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ame과 A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Jan 29. 2024

재미를 피봇 하라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 '재미'일 것이다. 사람들은 '재미'를 위해 게임을 한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한 게임은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게임은 실패한다. 각종 서비스를 게임처럼 만들고자 할 때도 '재미'를 덧붙이고자 하는 것이고, '재미'가 결여된 채 운영되는 게임은 더 이상 '게임'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말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에도 '설계'가 필요하다. 아무리 재미있는 것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싫증'은 치명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재미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특히, 게임에 익숙하지 않을 때와 익숙해진 다음에는 각각 다른 재미 요소가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유저를 유입시키는 전략과 오래 붙잡고 있는 전략을 각각 최적화해야 한다.


싱글에서 소셜로


소셜 콘텐츠의 도입은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큰 변화였다. 그것은 도입되자마자 큰 성과를 이루었고, 그래서 이제는 대부분의 게임이 소셜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소셜 콘텐츠가 게임의 핵심 요소를 이루고 있는 것도 많다. 그런데, 처음부터 소셜 콘텐츠로 유저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방금 말했듯이, 이제는 소셜 인터랙션이 가능한 게임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소셜 콘텐츠 자체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게임은 별로 없다.


결국, 소셜 콘텐츠는 게임을 재밌어하는 유저를 붙잡는 역할은 하지만, 새로 유입된 유저를 게임에 안착시키는 역할은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유저를 게임에 안착시켜야 할까? 바로 '싱글 플레이'로 유저를 붙잡아야 한다. 즉,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혼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순간에 먼저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싱글 플레이에 재미를 느껴야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유저를 게임에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소셜 콘텐츠를 도입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싱글 플레이가 일단 재밌어야 하기는 하지만, 그것 만으로 유저를 오래 붙잡아 두기는 어렵다. 싱글 플레이의 재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저가 싱글 플레이에 싫증을 내고 게임을 포기하기 전에, 소셜 콘텐츠의 재미로 유저를 연결시켜 주어야 한다. 이미 재미있어하는 플레이를 다른 사람과 함께 하게 되면, 재미의 수명이 상당히 길어진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개입되면 의도하지 않은 여러 상황이 발생하면서, 반복되는 플레이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소셜 콘텐츠에는 유저를 오래 붙잡아 두는 힘이 있지만, 그것은 이미 게임에 재미를 느낀 사람에게 작용하는 것이다. 반면, 싱글 플레이는 재미를 만들어 주지만, 그것이 오래 지속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싱글 플레이의 재미와 소셜 플레이의 재미를 잘 결합하면 더 많은 유저를 게임에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이다.


보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음식만 맛있으면 음식점이 성공할까? 물론,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집이라고 음식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입소문으로 성공하려면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음식이 맛있어야 하고, 그마저도 맛집으로 소문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었어도, 직접 플레이해보지 않으면 그 재미를 알 수 없다. 특히, 경쟁작들도 충분한 재미를 주고 있는 마당이라면, 일부러 게임을 설치해서 재미를 확인해 주는 친절한 고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플레이하는 재미'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그럼 무엇이 있어야 할까?


한 마디로, '게임을 플레이해 볼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부터,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초기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주로 '시각적인 요소'들이다.


디즈니 캐릭터처럼 유명한 테마를 사용할 수 있는 게임들은 이런 면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런 혜택을 가진 게임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은 나름의 노력으로 시각적인 재미를 만들어 내야 한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게임이면 고양이 자체가 매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이면 전쟁 장면이 실감 나거나 실제로 전쟁을 수행하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보는 것 만으로 재미를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각적인 만족은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일정 시간 작용해야 한다. 플레이하는 재미에 유저가 몰입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무리 매력적인 이미지도 자꾸 보다 보면 그 매력이 점차 줄어든다. 그래서 시각적인 효과만으로 유저를 게임에 붙잡아두는 데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가 도달하기 전에 유저에게 플레이의 재미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성에서 복합성으로


처음부터 복잡한 동작에 쉽게 적응하는 유저들이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처음부터 게임이 복잡하게 느껴지면, 대부분의 유저는 게임을 포기해 버린다. 따라서,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초기에는 게임이 단순하게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이 목표인지, 어떻게 조작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나에게 유리한지 금방 알아채고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단순한 플레이만으로 충분한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


물론, 단순한 재미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점차 더 복잡한 플레이로 유저를 이끌어야 한다. 이때 복잡도가 한 번에 크게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유저는 언제든지 게임을 포기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복잡도를 자연스럽게 증가시키면, 재미 요소가 증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저 자신이 게임을 더 많이 통제하는 느낌이 들고 그 자체로 성취감을 얻게 된다.


보드 게임 기획자로 유명한 '크니지아'는 '몇 분 만에 배울 수 있지만, 몇 개월을 플레이해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고 했다. 바둑이 그런 특성을 잘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의 게임에 있어서도 '접근은 쉽지만 통달에 시간이 걸리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모든 메커니즘이 다 소개된 후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모두 이용하는 유저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만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매우 많다. 따라서, 모든 콘텐츠를 강제하는 시스템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유저가 게임의 일부만 선택적으로 플레이해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밸런스나 UX를 잘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게임 기획에 대한 유명한 책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재미 공식에 대해 본 적이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일단 영화가 시작하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면을 연속으로 보여준다. 그러다가 점차 흥미를 낮춰서 중간에는 조금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뒷부분으로 가면 다시 흥미를 끌어올려서 최고치를 찍고 영화를 마무리한다.


게임의 재미에도 이런 설계가 필요하다. 재미를 마구잡이로 집어넣어서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 사실, 여기에서 얘기한 것 외에도 고려할 것이 많은데, 예를 들어, 첫날에 주는 재미와 둘째 날에 주는 재미가 기획되어 있어야 하고, 3일을 플레이할 이유와 3개월을 플레이할 이유가 각각 게임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관점에서 재미를 설계하고 추가해서 촘촘하고 끊어짐 없게 재미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더 많은 유저에게 게임의 재미를 소개할 수 있고, 더 많은 유저가 게임을 오래 플레이할 것이다.


1. 싱글에서 소셜로

먼저 싱글 플레이가 재미있어야 게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싱글 플레이의 재미가 떨어지기 전에 소셜 플레이의 재미를 소개하면, 유저를 더 오래 붙잡을 수 있다.

2. 보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보는 것만으로 재미를 '상상'할 수 있어야 게임을 플레이해 볼 것이다.

보는 것이 주는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플레이하는 재미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3. 단순성에서 복합성으로

게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한 재미로 시작해야 한다.

점차 더 복잡한 콘텐츠를 소개하여 유저가 게임의 모든 재미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AI의 활용에 대한 짧은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