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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할 수는 없고 잘하기는 어려운 것, 회의

by 취한하늘

일하기도 바쁜데..


회의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회의와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그것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회의의 경우에는 논의보다는 전달이 목적이므로, 사전에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하면서 필요한 정보 전달이 모두 이루어지면 회의가 종료된다. 이 과정에서는 예측한 시간에서 크게 벗어날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는 진행 상황에 따라 예측된 시간을 크게 벗어나기도 한다.


보통 회의의 효율을 얘기할 때는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이야기의 대상이 된다. 불행하게도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회의는 결정을 필요로 하는 회의이다. 그리고 이 회의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많은 실무자들이 직간접적으로 일할 시간을 뺏기고 있다. 회의만 효율적으로 진행해도 많은 실무자들이 야근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여 신속하게 결정을 이루어 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보통 야근하는 인력들이 아니며, 비효율적인 회의와 느린 의사결정으로 희생당하는 인력들이 그로 인해 더 많은 야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회의 결과에 영향받는 사람들에게도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의를 하면 효율적인 회의가 되는 것일까? 효율적인 회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먼저 회의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보자. 세 부분이란 사전 준비, 회의 진행, 사후 액션을 말한다.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회의 전에 신경 써야 할 것들, 회의 중에 신경 써야 할 것들, 회의를 마치고 난 이후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있다.


회의 전에 신경 써야 할 것들


회의 전에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회의를 통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이슈가 과연 회의실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할 만한 것인가 판단하는 일이다. 몇몇 사람이 휴게실에 모여 간단한 토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주제라면 굳이 정식 회의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 다만, 막상 이야기해 보니 더 많은 사람이 논의에 참여해야 할 것 같다던가, 혹은 긴 논의가 필요할 것 같으면 정식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정식 회의를 진행하기 전에 일단 필요한 인원을 최대한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인원이 다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애매한 인원의 경우 일단 초대장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회의에 참석하라고 해서 참석했더니 본인이 없어도 되는 회의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만큼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상황도 드물다.


인원을 최대한 정확하게 정의하려면 일단 조직에서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야 한다. 명확하게 정의된다는 것은 어딘가에 문자로 기록되어 있고, 누구나 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되어 있지 않고 말과 기억에 의존한 권한과 책임은, 처음에는 명확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불명확해진다.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면, 회의를 준비하는 사람이 좀 더 정확하게 회의 참석자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회의에서 논의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초대장에 상세히 밝혀져 있는 것이 필요하다. 회의를 주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더라도 회의 참석자를 완전히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운데, 만약 회의에서 논의할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잘 전달이 된다면,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본인의 참석이 필요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초대받는 사람은 내용을 확인하고 참석 여부를 꼭 회신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느라 참석자들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논의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면, 참석자들이 미리 안건에 대해 숙고하고 준비하여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회의 진행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간혹 회의에 꼭 필요한 인원이 있는데 초대자가 초대 인원에서 빠뜨렸을 경우에도 누군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쉬워진다.


회의를 진행할 때 신경 써야 할 것들


회의에는 진행자가 있는 것이 좋다. 보통은 소집자가 진행을 맡으면 되겠지만 꼭 소집자가 진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회의 참석자들이 진행자의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회의 중에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다. 논의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감정을 앞세우는 것,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등이다. 이런 방해 요소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회의 진행을 맡아야 한다.


진행자는 회의를 시작할 때 회의의 목적에 대해 명확히 선언해 줄 필요가 있다. 회의를 지루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만드는 주범 중 하나가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를 하는 것인데, 회의 시작 시에 명확히 주제를 선언하는 것이 중간중간 쓸데없는 얘기를 중단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회의 참석자는 회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야 하며, 꺼내진 상황이 되었을 때는 누구라도 주제와 상관없는 얘기가 계속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것이 중요한 이야기라면, 따로 회의를 잡아서 이야기해야 하며, 만약 현재 회의의 주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결론지어져야 하는 것이라면, 현재 회의를 바로 종료하고, 새 주제에 맞는 인원들로 새 회의를 소집하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대로 명심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한 가지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 화이트보드가 됐건, 스크린이 됐건,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적으면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두가 이 회의의 주제가 무엇인지 잊지 않게 될 것이며, 현재 쟁점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어떤 입장을 보여주었는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참석자 모두가 지속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가 시각적으로 드러나게 되어, 회의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창궐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회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면 반드시 논의가 종료되게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회의가 연속적으로 잡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앞 회의에서 시간을 넘겨버리면 다음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늦게 오는 참석자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버리게 된다. 10명이 진행하는 회의에 한 명이 5분을 늦어서 회의가 5분 늦게 시작된다면, 9명의 사람이 5분씩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시간이 다 되어가면 반드시 회의를 종료하고, 결론이 나지 않았으면 추가 회의를 잡는 것이 좋다. 내 시간 5분을 아끼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시간 5분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결론이 났으면 실질적으로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수행할지 정해야 한다. 결론 자체가 이미 실질적인 액션을 정의하고 있다면 이 과정은 생략될 수도 있다. 결론을 냈어도 수행 계획이 정리되지 않으면, 애써 만들어 낸 결론이 실질적인 가치를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


회의를 마치고 나서 신경 써야 할 것들


회의를 마치고 난 후에는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하여 배포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어서 기록을 공유하지 않으면, 참석자들이 서로 다르게 회의 내용과 결론을 기억할 수 있다. 회의 중에 합의가 된 것 같은 사항도 사실은 오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합의일 수 있다.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회의 내용을 왜곡하거나 몰랐던 척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회의록을 배포하여 참석자 모두가 회의 내용을 동일하게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회의 진행에 대한 회고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회의 품질이 한 번에 좋아지기는 어려우므로, 지난 회의에서 잘된 점과 잘 안된 점을 생각하고 다음 회의에 반영한다면 회의의 질이 점차 올라갈 것이다.


덧붙여..


회의가 제시간에 시작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회의가 제시간에 시작되지 못하면 누군가는 시간을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회의가 제시간에 시작되려면 참석자들이 시간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의 자체가 쉬는 시간 없이 연속적으로 잡히지 않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2시부터 3시까지 기획 회의, 3시부터 4시까지 일정 회의, 4시부터 5시까지 방향성 회의 등으로 회의가 쉬는 시간 없이 붙어 있으면, 불가항력적으로 회의에 늦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회의를 마치고 다른 회의실로 이동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며, 화장실을 다녀오기라도 하면 5분 이상 늦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쉬는 시간 없이 연속적으로 서로 다른 회의에 참석하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러니, 회의 시간을 2시~3시보다는 2시~2시 50분 같은 식으로 잡아서 연속적으로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회의와 회의 사이에 여유를 갖게 하는 것이 좋다.


회의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이로움보다 해로움이 더 커지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실무자들이 비효율적인 회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어쩌면 회의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조직의 퍼포먼스를 증대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


1. 회의 전에 신경 써야 할 것들

회의가 필요한 주제인지 판단해야 한다.

정확한 인원을 초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주제를 사전에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2. 회의를 진행할 때 신경 써야 할 것들

진행자가 필요하다.

회의 목적에 대해 분명하게 선언하고 시작하자.

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나 반복적인 이야기는 진행자가 통제해야 한다.

회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공유하면서 진행하면 도움이 된다.

회의 시간 내에 반드시 논의를 종료하고, 시간이 더 필요하면 다시 회의를 잡자.

수행 계획까지 정리되도록 하자.

3. 회의를 마치고 나서 신경 써야 할 것들

회의록을 작성하여 모두가 동일한 내용을 인식하고 기억하게 하자.

회의에 대한 회고를 통해 회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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