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한 번 쓸 때마다 지구는 얼마나 아플까?
일상에서 ChatGPT나 구글 Gemini 같은 AI 도구는 이제 상당히 우리 곁에 스며들었다. 이렇게 AI를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지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AI가 일상의 필수품이 된 만큼, 그 환경적 대가도 무시할 수 없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Gemini의 환경 영향 분석 결과를 통해 AI의 실제 환경 부담을 살펴본다.
구글은 자사의 AI 어시스턴트 Gemini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1년간 본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메일부터 캘린더, 구글 드라이브, 지도 등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든 Gemini의 실제 환경 부담을 측정한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는 구글 지도의 사용은 제한적이긴 하다).
연구진은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배출량, 물 소비량이라는 세 가지 핵심 지표로 Gemini의 환경 발자국을 추적했다. 분석 범위는 텍스트 처리 추론에 한정했으며, 데이터센터 건설부터 하드웨어 제조와 같은 운영 제어 부분을 포함한 종합적인 평가를 진행했다. (단, 인터넷 롸우팅이나 소비자 장치는 고려하지 않는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기존 추정치보다 환경 부담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Gemini에게 평균적인 질문 하나를 던질 때:
에너지: 0.24Wh 소비 - 전자레인지를 약 1초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수준
온실가스: 0.03g 배출 - 웹페이지 하나를 불러올 때와 비슷
물 사용량: 0.26ml 사용 - 대략 물방울 5방울 정도
이 수치들은 우리의 직관과는 상당히 다르다. AI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일상적인 디지털 활동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구글의 맞춤형 AI 칩인 TPU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58%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하드웨어 최적화가 환경 효율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개선 속도다. 2024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단 1년 사이에 Gemini의 환경 성능이 극적으로 향상되었다:
에너지 소비: 33배 감소
온실가스 배출: 44배 감소
이런 급격한 개선은 두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친환경 전력 조달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둘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환경 문제 해결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구글이 저탄소 전력 구매에 집중한 결과, 실질적인 탄소 발자국 감소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다른 AI 모델들과 비교하면 환경 영향 수치가 천차만별이다.
Mistral Large 2 모델의 경우, 400 토큰 프롬프트당 온실가스 1.14g, 물 45ml를 소비한다고 발표했다. Gemini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Gemini: 프롬프트당 온실가스 0.03g, 물 0.26ml
Mistral Large 2: 프롬프트당 온실가스 1.14g, 물 45ml
무려 38배에서 173배까지 차이가 난다. 같은 AI 기술인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극적인 차이는 측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구글은 자체 통제 가능한 영역, 즉 데이터센터 운영과 하드웨어 제조에 집중했다. 반면 인터넷 라우팅이나 사용자 단말기 소비, 전력 생산 과정의 물 사용 등은 제외했다.
더 중요한 것은 AI 훈련(training) 과정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AI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마치 자동차의 연비를 계산할 때 제조 과정을 제외하는 것과 같다.
또한 구글은 저탄소 전력 구매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산정했다. 실제 지역 전력망의 배출량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해외에서는 전력 구매 가격이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경우가 흔하며,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저탄소 전력은 구매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되었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기업의 환경 정책을 평가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실제 환경 영향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핵심은 측정 방식의 표준화다. 같은 기술을 두고도 평가 방법에 따라 결과가 수십 배씩 차이나는 상황에서는 소비자도, 정책 입안자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현재 AI 업계에서는 환경 영향 평가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 자사 통제 가능 영역 중심의 측정
Mistral: 더 포괄적인 범위의 환경 영향 분석
독립 연구기관들: 전체 생명주기를 고려한 평가 방법론 개발
이런 시도들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AI 업계 전반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통 측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국제 표준화 기구나 정부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 제정도 필요한 시점이다.
구글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AI의 환경 영향이 생각보다 관리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다. 하지만 동시에 투명하고 표준화된 측정의 중요성도 일깨워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개인 차원: 불필요한 AI 사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프롬프트 작성으로 재질문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업 차원: 환경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글처럼 친환경 전력 사용을 늘리고, 하드웨어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정책 차원: 신뢰할 수 있는 환경 영향 평가 기준을 만들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AI가 우리 삶의 필수품이 된 지금, 중요한 것은 사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웹페이지 하나 여는 것만큼 가벼운 AI 사용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방면에서 관심을 가지고 행동에 옮겨볼 필요가 있다.
REFERENCES
[2] https://www.technologyreview.com/2025/08/21/1122288/google-gemini-ai-energy/
[3] https://mistral.ai/news/our-contribution-to-a-global-environmental-standard-for-ai
[4] https://www.cbsnews.com/news/ai-environment-impact-study-energy-usage-google-gemini-prom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