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여행이라고 하면 역시 고대 로마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이 핵심이다.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된 고대 로마 제국의 흔적이 지금의 로마 시내 곳곳에 남아 있다. 콜로세움이나 포로 로마노 같은 거대한 유적도 있지만, 돌아다니다 보면 현대적인 건물 사이에서도 옛 흔적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로마를 여행하기 전에, 고대 로마의 역사나 고대 로마 시내의 모습을 조금 공부하고 온다면 아마 더 멋진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대 로마의 상징이자, 현대 로마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는 역시 콜로세움이다. 콜로세움은 1세기말에 지어졌다. 로마의 황제 플라비우스는 평민 출신의 황제로서, 이전 황제와 달리 평민에 신경을 많이 썼다. 콜로세움도 그런 일환으로 지어진 건축물로, 정싱 명칭이 ‘플라비우스 원형극장’이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콜로세움’이라는 명칭은 일종의 별칭인 것 같은데, 거대하다는 뜻의 ‘colossale’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근처에 있던 거대 동상 ‘colossus’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콜로세움은 총 4만 5천 석 규모이고, 최대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모의해전도 벌어졌다는 것이다. 배 모형만 가져다 놓고 싸운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물을 채우고 해전을 벌였다고 한다. 다만, 물을 어떻게 채웠는지는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
콜로세움이라고 하면 검투사들의 경기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영화에서는 승자가 패자를 죽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범죄자의 처형이나, 기독교 박해 시절에 기독교인들을 처형한 경우는 많지만 검투사를 죽게 한 경우는 생각만큼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검투사는 돈을 많이 버는 인기 직업이었고, 귀족의 자제들도 검투 경기에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유명한 검투사는 1년에 서너 번 정도만 검투를 하기도 했다고 하니, 요즘의 이종 격투기 선수와 비슷한 느낌인가 싶다.
현재의 콜로세움은 많이 뜯겨 있는 상태인데, 바이킹 족의 약탈로 파괴된 것도 있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궁전과 교회를 짓기 위해 뜯어다 쓴 것도 있다고 하니, 웃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콜로세움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관광객을 위한 코스로는 높은 곳에서 보는 기본 코스가 있고, 경기장 안쪽 마당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코스가 있으며, 지하 공간까지 구경할 수 있는 코스도 있다. 원래 지하 공간까지 보는 코스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늦어서인지 아니면 코스를 운영하지 않아서인지 예약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안쪽 마당까지 들어가 보는 코스로 만족했다.
콜로세움을 둘러보는 코스는 어느 정도 길이 정해져 있다. 특히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이 각각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콜로세움 내부의 화장실은 들어가는 길 근처에만 있기 때문에, 화장실 이용이 필요한 사람은 들어갈 때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물론, 나오는 길로 콜로세움을 나오고 나서 왼쪽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외부 화장실이 있기는 하다.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도 로마의 대표적인 유적지다. 콜로세움 바로 옆에 있어 하루에 다 돌아보는 사람이 많다. 콜로세움이 크기는 해도 하나의 경기장이기 때문에 많이 걸을 필요가 없고 구경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반면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은 굉장히 넓은 유적지여서 걷기도 많이 걷고, 구경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래서 두 시간 정도는 생각하고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건축물이 훼손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것도 있다. 부서진 건축물도 일부분은 남아 있기 때문에 꽤 볼 만하다. 다만, 정보가 없이 가면 여러 건축물이 비슷해 보여 재미가 덜할 수 있으니 꼭 사전에 공부를 하고 방문하기를 권한다.
대표적인 건축물을 몇 가지 나열해 보겠다. 일단, 로마의 개선문 중 가장 크고 잘 보존되어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있다. 가장 오래된 개선문인 ‘티투스 개선문’도 있고, 불의 여신 베스타를 위한 ‘베스타 신전’과, 아직도 고대 열쇠로 문이 열린다는 ‘로물루스 신전’도 있다. 안토니누스 황제가 아내 파우스티나를 위해 건축한 신전도 있고, 카이사르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가 카이사르를 기리기 위해 건축한 신전도 있다. 특히 이곳에는 카이사르가 생을 마감한 장소가 있는데, 어떤 돌무덤 같은 곳에 꽃이 여럿 올려져 있다면 그곳이 카이사르가 생을 마감한 장소다. 그밖에, 카이사르가 건축했다는 법정 건물, 원로원들이 모이던 장소, 사법, 금융, 상업을 위해 활용된 공공건물 등이 있다.
포로 로마노 한 편으로는 팔라티노 언덕이 있다. 올라가는데 크게 힘들지는 않으므로 꼭 올라가 보기를 권한다. 언덕에서 포로 로마노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주 멋지다. 포로 로마노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팔라티노 언덕 반대 방향 쪽으로도 옛 유적이 많이 있다.
내부에 화장실이 최소 세 군데 있지만, 급하게 찾으려고 하면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화장실 위치도 미리 알아 두고 가면 좋다.
콜로세움에서 포로 로마노 방향 반대쪽으로 가면 ‘키르쿠스 막시무스’라는 곳이 나온다. 긴 직사각형 모양의 평원인데, 이곳이 로마에서 가장 넓은 전차경기장이었던 곳이다. 불행히도 아들과 방문했을 때는 승마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어 경기장 터를 제대로 관람할 수 없었다.
전차 경기는 나무로 제작한 전차를 타고 트랙을 7번 도는 것이었다고 한다. 4개 팀이 경기를 했는데, 종종 충돌도 일어났던 것 같다. 경기장 터를 봐도 그 크기가 대단함을 알 수 있는데, 4세기 경에는 25만 석 규모까지 확장되었다고 한다.
콜로세움 근처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처음으로 먹었다. 대기줄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집이었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친절해서 어설픈 영어로도 어렵지 않게 주문을 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메뉴는 까르보나라와 피자를 시켰는데, 피자는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까르보나라는 괜찮았던 것 같다. 특히 아들은 그 집의 까르보나라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8월 말의 로마는 무척 더웠다. 특히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를 방문하는 날에 더 더웠던 것 같다. 기억에는 38도 정도였던 것 같은데, 숙소 사람의 말로는 그나마 시원해진 것이라고 했다. 그 며칠 전에는 거리에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실제로 기온이 그렇게 높았지만, 한국의 여름처럼 습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 물 하나 들고 적당히 돌아다닐 만했다.
물과 관련해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로마 곳곳에서 식수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서 바로 물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고, 물통에 물을 받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아들과 나는 걱정이 많아서 생수를 사 먹고 식수대는 이용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을 보니 식수대를 이용해도 크게 문제는 없었을 것 같다.
로마는 참 예쁜 도시다. 그리고 여러 시대가 겹쳐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도시이기도 하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를 실감할 때가 있는데, 로마가 그런 차이를 느끼기에 딱 좋은 곳인 것 같다. 예전에 혼자 왔을 때는 많은 공부를 하지 않고 왔다가, 이번에는 아들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그랬더니 이미 방문했던 곳에서도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고 새로운 감흥을 얻게 되었다. 만약 다음에 또 로마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작고 소박한 흔적들을 찾아보고 싶다. 그러면 또 다른 로마를 만나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