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걷는 로마 시내

by 취한하늘

아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유럽 여행을 꼭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팬데믹이 종료되어 여행 계획을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첫 번째 여행지는 로마였는데, 늦은 저녁에 숙소에 도착하여 다음 날인 2일 차부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2일 차에는 여행을 막 시작한 다음이라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로마 시내를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그동안 아들이 간 여행지가 싱가포르, 오사카, 다낭으로 모두 아시아권의 나라였기 때문에, 로마가 보여주는 풍경은 무척 새로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 뒤에 아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도시도 로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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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는 분수가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분수는 트레비 분수다. 이 분수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트레비 분수는 18세기에 만들어진 분수라고 한다. 18세기에 교황이 로마시대의 수로를 복원했는데, 이 업적을 기념하고 교황의 위상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것이 트레비 분수라고 한다. 그래서 분수 뒤쪽 건축물의 상단에 교황의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과 천사들이 있다. 참고로 ‘트레비’는 ‘삼거리’라는 뜻이다.


트레비 분수 주변에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소매치기가 활개 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경찰들도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물건은 자신이 잘 지키는 것이 좋다. 그리고, 분수에는 동전이 많이 던져지는데, 2016년 한 해 동안 던져진 동전만 17억 원에 달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분수를 찾는다는 뜻일 것이다. 분수에 던져진 동전들은 모두 수거해서 좋은 일에 기부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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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마에 두 번째 방문한 것인데,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스페인 계단이 공사 중이었다. 그래서, 스페인 계단은 나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총 137개의 계단이 있다고 하는데, 끝까지 올라가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끝까지 올라가면 보기 좋은 풍경이 펼쳐지기는 하지만, 계단 자체가 아주 특별한 느낌은 아니었다. 아마, 영화가 아니었으면 명소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행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계단에 앉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계단에 많이 앉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단에 앉지 못하게 하고 있다. 덕분에 지나다니기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말이다. 계단 바로 앞에는 와인운반선 모양의 작은 분수가 있다. 테베레 강이 범람해서 와인운반선 바르카챠가 이 앞까지 흘러들어 왔고, 그것에 영감을 얻어 만든 분수라고 한다. 큰 분수는 아니지만 사진으로 남길만한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스페인 계단 근처에는 유료 화장실이 있다. 계단 위쪽에 화장실이 있다는 글을 읽고 위에서 찾았는데 없었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밑으로 내려가라고 해서 다시 밑으로 내려와서 찾았다. 계단을 바라보고 왼쪽 방향으로 조금 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화장실 입구가 보인다. 요금이 1유로였는데, 2유로짜리 동전 밖에 없어서 관리인에게 거슬러 달라고 했더니 1유로짜리 동전이 없으면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 분명 거스름돈이 있는데도 거슬러 주지 않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그때 다른 관광객이 1유로를 대신 내줘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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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광장은 로마시대에 스타디움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이 광장에도 세 개의 분수가 있다. ‘넵튠의 분수’, ‘무어인의 분수’, ‘강의 분수’라고 불린다. 이쯤 되면 로마 사람들이 분수를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만, 나보나 광장의 세 분수는 정비 중이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광장 한쪽에는 산타네제 인 아고네 성당이 있는데, 이 성당에 얽힌 설화가 하나 있다. 아그네스라는 성녀가 발가벗긴 채 거리에 던져졌는데, 곧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 온몸을 덮어주었다는 설화다. 로마에서는 교회와 관련된 설화를 여러 번 만나게 되는데, 아무래도 교황이 있던 곳이라서 그런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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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때문에 유명한 장소로 ‘진실의 입’도 있다. <로마의 휴일>에서 남자 주인공이 손을 넣으며 장난쳤던 바로 그 장소다.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는 줄이 길지 않아 금방 찍을 수 있었다. 기부는 받지만 요금은 따로 없었다. 아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서 별로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꼭 사진을 찍고 싶어 해서 잠시 줄을 선 후에 사진을 남겼다. 진실의 입은 바다의 신 ‘트리톤’의 얼굴 모습이라고 하는데, 놀랍게도 하수도 덮개로 쓰던 물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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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점심때 유명한 피자집을 방문했는데, 그날이 휴무일이었는지 문을 열지 않았다. 아들과 나는 둘 다 햄버거를 좋아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을 때는 맥도널드를 많이 이용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7~8번은 먹은 것 같은데, 아마 이 날도 맥도널드로 점심을 대체했던 것 같다. 아들은 한국에서는 맥도널드를 먹지 않는데, 여행을 다니면서는 맥도널드 햄버거(특히 치킨버거)에 무척 만족해했다.


먹는 것에 있어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로마에서 티라미수를 먹지 않았던 것이다. 아들이 케이크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일정에 넣어 놓지 않았는데, 여행을 다녀온 후에 로마의 티라미수를 먹지 못하고 와서 아쉽다고 했다. 아쉬운 게 있어야 또 여행을 갈 테니, 아들에게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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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의 마지막은 젤라토로 장식했다. 로마의 3대 젤라토에 속하면서 한국에도 지점이 있는 브랜드다. 마침 숙소 근처에 있어서, 숙소 들어가는 길에 젤라토를 먹었다. 한국에서 젤라토를 먹는 것에 비하면 가성비도 나쁘지 않고, 맛은 무척 좋았던 것 같다. 매장이 넓어서 하루의 여독을 풀며 쉬기에도 좋았다.


시차 적응도 되기 전에 너무 많이 걸어 다닌 것 아닌가 싶었지만, 되돌아보니 이때 많이 다니기를 잘한 것 같다. 아들의 기억 속에 로마의 첫인상이 지금도 강하게 남아있다. 첫날이 만족스러워서 이후의 여행에도 큰 기대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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