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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y 13. 2024

게임이 고객을 붙잡는 방법

모바일 게임 초창기와 비교하면,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나게 커졌다. 반면,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경쟁자는 많아졌다. 게다가 게임사는 고객으로부터 꾸준한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는데, 고객은 언제든지 자신이 플레이하는 게임을 쉽게 바꿀 수 있다. 그래서, 고객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하는 가에 대해 회사들마다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고, 나름의 노하우를 쌓고 있다.


고객 확보 차원에서 크게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게임을 설치하게 만들 수 있나'와 '게임을 설치한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를 지속하게 만들 수 있나'이다. 사업적 지표로 얘기하면 '유저 획득의 가성비'와 '유저의 서비스 이용 지속률(리텐션)'을 높이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된다. 그러기 위해 여러 조직이 협력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여기서는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영역에 한해 좀 더 살펴보고자 한다.


플레이하기 전에 주는 기대감


고객이 모든 게임을 다 설치해 보는 것이 아니다. 아주 일부의 게임만 설치하고 플레이해 본다. 따라서, 게임을 설치하기 전부터 고객에게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고객과 접점이 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


최초의 접점은 제목일 것이다. 제목은 단지 게임을 구별하기 위해 짓는 것이 아니다. 제목부터가 고객에게 게임에 대한 어떤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것도 거의 최초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게임은 수십 가지의 제목에 대해 모두 로고를 만들고 비교해 보기도 했다. 제목을 정하는 기준은 게임마다 다를 수 있다. 게임의 내용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 아니면, 어감이 좋은 단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다음에는 역시 이미지다. 게임을 설치하기 전에 고객이 보는 이미지에는 트레일러, 홍보물에 포함된 이미지, 스토어에 올라가는 이미지 등이 있다. 이중 트레일러나 홍보물에 비해 스토어에 올라가는 이미지에는 소홀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이미지도 상당히 중요하다. 광고를 보고 게임을 설치하려고 했다가도, 스토어에 올라가 있는 이미지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설치를 포기하게 된다. 반대로, 실제 공개된 사례 중에는 스토어에 올라가는 이미지를 수정하여 다운로드 수를 2배로 만든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문구'가 있다. 게임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문장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광고에 있는 텍스트를 주의 깊게 읽지 않는다. 따라서 한눈에 들어오는 글자만이 고객에게 읽힌다고 생각해야 하고, 그것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물론, 마케팅 문구는 마케팅 팀에서 만드는 것이지만, 그 문구에 활용하는 요소가 게임에 충분히 담겨 있어야 하므로, 보통 제작하는 팀과 협의하여 작성한다.


첫 번째 플레이의 만족감


어떻게든 설치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만들었으면, 그 첫 번째 플레이에서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 첫 번째 플레이 경험이 좋은 고객은 게임을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가장 많은 고객이 게임에 실망하고 떠나는 것도 첫 번째 플레이 직후다.


첫 번째 플레이의 만족감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잦은 성취감이다. 금방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주고 그것을 달성하게 한 후에 큰 축하와 보상을 부여하는 것이다. 성취감은 사람들이 굉장히 목말라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잦은 성취감을 주는 것은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게 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게임이 주는 '재미'의 대부분도 바로 성취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취감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중요한 요소는 '성장'이다. 단순히 어떤 행동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 안에서 발전하고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게임 실력이 늘어나는 '플레이어의 성장'도 있고, 게임 속 캐릭터나 건물의 능력이 증가하는 '콘텐츠의 성장'도 있다. 게임 머니 같은 재화가 늘어나는 것도 일종의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성장은 성취감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가장 강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게임에 따라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족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게임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콘텐츠이지만, 그 안에서도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게임은 일종의 '상호작용하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고객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만으로도 게임에 붙잡아 둘 수 있다. 이 외에 게임에 따라 심미적인 요소, 참신한 동작 등으로 고객의 첫 번째 경험을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요소


게임은 고객이 한 번만 방문하게 만들면 안 된다. 고객이 반복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재방문에 대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객을 두 번, 세 번 방문하게 만들 수 있으면, 열 번, 스무 번 방문하게 만드는 것은 좀 더 수월해진다.


