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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ul 05. 2024

출간 제안과 첫 미팅

'일 잘하는 팀장' 출간 후기

2023년 2월 17일. 브런치에서 메일이 하나 날아왔다.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사실, 그전에도 제안을 여러 번 받았지만, 막상 받아들인 제안은 많지 않았다. 제안 자체는 모두 좋은 제안이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종이책 출간’이었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콘텐츠 제작에는 거의 응하지 않았다. 그나마 퍼블리의 제안에 응해 글 두 개를 발행한 것이 전부였다. 퍼블리라는 사이트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웠고, 내 글이 돈 내고 볼 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 책을 낼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아껴두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지스퍼블리싱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이다.


제안을 받고 가장 처음 한 일은 이지스퍼블리싱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출판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진 출판사인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상당히 익숙한 출판사였다. 정확히는 이지스퍼블리싱에서 출판한 책들이 익숙했다. 파이썬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 봤을, ‘점프 투 파이썬’을 발행한 출판사였다. 그전에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회사들로부터 제안을 받을 때가 많았는데, 이미 좋은 책을 많이 출판했던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게 되어 상당히 기뻤던 기억이 난다.


제안을 주신 분과는 먼저 이메일을 몇 번 교환했다. 역시 내가 발행한 브런치북을 보고 제안을 주셨다고 했다. 특히, ‘시작하는 리더를 위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데, 역시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제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를 소개받았다. 웹 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는 자료였는데, 출간 경험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였다. 요청하지 않았는데 먼저 출간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에서, 친절하고 배려심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이메일을 몇 번 나눈 후에는 미팅을 가졌다. 제안을 주신 분이 회사 근처로 와주셔서 회사 근처에서 첫 미팅을 가졌다. 저술할 책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셨고, 나는 그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대답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대부분 기획안에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었다. 출판사에 따라 과정이 다를 수 있겠는데, 이지스퍼블리싱에서는 출간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확인한다. 기획안과 샘플 원고가 만족스러우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계약과 원고 작업이 진행된다.


기획안 양식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 책은 다르구나’였다. 인터넷에 글을 쓸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면 됐다. 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아닌 사람은 안 봐도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책은 다르다. 책은 ‘상품’이다. 책을 ‘상품’ 취급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책은 돈이 돼야 한다. 그래야 작가도 계속 글을 쓸 수 있고, 출판사도 계속 책을 출판할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을 만들고 출시할 때 생각했던 것들을 책을 준비하면서도 똑같이 생각해야 했다.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어떤 차별화 전략이 있는지,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지 등에 대해 확실한 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목차도 브런치북을 만들 때보다 훨씬 ‘의도가 있는 목차’로 구성해야 했다.


출간을 위한 기획안은 처음 작성해 봤지만 재밌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드디어 하나씩 배우게 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책이 잘 팔리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 과정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이미 나에게는 큰 혜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꼭 출간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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