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료이치
내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게임 제작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부터다. 게임 프로듀서로서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 시작했다. 디자이너의 작업물에 대해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대답해서는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것이 단순히 감각에 의존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디자인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사람의 눈이 대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시각적 정보를 사람이 해석하는 방식,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들을 모두 고려하여 디자인 원칙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런 원칙을 잘 이해하고 충실히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고유의 가치'를 획득하려면 감각을 연마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바탕은 학습이 가능한 지식과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시부야 료이치의 '일 잘하는 디자이너'는 그런 지식과 기술을 잘 설명하고 있다. 디자인의 원칙적인 부분에서부터 디테일한 요소까지 모두 다루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 알아야 하는 것들 위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답게 이미지를 매우 잘 활용하고 있는데, 그래서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그 내용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책은 프로 디자이너가 아니라 초보 디자이너, 혹은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디자인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내용도 많이 다루고 있다. 도구를 선택하는 법,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법, 디자이너가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 등,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꽤 많이 포함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선배 디자이너가 후배 디자이너를 위해 조언을 건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예전에도 디자인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은 구도, 색채, 선과 면 등 디자인의 핵심 원리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일 잘하는 디자이너'에는 그 책에 없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다. 글자의 간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착시를 어떻게 보정해야 하는지, 여백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시선을 어떻게 이끌어야 좋은지 등이다. 아무래도 저자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보니, 디자인 실무에 필요한 내용들을 많이 알고 있고, 그것을 책으로 풀어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일 잘하는 디자이너'가 초보 디자이너에게 더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생성AI가 각광받기 전에 이 책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생성AI로 인해 디자인 산업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 책에는 그것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하지만, 생성AI가 등장하였어도 디자인의 주체나 과정에 변화가 있을 뿐, 그 결과물이 가져야 하는 요소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책에서 알려주는 디테일한 요소들을 읽고 나니, 생성AI가 이런 요소까지 고려해서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오히려 들었다.
디자인은 참 매력적이다. 시각적인 요소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인 것 같다.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각적인 요소를 이용하는 것, 그것이 '디자인'이고 그것을 이루어 내는 사람들이 '디자이너'이다.
마지막으로, 저자 시부야 료이치의 말을 인용하면서 책 소개를 마친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정의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옷이나 남녀의 선호가 사람에 따라 다르듯이 감각적인 디자인 역시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좋은 디자인'은 정답이 있습니다. 바로 '결과를 내는 디자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멋진 디자인이라도 매출이나 고객 증가 등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습니다. "클라이언트의 문제에 디자인으로 답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을 항상 마음에 두도록 노력하세요.
- 시부야 료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