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Feb 19. 2021

[Movie] 소년소녀들이여, 꿈을 꾸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과 결말을 알아도 되는 분만 읽어주세요.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한 글자


'꿈', 언제나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한 글자.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많은 꿈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청소년기에는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훌륭한 사람으로 인도하고 싶었다. 조금 커서는 성공해서 이름을 날리고 싶은 꿈이 있었고,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도 있었다. 어떤 꿈은 이루어지고, 어떤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루어진 꿈은 나에게 오늘을 살아갈 힘을 주고, 이루어지지 않은 꿈은 내 삶의 가치를 가볍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꿈들과 그 꿈을 붙잡고 있어야 할지, 놓아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오늘의 내가 있다.

사람들은 꿈을 꾼다.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그들이 꾸는 꿈도 다양하다. 때로는 세계 평화 같은 거창한 꿈도 꾸고, 때로는 따뜻한 밥 한 공기 같은 소박한 꿈도 꾼다. 때로는 혼자서 무언가를 소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사람이 함께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꿈이든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똑같이 소중한 꿈일 것이다.


스페이스 카우보이 -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꿈을 꾼다는 게 중요하지


누구나 한 번쯤은 꿈을 꾸지만, 막상 그것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본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주변 여건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해서, 다른 사람의 방해 때문에, 단순히 운이 나빠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꿈을 포기하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쉽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만약 젊은 시절 포기했던 꿈을 이룰 기회를 나이 들어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 그동안 쌓아 올린 것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버리더라도 그 기회를 붙잡으려고 할까? 젊은 시절의 우리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온갖 노력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때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현실과 타협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니 갑자기 젊은 시절의 꿈을 이룰 기회가 찾아왔다 한들, 꿈을 이루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면 나이가 든 후에 그것에 다시 도전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네 명의 노인들은 무척 어려운 결정을 한 셈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다시 우주에 도전하게 만든 것일까? 우주를 향한 이루지 못한 꿈이 그들에게는 삶을 모두 내던져도 될 만큼 절실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곳에 있게 된 호크, 헬멧 속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을까? 어쩐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나는 그가 무척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록키 - 기적은 포기하지 않는데서 시작된다


꿈은 때로는 너무 먼 곳에 있다. 그리고 너무 멀리 있는 꿈은 우리에게 좌절을 안겨 준다. 결국 그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꿈을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 있는 꿈인데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기적 같은 성공은 바로 그들 속에서 일어난다.

70~80년대에 복싱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안겨 주었다. 실제로 복싱을 통해 삶의 반전을 이룬 경우도 많이 있었다. 고등 교육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맷집과 주먹만 있으면 누구나 커다란 성공을 꿈꾸어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요즘에는 그런 기회조차 찾기가 쉽지 않으니 참 안타깝다.

무명의 실베스터 스탤론이 3일 만에 각본을 완성한 영화 '록키'는 1976년에 개봉한 영화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던 주인공이 인간 승리를 이룬다는 줄거리는 특별할 것이 없는 뼈대이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 인물 설정, 대사, 그리고 인상적인 결말까지, 이 영화는 다른 '인간 승리' 영화와는 다른 면을 많이 갖추고 있다. 197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까지 수상했을 만큼 명화로 손꼽히는 영화다.

이 영화에는 많은 명대사가 있지만,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아폴로와의 시합 전날에 록키가 애드리안에게 했던 말이다. "아폴로가 내 머리를 박살 내도 상관없어. 내가 원하는 건 오래 버티는 거거든. 크리드와 싸워서 오래 버틴 사람이 없어."

대부분의 영화가 '승리'에 초점을 맞추거나 '변화', '노력'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이 영화는 '포기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속 록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실의 고단함은 그에게 더 편하게 살라고 권하고 있었지만, 록키는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아폴로와의 시합은 그런 주제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치였다. 처음부터 록키는 승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오래 버티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결국 경기는 챔피언의 승리로 끝났지만, 15라운드를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끝마친 록키에게 영화는 찬사를 보내고 있었고, 록키 본인도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워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포기를 종용하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 어쩌면 성공보다 더 위대한 것이 여기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라라랜드 - 사랑이라는 미혹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중 어떤 만남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든다. 그 꿈은 무척 달콤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가혹해서, 우리가 먼저 꾸고 있던 꿈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만남이란, '사랑'이라는 달콤한 단어와 함께 찾아온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랑에 빠져들고, 곧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랑을 지키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랑을 위해 꿈을 포기하는 것이, 꿈을 바꾸는 것이 꼭 옳다거나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옳은 선택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후회가 남는 선택일 수도 있다.

다만, 영화 '라라랜드'는 강렬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모두 강렬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둘이 만나서 역시 강렬한 사랑에 빠지게 되고, 남자 주인공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하기 싫었던 일을 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꿈을 포기하고서는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사랑의 사슬은 그 두 사람을 묶어두기에는 너무 약했다. 영화 말미에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가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것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세계였고, 두 사람도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사랑이라는 것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꿈을 향한 여정에서 때로 가장 강력한 방해꾼이 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다시, 꿈을 꿔 보자.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대체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다. 자신의 열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것이 커다란 성취로 이루어진다. 물론, 모두가 커다란 성취를 이루어내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꼭 커다란 성취를 이루어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렇게 강한 열망으로 삶을 채워왔던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많은 것을 가졌어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성취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같다.

그러니 다시 꿈을 꿔 보자. 나이가 좀 많으면 어떤가. 꿈이 좀 이상한 거면 어떤가. 내가 꿈을 꾸는 순간, 내 삶은 더 가치 있는 것이 될 텐데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Movie] 우리는 모두 자유를 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