도 상당히 유용했다.

브런치에 프로젝트에 대한 글을 올리려고 마음먹었을 때도, 제일 먼저 이 책을 참고하여 전체적인 구성을 계획했다.



문학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분야다. 특히, 현대 소설보다는 고전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며, 좋아하는 작가로는 '헤르만 헤세'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들 수 있다.

나도 글을 쓰고 있지만, 문학은 내가 접근하기 너무 어려운 분야다. 주제를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담아서 독자가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것이 문학인데, 그것이 내게는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언젠가는 저런 글을 꼭 한 번 쓰고 싶다는 열망을 늘 가지고 있다.



시집을 요새는 잘 안 읽는데, 어렸을 때는 상당히 많이 읽었다. 주로 영시를 많이 읽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서 정윤'이었다. 특히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라는 시구를 좋아했다. 그것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말하는 주제와 더불어 내 삶을 관통하는 커다란 가치관이 되어 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은 선물 받은 책으로, '반지의 제왕'의 원서다. 사실, '반지 전쟁'으로 번역되었을 때 이미 두 번이나 읽은 작품이다. 선물 받은 김에 원서로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도전을 못하고 있다.

가장 왼쪽에 드러커의 책이 있다. 피터 드러커의 책은 저 책과 다른 책 두 권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다. 그만큼 그의 통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심리학은 재미도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되는 분야다. 우리가 겪는 많은 일들이 대체로 사람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면, 타인을 이해하는 데도 좋고 타인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자 할 때도 좋다.

가운데에 있는 '인간관계론'과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은 커뮤니케이션 관련해서 내가 늘 추천하는 두 권의 책이다. 둘 다 상대방을 중심에 놓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다. 만약, 말을 통해 다른 사람을 움직이고자 한다면 이 책들이 많이 도움 될 것이다.

프로그래밍 관련 기술 서적은 안 본지가 오래됐다. 오른쪽의 자바 스크립트 관련 서적만 최근에 필요해서 봤을 뿐, 대체로 최근 수년 동안 꺼내보지 않은 책들이다. C++ 책은 본 지 10년이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내 출신을 알려주는 증명서처럼 느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마치 기술 서적인 것처럼 여기에 자리 잡고 있다. 다른 데 옮길까 생각했지만 덩치가 커서 쉽지 않았다. 저 책을 통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들고 읽었다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이 많은데 다 버렸나 보다. 아마 지금 있는 책들 중에서도 몇 권은 조만간 버려질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도 살아남는 책은 한 번씩 다시 꺼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많은' 책을 읽는 것에 집중했는데, 요즘은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서점과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고,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일 때도 한 편에 책 한 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늘 함께했던 책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다. 어쩌면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역시 복 받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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