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라루
격동의 시대에 가장 커다란 위험은 격동이 아니다. 그것은 어제의 논리를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다.
- 피터 드러커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가 등장한 이후, AI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일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워크플로우에서 AI를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AI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워크플로우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면, 자동화가 진행된 공장에서는 이미 자동화 시스템이 워크플로우의 중심이 되어 있다. 사람은 자동화 시스템의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존재다. 이제 그런 형태가 화이트 칼라 업무 환경에서도 필요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AI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워크플로우는 어떤 형태일까?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를 창조할 수도 있지만, 이미 과거에 언급된 적이 있는 것 중에서 AI 시대에 맞는 것을 찾아낼 수도 있다.
<조직의 재창조>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기계를 모델로 하는 현재의 조직 형태(‘오렌지색 조직’으로 언급하고 있다)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조직으로 ‘청록색 조직’을 제시한다.
‘청록색 조직’은 이 책에서 처음 언급하는 조직 형태는 아니다. 이미 그런 형태로 운영되는 조직들이 존재하고, 눈에 띄는 성공 사례들이 존재한다. <조직의 재창조>는 그런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새로운 조직 이론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록색 조직’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경영’이다. ‘자기경영조직’은 조직을 구성하는 여러 하위그룹이 마치 독립적인 사업체처럼 운영되는 조직이다. 게임 회사를 예로 들면, 게임을 만드는 각 조직들이 마치 하나의 기업인 것처럼 운영되는 조직이다. 게임을 만드는 팀에서, 필요한 인원을 알아서 채용하고, 구성원들의 임금도 알아서 결정하며, 제품의 설계, 판매, 마케팅 등도 알아서 진행한다. 평가도 알아서 하고, 법적이거나 재무적인 이슈들도 알아서 해결한다. 한마디로, 기존에 존재하던 인사, 재무, 법무, 총무 등의 조직이 사라지고, 제품을 만드는 각 조직들이 알아서 하는 형태이다. 심지어 경영진조차 필요하지 않아서, 중요한 의사결정도 각 단위 조직들이 알아서 결정한다.
이러한 ‘자기경영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강한 몰입’에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동기부여가 알아서 매우 잘 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단위 조직들이 거의 대부분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열망과 실천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반면 단점도 있는데, 재무, 법무, 마케팅, 인사, 경영 등의 전문성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너무 큰 단점이기 때문에 이 조직 형태가 널리 퍼지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AI가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AI는 기존에 존재하던 ‘전문성의 벽’을 허물고 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와 동일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AI의 큰 효용이다. 그러니까, 자기경영을 하는 단위 조직들의 부족한 전문성을 AI가 채워줄 수도 있는 것이다. 재무, 법무, 마케팅, 인사, 경영을 AI가 도와준다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단위 조직들이 독립된 사업체처럼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기존의 조직 형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자기경영’이라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아마 몇 가지 문제점을 금방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조직의 재창조>에는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이 대부분 들어 있다. 조직 운영에 관해 상당히 넓은 범위를 취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구성원이 시스템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조직의 재창조>는 출간된 지 꽤 오래된 책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절판되었다. 아마 책이 담고 있는 이론은 훨씬 더 오래된 내용일 것이다. 따라서, AI시대에 책의 내용이 모두 어울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생각해 볼만하다. 기존의 조직 형태를 AI 시대에 맞게 개편하고자 할 때 참고가 될 것이다. 혹은 소수 인원으로 창업하는 스타트업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도 있다. 책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적용한다면, 여러 스타트업이 연합하는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일하는 환경에도 점차 변화가 적용되고 있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적응이 빠른 플레이어가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 시대의 일터에 관해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시도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심지어, 생각하는 변화가 ‘자기경영’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구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사람은 누구나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이상주의자가 아니면 바보라고 불릴 수 있다. 인류학자인 마가렛 미드는 이런 말을 했다. “세계를 변화시키는데 헌신적인 소수의 사람들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마십시오. 세상은 바로 이들이 변화시켰습니다.” 만일 당신이 그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좀 더 혼이 담기고, 목적지향적이며, 생산적인 일터를 만들고자 하는 소명감을 느낀다면 나는 이 책이 당신에게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충분한 자신감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부디 이 책이 당신의 여정에서 실용적 안내서가 되기를 기원한다.
- 프레데릭 라루, <조직의 재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