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하나 이야기 하나
어렸을 때, 광복절이나 삼일절 같은 공휴일이 되면 텔레비전을 많이 봤다. 그런 날들에는 특집 프로그램을 많이 해줬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은 꼭 챙겨 봤는데, 그때 단골로 편성되던 애니메이션이 바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었다.
디즈니라는 이름은 그렇게 애니메이션을 통해 먼저 알았던 것 같다. ‘디즈니랜드’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그나마도 자세히 알지는 못했고, 미국에 있는 엄청 큰 놀이동산이라는 정도만 알았다. 콜라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정보가 워낙 부족했기 때문에, 자연농원(지금의 에버랜드)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디즈니랜드를 처음 가 본 것은 2006년에 도쿄에서 일할 때였다. 팀원들이 테마파크를 좋아해서 몇 번 같이 갔다. 도쿄에는 디즈니 테마파크가 두 개 있는데,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씨(sea)’다. 디즈니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동산이었고, 디즈니씨는 성인을 타깃으로 하는 테마파크였다. 그래서 디즈니씨에 역동적인 놀이기구가 더 많았다.
개인적으로 놀이기구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편이다. 그래서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것을 절대 타지 않는다. 그런데, 디즈니씨를 방문했을 때는 팀원들을 생각해서 같이 탔다. 그중 특별히 생각나는 놀이기구가 하나 있는데, 테마가 땅속 열차 같은 것이었다. 이미 롤러코스터 같은 것을 몇 번 타고난 후였던 것 같다. 그나마 땅속으로 달리는 것이니 높은 곳을 달리는 롤러코스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했다. 실제로 열차는 어두운 터널 속을 계속 달렸고, 나는 빠른 속도에만 적응하면 되었다. 그런데, 어두운 터널을 달리던 기차가 어느 순간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순간, 나는 굉장히 높은 곳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기차가 조만간 빠르게 낙하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지금도 디즈니랜드를 생각하면 그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디즈니랜드는 전 세계에 6개 존재한다. 미국에 2개, 중국에 2개, 그리고 파리와 도쿄에 있다. 큰 아이가 놀이기구를 워낙 좋아해서, 큰 아이와 여행할 때는 테마파크를 꼭 방문했다. 그래서, 도쿄, 홍콩, 파리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경험했다. 그중 홍콩과 파리의 디즈니랜드는 아이가 놀이기구를 한참 좋아하던 시절에 방문했다. 아이에게 디즈니랜드는 놀이기구를 마음껏 탈 수 있는 곳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캐릭터와 사진도 찍고, 좋은 자리를 찾아 퍼레이드를 보기도 하는데, 우리는 오직 놀이기구에만 전념했다. 그래서, 홍콩과 파리의 디즈니랜드에서는 놀이기구를 15번 정도씩 탔던 것 같다. 그나마 10살이 되기 전이어서, 어린이가 탈 수 있는 것만 탔던 것이 내게는 다행이었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사람들이 즐길 테마도 많고 놀이기구도 많다. 게다가, 시대가 바뀌면 사람들의 노는 방식도 많이 바뀐다. 그래서 디즈니랜드의 위상이 예전만큼은 아닐 것 같다. 그래도 디즈니만의 차원이 다른 고객 관리는 여전히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고, ‘디즈니’라는 반가운 이름은 꾸준히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내가 비록 디즈니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에 나를 기쁘게 하고 설레게 했던 이름이 아직도 당당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반갑게 느껴진다. 내가 다시 디즈니랜드를 방문하게 되는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추억을 떠올리며 한번 돌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