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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pr 08. 2024

AI는 게임 개발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고,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 2016년이었다. 하지만, 막상 AI가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았다. AI가 수행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고, 비즈니스적 필요와는 맞지 않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성 AI가 발전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림과 글에 능숙한 AI는 높은 실용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AI에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AI를 공부하고 활용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게임 개발 영역에서는 어떨까? 게임 개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찍부터 게임 개발 과정에 AI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런데, 생성 AI의 발전으로 게임 개발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개발 과정에 AI를 도입하려는 고민이 활발해지고, AI를 활용하여 제작한 게임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같다.


AI는 분명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 변화 속에서 개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리고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기획


단순한 작업은 점점 AI의 몫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경쟁 게임을 분석하는 작업, 시장의 트렌드를 요약하는 작업, 기획서의 초안을 만드는 작업들은 AI가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작업이나 통찰을 요구하는 작업은 AI가 힘들어할 수 있다. 경쟁 게임의 분석에서 핵심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는 것, 비슷하지만 흥행 성적에 큰 차이가 나는 게임들이 어떤 부분에서 성패가 갈리는지 찾는 것, 최신 트렌드가 고객들의 어떤 욕구나 문화와 관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 등은 AI가 잘하기 어렵다. 따라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잘 정리하는 능력보다, 시장과 서비스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안에 숨어있는 통찰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연마해야 한다. 그러면, 모두가 AI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획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성공한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기획하는 것도 AI가 잘할 것 같은 일이다. 하지만, 창의성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AI에게 한계가 나타난다. 우리 회사만 AI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AI가 적극 도입되면 비슷한 콘텐츠가 넘쳐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오히려 인간의 창의성이 더 요구될 수 있다. 사람들에게 확 다르게 느껴지는 기획을 할 수 있다면, AI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AI가 제작한 콘텐츠에 창의성이 담기기는 어렵더라도,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보조할 수는 있다. 같은 AI이더라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물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기획자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부분에서 AI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획자가 생각한 것을 AI를 이용해 바로 그려볼 수 있다. 그림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아이디어가 자극되기도 하고, 아이디어에 대해 평가를 내리기도 좋을 것이다.


밸런스는 게임 기획에서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다. 밸런스가 재미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밸런스는 기획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에 속한다. 그래서, 게임의 밸런스를 AI로 잡으려는 시도가 해외 게임사에서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밸런스 기획의 여러 가지 특성으로 인해 AI가 직접 밸런스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밸런스 기획의 한 요소인 '테스트'는 AI가 접근하기에 더 용이하다. 그래서, 기획자가 설계한 밸런스를 AI가 테스터로서 보조해 줄 수 있다. 밸런스의 테스트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기존에는 설계한 밸런스의 테스트 결과를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이것이 밸런스 기획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AI가 게임을 테스트해 줄 수 있다면, 기획자가 밸런스를 설계하자마자 거의 즉시 AI가 테스트 결과를 알려줄 수 있다. 이것은 더 많은 밸런스를 기획자가 검증해 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밸런스 기획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밸런스 기획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밸런스 기획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아트


아트에 있어서도 단순한 구현 작업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그림을 그리고, 3D 모델을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은 이미 AI가 잘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아티스트도 단순히 퀄리티를 강점으로 가지기 보다 기획력이나 창의력을 강점으로 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AI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빠른 시간 안에 생산해 내겠지만, 독특하고 참신한 것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사람이 그린 그림과 AI가 그린 그림을 비교하면 AI가 그린 그림이 참신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AI가 그린 그림이 넘쳐나게 되면 그 참신성은 보편성으로 바뀔 수 있고, 오히려 사람의 창의성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


기획과 마찬가지로, 아트 작업의 창의성도 AI가 보조할 수 있다. 사람 혼자서 발휘하는 창의성보다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창의성이 더 좋을 수 있다. 따라서, AI를 잘 활용하는 노하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AI가 하나하나의 결과물은 잘 만들어 내지만, 게임 전체에 사용되는 아트 결과물들을 관리하는 것에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 말하자면, 디렉팅 능력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의 아트웍은 개별 결과물의 품질이 높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결과물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일정한 방향성에 맞게 만들어지고 배치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디렉팅 능력에 관심을 갖는 것도 아티스트에게 좋을 수 있다. 혹은 아티스트들이 '기획력'을 가져야 할 수도 있다.


