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면서 꿈을 꾼다. 다만, 잠을 깊게 자는 사람은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얕게 자는 사람은 꿈을 잘 기억할 뿐이다. 나는 잠을 깊게 못 자는 편이라서 꿈을 많이 꾼다. 그러다 보니, 자주 꾸는 꿈도 있고, 기억에 남는 꿈도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특별한 경험을 하는 꿈들도 있다.
반복해서 꾸는 꿈 중에 초능력을 쓰는 꿈이 있다. 내가 꿈에서 쓰는 초능력은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공중으로 떠오르는 능력이다. 점프를 하고 나서 다리를 앞뒤로 휘젓거나 위로 올라가려는 몸짓을 하면 몸이 점점 높이 떠오른다. 두 번째는 순간 이동 능력으로, 어떤 장소를 생각하고 눈을 감으면 그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염력으로, 멀리 있는 물건을 시선으로 옮기는 능력이다.
세 능력을 겹쳐서 쓰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꿈에서는 늘 세 능력 중 한 가지 능력만 쓴다. 그리고, 신나게 능력을 사용하다 보면 갑자기 능력이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온다. 그러면 곧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세 가지 능력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것은 염력이다. 하늘로 떠오르는 건 막상 떠올라서 할 게 별로 없다. 순간이동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염력은 그런대로 재밌게 놀만한 여지가 있다. 물론, 대단한 걸 하지는 않는다. 멀리 있는 음료수를 당겨와서 마시는 정도의 일만 하는데, 그것이 꽤 재밌다.
악몽에도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크게 세 가지 패턴이 있었는데,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 귀신이 나타나는 꿈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은 어렸을 때 많이 꾸었다. 키가 클 때 떨어지는 꿈을 꾼다는 속설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어른이 되고 나서는 떨어지는 꿈을 꾼 적이 없는 것 같다. 떨어지는 꿈에서의 특징은, 거의 대부분 나 스스로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누가 민 것도 아니고, 발 밑이 꺼진 것도 아니다. 높은 곳에 서 있던 내가 어떤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뛰어내린다. 그러면 한참을 아래로 떨어지는데, 두려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다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크게 무섭지는 않았다. 그리고 정말 사뿐히 바닥에 착지하면서 끝난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경찰에게 쫓길 때도 있고, 그냥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어서 피할 때도 있다. 신기한 건, 굉장히 열심히 도망쳤는데도 마지막에 꼭 붙잡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도망치지 않고 숨는 방법을 써봤는데, 그것도 별 소용이 없었다. 어차피 다 내 머리가 만들어 내는 영상이니까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성공하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귀신이 나오는 꿈은 징조가 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어둠이 사방에 깔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심지어 꿈 속이라는 것까지 깨달아서 어떻게 해서든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억지로 일어날 만큼 이 꿈을 제일 싫어했는데, 근래에 들어서는 전혀 꾸고 있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도망치지 않고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귀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나오면 얼굴을 마주 보기도 했다. 어차피 나를 해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그냥 마주 쳐다보기로 했는데, 몇 번 그러고 나서는 이 꿈을 꾸지 않는다. 아마 내 잠재의식이 이제 이 꿈은 소용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에 관심이 많을 때는 여러 가지 멋진 장면들을 꿈속에서 만나기도 했다. 수십 개의 유성이 바로 옆으로 떨어지고 있는 광경도 기억나고, 하늘에서 물방울들이 눈처럼 천천히 내리는 광경도 기억난다. 얼마 전 그림 그리는 AI를 이용해 해당 장면을 재현해 보려고 했지만, 자세히 묘사해 주어도 AI는 비슷하게도 그리지 못했다. 나중에 그림을 배우게 되면 한 번 직접 그려볼지도 모르겠다.
두 번 정도는 꿈속에서 멋진 시를 쓴 적이 있고, 또 두 번 정도는 괜찮은 음악을 작곡한 적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것들은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가끔 수영이나 운전을 하는 꿈을 꾸는 것까지 생각해 보면,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꿈을 안 꾸는 것이 건강에는 좋은 일이겠지만, 나는 꿈을 꾸는 것이 좋다. 꿈속에서 하는 경험들이 재밌기도 하고, 꿈을 통해 내 상상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기분도 들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꿈이 꾸어지지는 않지만, 그래서 재밌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