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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Dec 15. 2023

5년 후의 나

어렸을 때는 5년, 10년 후의 내 모습을 많이 상상했던 것 같다. 주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나서는 좀 더 단기적인 목표에 많이 몰입하는 것 같다. 대체로 1년이나 2년 정도의 목표를 잡는다. 물론, 지금도 5년 후의 나를 생각하기는 한다. 다만, 목표라기보다는 5년 후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것이 더 크다.


일단, 5년 후의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분명히 일을 하고 있기는 할 테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닐 것 같다. 인공지능 개발을 이미 4년 이상 했기 때문에, 5년 후에는 분명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게임 분야에 20년간 몸 담아 왔기 때문에 계속 게임 분야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지만, 혹시 분야 자체를 바꿨을 수도 있다. 예전부터 다른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있었으니까. 아니면, 한 동안 하지 않았던 게임 제작 일을 다시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기회는 뜬금없는 곳에서 다가오기도 하기 때문에, 지금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엉뚱한 일을 할지도 모른다.


5년 동안 버킷 리스트에 있는 것 중 이룬 것이 있을 지도 궁금하다. 버킷 리스트 항목 중 하나는 조만간 달성할 것 같은데, 그것 외에 또 하나를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한다. 무언가를 이루는 데 5년은 충분한 시간이기는 하지만, 50대 초반까지는 여전히 바쁠 것이라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이 참에 실현할 만한 것을 버킷 리스트에 하나 추가해 볼까? '30일 동안 전국 일주' 같은 것은 기회가 생기면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다소 편법 같은 느낌이 들지만.


내 버킷 리스트도 있지만 아내의 버킷 리스트도 있다. 5년 후에는 아내의 버킷 리스트를 이루게 해 주었을까? 아내가 소망하는 것들은 5년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아내라서, 가족을 위해 본인의 소망을 지연시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5년 후에 우리 가족이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다. 5년 후면 큰 아이는 취준생, 작은 아이는 수험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 보면, 5년 후가 우리 가족에게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큰 아이는 독립해서 따로 살고 있을 것 같고, 작은 아이도 입시가 끝나면 독립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녀와 함께 사는 마지막 5년이 될 수도 있겠다. 큰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 지도 궁금하고, 작은 아이가 어떤 학과를 목표로 할 지도 궁금하다. 지금도 다들 생각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5년 후에는 또 다를 수 있으니까.


5년 후의 내 건강은 어떨까? 살면서 크게 아픈 적이 없고, 작은 수술만 한 번 받았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종합의견'에 적혀 있는 글이 길어지고 있다. 이미 건강 관리를 해야 하는 나이에 들어서 있는데, 과연 5년 후에도 건강을 잘 지켜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건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운동'인데, 과연 5년 후에는 운동을 하고 있을까? 하고 있다면 어떤 운동일까? 검진 결과를 보면 상체 근력을 더 키워야 하는데, 50년 동안 안 하던 상체 운동을 5년 후에 하고 있을는지.


취미 생활은 늘렸을지 모르겠다. 악기를 하나쯤 다루고 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은데,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특히, 지금은 그림에 대한 생각이 많다. AI가 멋진 그림을 얼마든지 그려주는 시대이지만, 그래도 사람 손으로 그린 그림이 계속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많이 찍는데, 사진 대신 그림으로 풍경을 담고 싶은 생각이 많다. 그러면, 사진을 찍을 때보다 풍경을 더 자세히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쓸 때도 내가 그린 그림을 덧붙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5년 후의 내가 글을 계속 쓰고 있을지 궁금하다. 브런치와 링크드인에서 3년 동안 글을 쓰고 있는데, 5년 후에도 계속 쓰고 있을까? 쓰고 있다면 그때는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브런치에 지금까지 올린 글이 500개가 넘으니, 5년 후면 1,000개를 훨씬 넘겼을 것이다. 그 정도면 브런치에서 '양'으로 손꼽히는 작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5년 후에도 글을 쓰고 있다면, 분명 지금과 다른 무언가도 하고 있을 것 같다. 강의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 '연재'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혹시, 해외에도 글을 올리고 있을까?


5년 전의 나를 떠올리면 지금과 많이 다르다. 게임을 만들고 있었고, 작가 생활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가족들의 모습도 지금과 많이 달랐고, 건강에 대한 염려도 거의 없었던 것 같다. 5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상상하기 어려웠던 만큼, 5년 후의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를 지도 모른다. 과연 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내가 지금의 나를 '5년 전의 나'라고 회상하고 있을까? 그것이 문득,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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