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보는 삼국지 인물
@ 본문의 인물평은 가벼운 생각으로 적은 것이니, 진지하게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요즘 ‘재평가’라는 말이 누리꾼 사이에서 종종 회자된다. 과거의 어떤 사건이나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재평가’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삼국지에서 대표적으로 재평가를 받게 된 인물이 누굴까? 여러 인물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조조’라고 생각한다. 조조는 전통적으로 삼국지의 가장 큰 ‘빌런’이었다. 유비는 세상을 구하려는 착한 주인공이고, 조조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천하의 역적이라는 것이 전통적인 구도였다. 삼국지의 작가인 나관중이 애초부터 이러한 구도로 삼국지를 만들었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조조에 대한 이러한 평가가 달라졌다. 내 기억에는 이문열의 ‘삼국지’에서부터 새로운 평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새로운 평가의 핵심은 바로 ‘리더십’이었다. 고전적인 평가가 주로 ‘도덕성’에 치우쳐 있던 것에 비해, 새로운 평가는 ‘리더로서 얼마나 적절히 행동하였는가’에 기준을 두고 있었다. 물론, 리더의 자질에는 도덕성도 포함된다. 도덕성이 결여된 리더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삼국지에 묘사된 조조의 도덕성은 좋다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쁘다고 보기도 어려운 정도였다. 여기에, ‘리더의 자질’이 조직의 운명을 크게 좌우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조조에 대한 재평가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조조는 어떤 장점이 있어 어지러운 천하를 평정하는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을까?
먼저, 조조는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알았던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세상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먼저 반동탁 연합을 결성한 점이 있다. 동탁이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었고, 거기에 반감을 가진 지역의 제후들이 많았다. 조조는 이런 상황을 이용할 줄 알았고, 반동탁 연합을 결성하자는 격문을 통해 쉽게 자신의 명성을 드높였다. 동시에, 연합의 맹주를 원소에게 양보함으로써 제후들의 경계 대상으로부터 벗어나기까지 했다. 황제가 이각/곽사로부터 도망치고 있을 때, 재빨리 움직여서 황제라는 커다란 실리를 획득했고,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불리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정확한 판단과 과감한 행동으로 여러 번의 군사 작전을 지휘하여 승리하기도 했다.
조조는 또한 인재를 아낄 줄 알았다. 아마 이것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조조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우를 자기편으로 포섭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관우가 유비의 진영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순순히 보내준 것은 어떤 제후도 할 수 없는 조조만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제갈량은 큰 실수를 한 마속을 처형하여 군율을 잡았지만, 조조는 큰 실책을 한 부하를 용서하여 더 큰 충성심을 확보할 때가 많았다. 심지어 책략으로 조조가 매우 아끼는 호위무사와 맏아들을 죽게 한 가후를 부하로 포용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삼국지에서 인재의 소중함을 가장 잘 아는 리더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세 번째로, 조조는 늘 성장을 추구했다. 아마 삼국지에서 조조는 가장 많은 세력과 대결을 벌인 제후일 것이다. 그중에는 어려운 싸움도 많았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조조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조직의 명운을 거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안 되는 이유보다 되는 이유에 집중했고, 그래서 꾸준히 자기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조직뿐만이 아니다. 삼국지 초기에 조조는 병법에 능한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많은 경험과 배움을 통해 성장했고 나중에는 손자병법에 주석을 달 수 있을 정도가 된다.
결국,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고,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며,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리더가 조조였다. 물론, 거짓을 일삼기도 했고, 때로는 누명을 씌워 억울한 사람을 죽게 만들기도 했으므로, 현대의 윤리적 기준으로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점도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상황 속에서 조조의 세력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조조의 리더십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 그리고, 조조의 리더십이 보여주는 큰 맥락이 현대의 수많은 경영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리더십의 맥락과 닿아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상상을 해 본다. 만약, 유비, 조조, 손권, 원소, 공손찬, 유표, 유장, 도겸 등이 각각 경영하는 기업이 존재한다면, 현대의 사람들은 어떤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