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피터스
“이제 지난 몇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방식을 아무리 개선해 봐야 소용이 없다. 완전히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에서 경쟁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더 좋은'이라는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재창조'라는 게임 말이다.”
- 톰 피터스, <미래를 경영하라>
이 책은 <초우량 기업의 조건>으로 유명한 톰 피터스가 2004년에 출간한 책이다. 책의 전체 내용을 요약한 것이 비교적 앞부분에 등장하는 위의 문구이다. 한 마디로, “시대가 변했으니 기업도 완전히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새로워져야 하는지를 배경, 기술, 가치, 브랜드, 시장, 일, 사람, 방향의 8가지 측면에서 밝히고 있다.
2004년은 인터넷이 비즈니스의 주요 무대가 되어 가던 시점이다. 기존 사업의 양상들이 완전히 뒤바뀌고, 새로운 사업들이 발생하는 격변기였다. 2004년까지의 변화도 작은 것이 아니었지만, 톰 피터스는 더 큰 변화가 밀려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심지어 2022년쯤에는 컴퓨터와 기계가 사람의 일을 많이 대신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니,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피터스가 주장하는 것은 바로 ‘혁신’이다. 기존의 방식, 기존의 관념, 기존의 전략을 개선하지 말고 그냥 버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 특히 엉뚱한 생각을 하는 괴짜들을 논의에 포함시키라고 권한다. 그동안의 관념으로 봤을 때 그럴듯한 것이 아니라, 이상하고 괴팍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미래에 어울린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총 340 페이지 정도 되지만, 판본이 크고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텍스트양이 상당하다. 그래서 실제로는 꽤 분량이 많은 책이다. 이렇게 분량이 많은 이유는 혁신을 다양한 측면에서 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상적인 인식에 머물지 않고 미래의 청사진을 비교적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책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급진적인데, 조직 문화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여성이나 교육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진보적이다. 동시에 과격한 표현을 즐겨 쓰기 때문에, ‘짜증, 바보, 멍청이, 화가 난다’ 같은 표현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조직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내용만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형식도 급진적이다. 색과 이미지를 쓰는 방식, 주석의 활용, 전체적인 편집 방향 등이 다른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책 전체가 하나의 프레젠테이션 같은 느낌도 들 정도인데, 피터스 본인이 얼마나 혁신에 진심이며 본인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것은 <미래를 경영하라>가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품절이 된 지 오래되었고 새로 발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려면 중고 서적을 사야 하는데, 중고 서적이라도 구해서 볼 만큼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톰 피터스의 다른 서적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탁월한 기업의 조건>에 이 책과 겹치는 내용이 많이 들어있는 것 같다.
2004년이 인터넷 혁명의 한복판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AI 혁명의 한복판이다. 다가올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고민하고 있을 텐데, 톰 피터스의 책은 그런 기업과 개인들에게 분명 좋은 지침을 전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