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Dec 08. 2023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건축물, 에펠탑

프랑스 파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에펠탑이 아닐까 한다. 파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에펠탑은 많이 안다. 사실, 파리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많이 따라다니는 이미지도 에펠탑일 것이다. 어느 도시든, 그 도시를 방문하면 꼭 보고 오는 것들이 있는데, 파리에서는 그것이 에펠탑이다. 다른 것을 다 봐도 에펠탑을 보고 오지 않으면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 것 같다.


<파리의 상징이자 해외여행의 상징>


에펠탑은 1889년에 건축되었다.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파리에서 만국 박람회가 열렸는데, 그 박람회의 상징으로 에펠탑이 선택되었다. '왜 하필 철탑인가?'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는데, 당시는 철강 산업이 부흥하던 시기였기도 하고, 엘리베이터가 발명된 덕분에 높은 건축물들이 등장하던 시기였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박람회의 상징이 된 듯하다. 지금은 그냥 철탑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였던 것이다.


에펠탑의 높이는 324m로 81층 건물의 높이에 달한다. 처음에는 300m로 건설되었는데, 나중에 방송용 안테나가 추가되면서 지금의 높이가 되었다. 1930년에 크라이슬러 빌딩이 들어서기 전까지, 41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라는 칭호를 유지했다고 한다.


<멀리서도 잘 보인다.>


에펠탑은 처음 건설할 때부터, 나중에 해체할 계획을 가지고 건설되었다고 한다. 20년 동안 세워 두기로 계약이 되었고, 20년 뒤인 1909년에 해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처음 건설할 때는 흉물스럽다고 반대하던 파리의 시민들이, 해체할 때가 되자 오히려 해체를 반대했다고 한다. 에펠탑이 생각보다 조형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추억과 감정들이 에펠탑에 투영된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1957년까지는 꾸준히 해체하자는 여론이 있었다가, 텔레비전 송신에 유용하다는 것이 인정된 이후로는 해체 의견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에펠탑을 아주 싫어했던 사람 중에 유명한 작가 '모파상'이 있다. 모파상은 에펠탑이 보기 싫어, 집의 창문을 에펠탑 반대쪽으로 냈다고 한다.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밥을 먹으려고, 에펠탑 1층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꾸며진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에펠탑에서는 파리 시내가 잘 보인다.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 등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에펠탑에 가면 에펠탑 없는 파리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에펠탑에는 관광객이 올라갈 수 있는 층이 3개 있고, 각각 '1층', '2층', '3층'으로 부른다. 파리는 지상이 '0층'이기 때문이다. 1층과 2층까지는 계단으로도 갈 수 있지만, 3층은 엘리베이터로만 접근할 수 있다. 지상에서 3층까지 한 번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2층에서 3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는데, 성수기에는 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만 30분 이상이 걸린다.


개인적으로 총 세 번 3층에 올라가 봤다.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올라갔고, 나중에 아이와 함께 한 번 더 올라갔다. 에펠탑에서 보는 파리의 풍경은 나쁘지 않았다. 개선문이나 앵발리드, 노트르담 성당 같은 것들도 잘 보였다. 하지만, 그 풍경에는 에펠탑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에펠탑에 올라가는 것보다 밑에서 에펠탑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거대한 철탑을 세울 생각을 하다니.>


에펠탑을 디자인한 사람은 '에펠'이다. 에펠이 '자유의 여신상'도 디자인했다고 알려져서 혹시 에펠을 예술가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에펠은 건축가이고 구조 공학자다. 자유의 여신상도 작가는 따로 있고, 에펠은 그 안의 철골 구조물을 설계한 것이다. 에펠탑이나 자유의 여신상 같은 기념물뿐만 아니라 많은 철교를 건설했고, 파나마 운하의 공사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다양한 색채를 볼 수 있다.>


똑같은 탑이지만 맑은 날과 흐린 날에 조금 달리 보인다. 그리고, 노을이 지는 시간에는 또 그 빛깔이 달라진다. 멀리서 보는 풍경과 가까이서 보는 모습이 다르고,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면서 보면 색다른 느낌이 느껴지기도 한다. 밤에는 조명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데, 가끔은 특별한 색을 입혀서 정말 '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조명쇼는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2000년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성경에는 고대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건설했다는 바벨탑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바벨탑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에펠탑 정도의 크기와 높이라면 신화에 기록될만한 크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파리와 바빌로니아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은 높은 탑을 쌓아 올렸다.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높이야말로 힘과 권위를 상징하는 최고의 척도였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비용과 희생을 들이면서까지 그렇게 높이 이르고자 했을 것 같다.


<여러 가지 풍경을 만들어 낸다.>


기억나는 에펠탑의 풍경이 여럿 있다. 처음 파리를 방문했을 때 야경으로 봤던 화려한 에펠탑, 몽파르나스 전망대에서 해가 지는 시간을 기다려 봤던 풍경 속 에펠탑,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면서 봤던 에펠탑, 그리고 아홉 살 딸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구경했던 에펠탑. 그렇게 많은 추억들이 쌓였기 때문에, 파리의 시민들도 에펠탑을 버릴 수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 2013년, 2015년, 2018년에 에펠탑을 봤는데, 조만간 또 보러 가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건축 박물관 프라하에서의 이틀, 둘째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