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순천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 '드라마 촬영장'이다. 이곳은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우리나라 동네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사실, 옛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 여러 도시에 있고, 나도 이미 두세 군데 정도 다녀봤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봤던 어느 곳보다 재현을 잘해 놓았고, 규모도 상당했다. '카지노', '구미호뎐 1938', '밀수' 등 최근에도 계속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크게 보면 평지 쪽과 언덕 쪽으로 나뉘어 있다. 평지 쪽에는 여러 가지 가게들이 많이 있고, 언덕 쪽에는 달동네가 재현되어 있는데, 둘 다 볼만했다. 이렇게 옛 마을을 재현해 놓은 것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만 재밌을 줄 알았는데, 13살인 아이도 재밌어했다.
70년대생인 나에게는 익숙한 풍경이 많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 내가 보던 풍경과 지금 내 주위의 풍경이 이렇게 많이 다르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지금의 생활이 훨씬 편하고 좋기는 하지만, 마치 옛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관람객들을 위해 체험이 가능한 가게도 몇 개 있었다. 고고장과 노래방, 당구장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한 팀 정도만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였지만, 그래도 관람객을 상당히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만나 항아리 모양의 순천만을 이뤘다. 갈대밭과 갯벌의 풍광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뻗어있다. 이곳은 각종 희귀 철새들과 갯벌의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존한다. 순천만자연생태관은 순천만이 지닌 환경과 생명의 의미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지역 대표 철새인 흑두루미 가족도 만나고 순천만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갯벌의 생명체와 철새, 텃새들을 관람하면서 순천만의 가치와 환경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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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을 여행지로 결정한 것은 순천만습지 때문이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늘 가지고 있다가, 마침 갈대가 무성한 때라고 하여 순천으로의 여행을 결정했다. 과연, 순천만습지의 갈대밭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멋있었다.
순천만습지에는 전망대가 있다. 개인적으로 갈대밭이 더 멋있기는 했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전망대도 올라가 볼만하다. 전망대까지는 거리가 꽤 있어서 왕복 5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높이가 그렇게 높지 않고, 중간부터는 언덕 꼭대기에서 수평으로 진행하게 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전망대에서는 순천만습지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데, 듣기로는 일몰 풍경이 멋지다고 한다. 우리는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일몰을 보지는 않았지만, 일몰에 맞춰 오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확실히 드는 모습이었다.
역시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순천만습지 입구 쪽에는 천문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평지에 있는 천문대가 아닌가 싶다. 보통 천문대는 높은 곳에 있어 밤에 다녀오기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순천만습지의 천문대는 평지에 있어서 차가 없는 사람도 접근이 용이할 것 같다. 만약, 다음에 순천을 다시 방문한다면, 노을과 더불어 천문대까지 꼭 경험해 보고 싶다.
순천만 국가정원도 보고 싶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휴장 중이라서 관람할 수 없었다. 박람회가 끝나도 개방해 놓을 줄 알았는데, 아마 일정 기간 정비를 한 후 다시 개장하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 낙안읍성이나 순천왜성도 생각해 봤지만, 짧게 방문한 여행이라서 다음으로 미뤘다.
대신 순천 시내를 산책하고,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시장에서 태어나서 자란 나에게는 익숙한 곳이 시장이고, 반면 어렸을 때부터 편의점과 마트만 이용한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는 곳이 시장이었다. 순천의 시장이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짧게 구경할 만은 했고, 시장에서 먹은 짜장면과 짬뽕도 맛있었다.
순천 시내에는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그래서 여수 같은 다른 지역과 묶어서 많이 여행하는 것 같다. 다만, 음식은 맛있는 것이 많아서 입이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특히, 반찬으로 나오는 것들이 입에 잘 맞아 좋았던 것 같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순천을 방문했다. 첫 방문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집에 거짓말을 하고 일주일 동안 혼자 여행을 떠났는데, 그때 순천을 거쳐 여수까지 방문했다. 당시 돈이 부족해 만두로 끼니를 때우고 기차역에서 잠을 잤던 기억이 있는 순천인데, 그때에 비해 지금은 정돈된 구역이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지방 도시라기보다는 서울 근교 신도시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음에 언제 또 방문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구경하지 못한 곳도 있고, 근처 다른 지역에 또 올일이 있을 것 같으니, 기회가 되면 혼자서라도 또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온다면, 날씨 좋은 날을 골라 순천만습지에서 노을이 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