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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ug 16. 2024

책을 출간하고 나서

<일 잘하는 팀장> 출간 후기

책을 쓰기 전에는 책을 쓰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온라인에 작성한 글을 모으고, 적당히 편집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에 글을 하나씩 발행하는 것과 책을 만드는 것은 많이 다른 일이었다.


일단 책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품’이다. 작가에게는 책 자체가 중요할지 몰라도, 그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에게는 책이 얼마나 팔리느냐가 중요하다. 돈, 시간, 노력, 그리고 출판사의 브랜드 가치가 책에 비용으로 투입된다. 독립 출판이나 자비 출판을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작가도 책의 판매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책에 확실한 매력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자면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고, 대상 독자도 명확히 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대상 독자의 관점에서 책의 형식과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책값 이상의 가치를 얻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책은 호흡이 길다. 온라인 글은 보통 한 번에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적당한 분량으로 나누어 읽을 수 있도록 구성을 해주는 것이 좋다.


구성에 있어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것은 흐름이다. 책을 짧게 나누어 읽을 수도 있지만, 한 번에 많은 페이지를 읽고자 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한 번에 다 읽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독자들이 긴 시간을 읽으면서 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이 책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몰입감을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성이 필수적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바탕에 있다면, 이런 구성을 짜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쓸 때도 긴 호흡이 필요하다. 일단 원고의 양이 온라인 글쓰기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그 많은 양을 여러 번 반복해서 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검토를 충실히 할수록 책은 독자의 공감을 더 많이 얻어낼 것이다. 따라서, 지루하고 고된 작업을 기꺼이 감수하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수정 하나에도, 전체의 완결성을 확인하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위대한 화가들도 같은 그림을 수십 번 다시 그린 후에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전예약이 시작된 이후에 출판사로부터 몇 권의 책을 받았다. 가장 먼저 아내에게 책을 주고 싶었지만, 아내는 내 책을 구매해서 가지고 싶어 했다. 아내 다음으로 책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집필 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이었다.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읽고 피드백을 준다는 것은 쉽게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은 아니다. 그런 만큼, 그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빠르게 연락을 했고, 7개의 약속을 먼저 잡았다.


드디어 2024년 4월 8일에 책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사전예약을 한 사람들에게는 먼저 책이 발송되었고, 4월 8일부터 온라인 서점, 4월 10일부터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이 판매되었다. 새로운 게임을 출시할 때는 흥행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뒤섞여서 복잡한 심정이 되는데, 책이 판매되기 시작하니 똑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많이 팔렸으면 하는 기대보다는, 출판사에 민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마 4월 11일이었던 것 같다.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에 갔다. 도서 검색 컴퓨터 앞에서 ‘일 잘하는 팀장’을 검색했다. 그러자 화면에 책이 나오고 내 이름이 나왔다. 온라인 서점에서 내 책과 이름을 확인했을 때도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오프라인 서점의 검색대에서 내 이름이 있는 책을 보는 것이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컴퓨터가 ‘지금 여기 네 책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컴퓨터가 시키는 대로 책이 있는 곳으로 갔고, 그곳에 정말 내가 쓴 책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점과 도서관을 많이 다녔다. 지금도 책이 많은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책은 나에게는 휴식이기도 했고, 동경이기도 했다. 내 이름이 적힌 책을 갖는 것이 언제나 버킷리스트의 1번이었다. 그런데, 그 책이 서점이라는 공간에, 그리고 내 눈앞에 있었다. 그 책을 사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책장의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었다. 세상에 ‘일 잘하는 팀장’이라는 이름의 똑같은 책이 수천 권 있지만, 내 책장의 그 한 권은 세상에 유일한 책으로 지금도 나와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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