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Jan 10. 2024

시장 중심

PD로서 게임의 구상부터 출시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다. 최초의 미션이 '고양이를 소재로 한 여성 타깃의 게임'이었다. 문제는 팀에 여성 기획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성을 이해하는 남성 기획자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성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공감은 못 해도 지식은 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글들을 읽었고, 20대 여성들과 대화를 나눴다.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기법들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어떻게든 공감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공감이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진리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고, 그런 진리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장 중심, 고객 중심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개발자가 납득하는 것만 인정해서는 시장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납득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어야겠지만, 납득이 잘 되지 않는 부분에 있어서도 시장의 목소리가 진실을 담고 있다고 믿는 것이 필요하다. 내 신념에 부합하는 목소리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얘기하는 모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 중심적인 사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