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는 피렌체를 방문할 때 당일치기로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피렌체에서 기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고, 피사의 기차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피사의 사탑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피사를 방문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 피사의 사탑을 보기 위한 것으로, 탑 하나 보려고 왕복 2~3시간을 소모하는 것이다. 웬만한 관광지라면 이렇게 비효율적인 동선을 짜지 않겠지만, 피사의 사탑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
피사는 피렌체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데, 좌석 지정제가 아니다. 우리 지하철처럼 빈자리가 있으면 앉는 방식이다. 그래서 시간을 맞춰 타려고 하면 자리가 없고 서서 가야 한다. 한 시간 정도는 서서 가도 무리가 없겠지만, 혹시 앉아서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10분 정도 전에는 미리 가서 탑승하는 것을 권한다.
피사에서는 내릴 수 있는 역이 두 군데다. 중앙역에서 내리면 15분 정도 걸어야 하고, 로소레 역에서 내리면 5~10분 정도 걷는다고 한다. 우리는 갈 때와 올 때 모두 중앙역을 이용했는데, 아마 중앙역에 서는 기차가 더 많았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시간을 맞추기가 중앙역이 편했다. 게다가 피사라는 도시를 구경하며 걷기에 15분 정도면 딱 적당한 거리였다.
피사는 비잔틴 양식의 탑이다. 사실 탑 모양으로는 별 다를 게 없는 평범한 탑이다. 그런데, 그것이 기울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명한 탑이 됐다. 지반이 약해서 1년에 1mm씩 기울었다고 하고, 많이 기울었을 때는 5.5도 정도까지 기울었던 모양이다. 현재는 4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가장 많이 기울어져 있던 때에 비해 지금은 약간 세워져 있는 셈인데, 그것은 이탈리아 정부가 탑을 똑바로 세우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강철 로프를 이용해 탑을 똑바로 복원하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탑이 덜 기울게 되자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탑이 유명한 이유가 오직 기울기 때문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탑을 바로 세우는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대신 기울어지는 쪽 땅 속에 납 700톤을 심어서 탑이 더 기울어지지 않도록 조치했다.
탑의 꼭대기에는 종이 있는데, 무게가 6톤에 달한다고 한다. 탑이 기울어지는 것은 약한 지반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거운 종도 원인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종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켜 주었다.
광장에는 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례당과 대성당도 있다. 탑은 이 대성당의 부속 건물이다. 세례당과 대성당에 들어갈 수 있고, 사탑의 꼭대기에도 올라갈 수 있지만, 우리는 아무 곳에도 들어가지는 않았다. 아들이 성당 내부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전망대도 대체로 포기하는 여행이었다. 사실, 높은 곳에서 보는 전망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유명한 전망대의 절반 이상은 올라갈 필요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인물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일 것이다. 그가 피사의 사탑에서 중력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하지만, 갈릴레오가 그런 실험을 실제로 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 같다. 제자가 나중에 쓴 책에 그 내용이 있는데, 신빙성이 낮다고 한다. 심지어,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근거가 없다고 하니, 꽤나 많은 신화가 사실로 믿어지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봤던 슈퍼맨 영화가 생각났다. 오리지널 슈퍼맨 시리즈 중에 슈퍼맨이 흑화 하는 영화가 있다. 그때 흑화한 슈퍼맨이 피사의 사탑을 똑바로 세워버린다. 그러자 기울어진 사탑의 모형을 팔던 사람이 모형을 부수며 불평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착해진 슈퍼맨이 피사의 사탑을 원래대로 기울여 놓는데, 그러자 똑바로 선 모형으로 바꿔 팔던 사람이 또 모형을 부수며 불평을 했다.
당연하게도 보는 방향에 따라 기울어진 정도가 다르게 보인다. 사탑이 기울어지는 방향과 90도를 이루는 방향에서 보면 꽤 많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못 찾겠으면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 있는 장소에서 사탑을 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기울어진 사탑을 이용해 재밌는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하고 있을 것이다.
피사 중앙역에서 피사의 사탑 광장까지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왕복으로는 30분 걸리는 셈인데, 피사를 구경하면서 걸으면 크게 힘들지 않다. 로마나 피렌체와는 다른 피사 시내 모습도 은근히 볼만했다. 우리는 피렌체에 도착하는 날, 숙소에 짐을 맡기고 바로 피사로 이동했는데, 그래서 그날은 피사의 사탑 하나 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도 아들의 기억 속에 강렬히 남는 장면이 되었기 때문에 전체 여행 일정 중에서도 나쁘지 않은 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