재방문 전략은 첫 번째 플레이 경험과 많이 연결되어 있다. 먼저, 고객에게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게임이 짧은 목표만 가지고 있으면, 고객은 언제든 쉽게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 반면, 긴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 고객이 더 오래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물론, 목표라는 건 고객이 받아들여야 의미 있는 것이므로 목표를 어떻게 보여주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짧은 목표로부터 단계적으로 점차 긴 목표를 보도록 만드는 설계도 필요하다. 롤플레잉 게임에서 최종 보스를 웅장하게 소개하는 것이나, 건설 게임에서 건설이 완료된 멋진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것들이 이 부분과 관련되어 있다.


성장과 관련해서도 재방문을 위한 전략이 있는데, 바로 '가치 있는 자산'을 누적시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제까지 쌓아둔 것이 아까워서' 게임을 쉽게 중단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러자면 고객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무언가가 게임에 존재해야 한다. 단순히 점수나 플레이어의 실력 같은 것으로는 그런 것을 형성하기 어렵다. 점수는 이후의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고, 플레이어의 실력은 다른 비슷한 게임으로 옮겨가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계속 영향을 미치면서, 게임을 중단하면 사라지는 자산이 필요한데, 롤플레잉 게임의 성장형 캐릭터나 건설 게임의 건물, 재화 등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오랜 노력을 통해 얻는 가치 있는 자산이나, 운이 좋아 얻게 된 무언가가 게임에 있다면, 고객은 게임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게 된다.


이야기에 있어서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재방문에 도움 된다. 이것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어느 부분에서 완전히 일단락되기보다는, 하나의 사건이 해결되었을 때 이미 다른 사건이 어느 정도 전개되어 고객의 호기심을 끌어당기고 있어야 한다. 사건을 교차되게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커다란 미스터리 하나를 주요 맥락으로 가지고 가는 것도 좋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나 만화 '명탕점 코난'이 사용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된다. 이때 처음부터 큰 맥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건으로 흥미를 끌어당기면서 그 흥미를 큰 미스터리로 연결해야 한다.


기타


한 때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게임에 안착시키려는 시도도 있었고, 성과도 거두었다. 하지만, 게임 안에서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피로를 느끼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에 지금은 이미 게임에 안착한 고객들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 주요 트렌드인 것 같다.


고객이 게임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밸런스'다. 게임은 너무 쉬워도 재미없고 너무 어려워도 재미없다. 너무 단순해도 너무 복잡해도 역시 재미가 없다. 따라서, 적당한 밸런스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는 않다. 고객이 게임을 어떻게 느끼는지는 게임을 출시한 뒤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을 출시한 직후에는 고객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면서 밸런스를 조정한다. 이것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히 해내는가에 따라 게임에 안착하는 고객의 수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안 사도 되니 구경만 하고 가세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많이 들어 본 말일 것이다.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게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일단 손님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리고, 일단 매장을 방문하면 매장으로부터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고객이 매장을 떠날 때는 쿠폰 등을 통해 다음에 다시 올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게임이나 기타 온라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고객을 확보하여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고객이 서비스를 방문하도록 만들고, 좋은 감정을 느끼도록 만들며, 다시 방문할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만 잘 갖추고 있으면, 일단 어느 정도의 고객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비즈니스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고 더 큰 성공으로 이루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1. 플레이하기 전에 주는 기대감

제목으로 먼저 고객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홍보용 이미지나 스토어에 올라가는 이미지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짧은 '마케팅 문구'가 필요하다.

2. 첫 번째 플레이의 만족감

짧은 목표로 잦은 성취감을 준다.

실력이나 콘텐츠에 있어서 '성장'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한다.

3. 다시 방문하게 만드는 요소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가치 있는 자산을 누적시켜, '게임을 중단하면 잃게 되는 것'을 만든다.

이야기 속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를 잘 배치하여 호기심을 유지하도록 한다.

4. 기타

고객 간의 상호작용은 이미 안착한 고객이 게임을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

고객 반응을 살피며 적절한 밸런스를 빨리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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