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는 고대 로마의 흔적이 많지만, 중세 로마의 흔적도 많다. 그리고, 중세 로마는 교회와 교황으로 대표할 수 있다. 처음부터 교회나 교황을 위해 세운 건축물도 있지만, 원래 고대 로마의 것이었던 것을 교회를 위해 사용한 것들도 있다.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4세기에 건축된 성당이다. 로마 귀족과 교황이 같은 꿈을 꾸었는데, 눈이 내린 곳에 성당을 세우라는 꿈이었다고 한다. 그날은 8월 5일로 한여름이었는데, 꿈에서 들었던 언덕에 가니 정말로 눈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세운 성당이 바로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다.
로마의 4대 성당 중 하나이면서, 고대 로마 시대의 구조를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성당이라고 한다. 예수의 말구유 조각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예수와 관련된 유물들을 왜 한 곳에 모아서 보존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성당 중에는 내부가 어두운 곳이 많은데, 이곳은 밝은 편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산탄젤로 성은 테베레 강변에 있는 성이다. 2세기에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자신의 묘를 위해 건축했고, 이후 황제들의 무덤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페스트가 만연한 6세기에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이 성 위에 미카엘 천사의 환상이 나타난 것을 봤다고 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페스트가 사라졌다. 그로부터 약 1200년이 지난 18세기에, 당시의 설화를 기념하여 성 꼭대기에 미카엘 상을 세우게 되었고, 그때부터 ‘천사의 성’이라는 이름도 갖게 된 것 같다.
중세에는 요새나 감옥으로도 사용되었고, 로마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교황의 도피처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성을 둘러보면, 과연 교황이 몸을 숨길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성에서의 전투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산탄젤로 성 내부 구조를 보면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 보였다.
산탄젤로 성은 성 자체도 볼만 하지만, 내부에 있는 박물관도 구경할 만했던 것 같다. 크지는 않지만, 옛날 기사들이 썼던 도구나 성의 옛 모습들이 꽤 볼만했다. 미카엘 상이 있는 옥상으로 올라가면 테베레 강과 로마의 풍경도 볼 수 있고, 카페가 있어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기에 나쁘지 않았다.
산탄젤로 성 옆으로는 테베레 강이 흐른다. 파리에 센 강이 있고, 런던에 탬즈 강이 있다면, 로마에는 테베레 강이 있다. 바로 이 테베레 강이 로마 제국의 기반이 된 것이다. 테베레 강도 센 강처럼 폭이 넓지 않은 강이다. 그래서, 강의 건너편 풍경이 가깝게 잘 보인다. 한 강은 폭이 넓어서, 강 자체와 이쪽 편의 풍경을 주로 즐기는 반면, 센 강이나 테베레 강에서는 이쪽 편보다 건너편의 풍경을 더 즐기게 되는 것 같다. 센 강변 정도의 운치는 아니지만, 테베레 강변도 산책하기에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판테온’이라고 하면 파리의 판테온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로마에도 판테온이 있고, 파리보다는 원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기원전 27년에 아그리파가 건축하였으며 7세기 초에 비잔틴 제국의 황제가 교황에게 기증했다고 한다.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을 뜻하며, 모든 신을 모시는 신전이었다. 그러다 교황의 소유가 된 이후로는 성당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판테온 안에는 특별한 묘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유명한 예술가 라파엘로의 묘로, 성모 마리아상 아래쪽에 있는 것이 라파엘로의 묘다. 다른 하나는 그보다 우측에 있으며, 바로 이탈리아 건국 영웅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묘다. 이탈리아 지역은 로마 붕괴 후 계속 분열 상태에 있다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통일 왕국을 이루었는데, 그래서인지 통일의 주역들이 특별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3일 차에도 전 날과 비슷한 일을 하나 겪었다. 로마에 미슐랭 한식집이 있어 방문했는데, 휴가 중이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루 휴업이면 다음 날에 다시 갔겠지만, 우리가 로마에 있는 기간 내내 휴가였다. 제육과 찌개 같은 것을 파는데, 어떤 맛이길래 미슐랭의 인정을 받았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결국 이날도 맥도널드 햄버거로 한 끼 식사를 대체하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