게임의 아트웍에는 기술적인 면과 예술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런데, 기술적인 면은 AI가 대체하기 쉽다. 따라서, 기술적인 면이 강한 작업(예를 들면 3D 모델링, 특수 효과 등)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일수록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이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프로그래밍


어떤 면에서는 AI 때문에 가장 위협받는 사람들이 프로그래머일 수 있다. 프로그래밍은 오직 '논리'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딥러닝의 학습 방법이 '경험적'이고, 그래서 수학 문제를 잘 틀리는 단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단점이 많이 보완되고 있는 것 같다. 프로그래밍이란 사람의 요구사항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해 주는 작업인데, 기계가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게 된다면 그런 번역 작업은 필요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아주 이상적인 미래를 생각해 본다면, 기획서를 보고 AI가 바로 프로그램을 '생성'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미래는 꽤나 먼 미래일 수 있다.


프로그래머들 중에서도 AI를 이용해 코드를 생성하여 활용하는 사람들이 이미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코드 생성이 프로그래밍 작업에 가져올 변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단, 코드의 재사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 유명한 게임 회사들은 게임 제작 조직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각 조직마다 서로 다른 게임을 만들지만, 그 안에는 공통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로그인, 퀘스트, 친구 목록 같은 것들이다. 이런 부분은 대체로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코드로 여러 게임에 재사용하면 개발 기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게임마다 데이터 관리 구조가 다르고, 기능도 조금씩 다른 부분이 존재하며, 때로는 사용하는 엔진이 다르기도 해서, 비슷한 콘텐츠인데도 조직마다 각자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AI에게 이런 부분을 맡기면, 많은 게임에서 사용하는 기능이니 AI가 학습하기에도 용이하고, 데이터 구조, 기획, 플랫폼, 엔진에 맡게 코드를 조금씩 바꿔서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그러면 사람은 핵심적인 부분의 개발에 집중하면 된다. 이런 공통적인 부분이 게임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게임 개발 기간이 꽤 단축될 수 있고, 동시에 필요한 프로그래머의 숫자도 많이 줄어들 수 있다.


게임은 꽤 복잡한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포함되는 기능이 많고, 자주 수정되며, 실행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전체적인 구조(아키텍처)가 중요한 편인데, 이런 부분은 AI가 학습하기에 쉽지 않다. 따라서, 기획, 아트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에 있어서도 디렉팅 능력은 사람에게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게임 프로그래밍에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최적화'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게임의 품질이 올라간다. 현재 나와있는 게임들 중에서도, 최적화가 잘 된 게임들이 고객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그런데, AI는 최적화에 있어 강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람이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3D 게임 초창기에는 프로그래머들이 게임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최적화를 신경 썼지만, 게임 엔진이 발달하고 컴퓨터나 휴대폰의 사양이 높아진 지금은 과거에 비해 최적화 작업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AI로 인해 더 강화될 수 있다.


프로그래머가 하나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은, 프로그램의 일부로 AI가 도입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프로그램 안에 AI가 존재하여,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만들거나 수정할 수도 있다. 따라서, AI 모듈과의 상호작용이라던가, AI 모듈의 관리 등에 대해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


변화 속에는 기회가 숨어 있다


AI가 도입되면 게임 개발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일자리의 감소를 나타낸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면, 게임 회사는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기존에 5개 팀을 운영하던 회사가 10개 팀을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AI의 도입에는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면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모든 일자리에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단순 작업에 사람을 더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일을 AI가 대체하면서, 단순하지 않은 일에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커리어가 위협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기회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세상이 꼭 여기서 이야기한 것처럼 흘러간다는 법은 없다. 어떤 것들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커리어를 이어가고자 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은 하지 않을까?


1. 기획

단순한 기획이나 문서 작성은 AI가 할 수 있다.

정보 뒤에 숨어 있는 통찰은 사람이 더 잘 발견할 것이다.

비슷한 기획이 많아질 것이므로 창의성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AI가 창의성의 발휘를 도와줄 수 있다.

AI를 이용하여 밸런스 기획에 도전해 볼 수 있다. 

2. 아트

AI의 작업물이 흔해지면 사람의 창의성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아트의 창의성도 AI의 도움을 받아 강화될 수 있다.

게임 전체의 관점에서 아티스트의 '디렉팅'과 '기획'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기술적인 면이 강한 작업들은 AI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더 높다.

3. 프로그래밍

먼 미래에는 사람이 프로그래밍할 필요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여러 게임에 두루 필요한 공통 기능들은 AI의 활용 가치가 높다.

게임은 복잡한 프로그램이라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수 있다.

AI를 이용하면 최적화에 신경 쓸 필요가 적어질 수 있다.

프로그램의 일부로 AI 모듈이 도입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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