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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ul 12. 2024

원고 기획안과 샘플 원고

'일 잘하는 팀장' 출간 후기

출판사에서 제안이 왔다고 해서 바로 출간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출간 결정을 위해서는 원고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제출해야 했고, 두 문서를 검토한 후에 출판사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어 있었다.


모든 출판사가 원고 기획안을 요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원고 기획안을 작성하는 과정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출간하는 것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책을 출간하기 위해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출간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원고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작성하는 것만으로 이미 좋은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원고 기획안 양식 앞부분에는 출판사의 안내 문구가 있는데, 안내 문구 중 한 문장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이지스는 저자의 배경이 아닌 원고의 가치를 보고 출간 여부를 결정합니다.’라는 문구였다. 내가 유명인도 아니고, 큰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었는데, 원고의 가치를 보고 결정한다는 문구에 큰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원고 기획안의 첫 번째 파트는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이다. 사실, 브런치북을 만들 때도 대상 독자와 콘셉트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엄격하게 지켰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초보 팀장보다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팀장에게 필요한 이야기들도 섞여 있었다. 그런데, 원고 기획안의 질문들을 보면서,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목적과 대상이 분명해야 하고, 그에 맞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 기획안의 두 번째 파트는 책의 경쟁력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브런치북을 만들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것에만 신경 썼다. 비슷한 다른 브런치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만들 때는 비슷한 주제를 다룬 다른 책들을 생각해야 했다. 책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돈을 내고 사는 제품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장점이 있어야 하고, 비슷한 여러 책들 중에서 선택받으려면 다른 책과는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 특히,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고 책을 출판하려면, 출판사 입장에서 사업성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한 것 같다.


세 번째 파트는 책의 구체적인 구성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바로 책의 목차를 기입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 목차가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출판사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다만, 작가가 생각하는 책의 구성을 출판사가 잘 이해하기 위해 기입하는 것 같았으며, 많이 변경되기는 했어도 전체적인 틀은 이때 작성한 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네 번째 파트는 마케팅에 대한 것이었다. 마케팅과 관련하여 작가의 의견을 묻는 것인데, 내가 마케팅 전문가가 아닌 만큼, 잘 모르겠는 것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기입했다. 다만, 마케팅 포인트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비교적 자세하게 적었다.


마지막으로 작가 소개란을 채우면 원고 기획안 작성이 끝난다. 비록, 원고 기획안을 작성하는 것이 처음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게임 제작을 제안할 때 던지는 질문들과 거의 유사했다. 게임을 제작할 때도, 대상 고객, 차별화 포인트, 마케팅 포인트, 게임의 내용 등을 구체화하고 시작한다. 그래야 비즈니스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원고 기획안을 작성하는 것이 재밌기도 했고, 특별히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원고 기획안을 작성한 후에는 샘플 원고를 작성했다. 실제 책에 들어갈 원고를 작성하듯이 작성하는 것인데, 전체 원고를 다 작성한 상태면 다 보내도 되고, 아니면 10~20% 정도의 분량을 먼저 작성하여 보내면 되었다.


샘플 원고는 한 번 공유해서 피드백을 받고 다시 공유했다. 샘플 원고 양식도 받았고, 레퍼런스로 삼을 책도 선물 받았지만, 여전히 브런치에서 작성하던 형식을 많이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담당하시는 분이 친절하게 피드백을 주셔서, 좀 더 책에 어울리는 형태로 원고를 다시 작성할 수 있었다.


원고 기획안과 샘플 원고를 담당자에게 공유하고 출간 결정을 기다렸다. 출간 결정이 나기까지는 약 3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때까지의 과정에서 이미 배운 것이 많았기 때문에, 출간 여부에 크게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되면 좋고, 안 돼도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억된다. 다행히 3주 뒤에 출간이 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본격적인 원고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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