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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r 22. 2024

파리의 박물관과 미술관

파리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다.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하루 정도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경하는 데 사용할 것이다. 혹시 특별히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일정을 미술관 투어에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파리를 얘기할 때 미술관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다만, 각각의 미술관을 소개하는 글은 워낙 많기도 하고, 자세히 소개하기에는 예술에 대한 내 조예가 얕기도 하니, 그저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 볼까 한다.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은 파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입구 쪽에 있는 피라미드는 영화에도 많이 나오고, 에펠탑, 개선문과 함께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이 되었다. 소장 규모도 엄청나서, 유명한 것만 보고 나오려고 해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나는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처음 방문했을 때 천천히 둘러보고자 했는데, 처음 몇 시간은 자세히 보다가 나중에는 힘들어서 빠르게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6시간을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냈는데도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유명한 작품만 둘러봐도 볼 것이 너무 많다.>


루브르에는 일단 회화와 조각상이 많다. 대표적인 회화와 조각 작품으로는 각각 '모나리자'와 '니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사진으로 봤던 유명한 작품들이 많고, 유명하지 않더라도 보면 감탄이 나오는 작품들은 더 많다. 시기적으로는 르네상스 시기까지의 작품이 많았던 것 같다. 미술작품은 그냥 보는 것보다 그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더 재밌는데, 그런 면에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검색해 보니 루브르뿐만 아니라 오르쉐나 오랑주리 미술관에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것 같다.


<볼만한 유물도 많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유물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다. 말 그대로 종합 박물관인 셈이다. 나는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루브르에서는 미술품보다 역사적인 유물에 더 관심을 갖는 편인데,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물건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아무때나 가서 볼 수 있는 파리의 청소년들이 부러웠다.>


루브르에서 개인적으로 부러웠던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청소년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접근성 좋은 위치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물과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으니, 파리의 청소년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파리의 청소년은 시내에 테마파크가 있는 서울을 더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르쉐 미술관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르쉐 미술관이다. 내가 좋아하는 인상파의 그림이 여기에 많기 때문이다. 인상파의 그림을 사진으로만 보다가 유럽 여행을 하면서 직접 보게 되었는데, 극사실주의 그림보다 더 사실적인 느낌이 들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예술 작품이 그렇지만, 인상파 화가의 그림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물을 직접 보는 것이 정말 많이 다른 것 같다.


<기차역의 느낌이 난다.>


오르쉐 미술관 건물은 원래 기차역이었다. 그러나, 더 크고 발전된 철도역이 필요하게 되면서 더 이상 기차역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철거 얘기까지 있었던 모양인데,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여 미술관으로 역할을 바꾸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미술관으로써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원래 기차역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나면 건물 구조가 이해가 된다.


<실제로 보면 굉장히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인상파의 등장은 사진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사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을 그대로 모사하는 역할을 사진이 가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시도가 등장했고, 그것이 인상파의 그림으로 연결된 것 같다. 특히, 빛의 본질과 빛을 사람이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적인 모습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한다.>


내가 인상파의 그림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소재에 있다. 인상파의 그림은 일상적인 모습을 소재로 한 것이 많은데, 그 점이 나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종교적인 장면이나 역사적인 사건, 혹은 위대한 인물을 그린 것보다 당시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것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아마, 위대한 인물보다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더 공감이 가고,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어서인 것 같다.


오랑주리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은 클로드 모네가 그린 '수련'으로 유명한 미술관이다. 르누아르, 피카소 등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도 있지만, '오랑주리'하면 '모네'가 떠오를 정도로 모네를 위한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모네가 기증한 8개의 '수련' 작품이 여기에 전시되어 있는데, 이 작품들의 전시를 위해 전시실의 설계에 굉장히 공을 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으로 보면 작품의 크기가 가늠이 안 될 때가 많다. 그래서 회화 작품을 실제로 보면, 어떤 것은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고 어떤 것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지는데, 모네의 '수련'은 큰 작품들 중에서도 대단히 큰 크기를 자랑한다. 그래서, 실제 연못을 보는 느낌이 더 드는 것 같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튈르리 정원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그리고,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관람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입장료가 싼 편은 아니지만, 뮤지엄 패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별도 입장료 없이 입장할 수 있으니 한 번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다만, 나는 예약 없이 방문했는데, 사람이 몰리는 시기에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참고로, 내가 방문했던 2013년에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이 없다.)


로댕 미술관


로댕을 좋아한다면 당연히 로댕 미술관을 좋아할 것이지만, 로댕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한 번 방문할만한 미술관이다. 특히, 보고 싶은 것을 다 보고 시간이 남았을 때 선택하면 좋은 곳이 로댕 미술관이다. 나도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오전에 '어디 한 두 군데 더 보고 갈까?' 했을 때 선택한 곳이 앵발리드와 로댕 미술관이었다. 다만,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늘 휴무일을 잘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굉장히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인물 조각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인상파의 그림을 실물로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유명한 조각상을 실제로 봤을 때도 역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봤던 조각들과 무엇이 다른지 정확히 짚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마 사실적인 표정이나 미세한 근육, 섬세한 동작과 자세 때문이었을 것 같다.


<잠시 머물기 좋은 곳이다.>


정원도 이쁘게 꾸며 놓았고, 조각 말고도 이런저런 볼 것들이 있어 좋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은 장소로 기억한다. 다만, 파리의 미술관들이 점차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추가하고 있는데, 검색해 보니 로댕 미술관은 아직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는 말이 없다. 하지만, 오르쉐 미술관이나 오랑주리 미술관의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것이니, 시간이 지나면 여기에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사진으로는 알 수 없다


유럽 여행 때 그림을 하도 많이 보고 돌아다녔더니, 한국에 돌아와서 한동안은 처음 보는 그림도 누구의 작품인지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원래 그림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베네치아에서 우연히 만난 마네의 작품에 크게 감동을 받아, 어디를 가도 미술관을 방문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사진으로 봤던 작품들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나 조각 자체가 다르다기보다는, 실물이 주는 감동과 사진으로부터 받는 감흥 사이에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사진으로 봐서 알고 있는 작품들을 실제로 한번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어쩌면 인생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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