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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그것 참 괜찮은데?

대리 성취감에서 피어나는 삶의 동력

by Dr Vector

아이가 수학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다.

상장과 메달을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멋지게 전시해 두었다.

처음 도전한 대회였고, 결과도 좋았다. 아이가 무척 기뻐했고, 그 모습을 본 나도 참 기뻤다. 그런데 이 기쁨은 단순한 ‘함께 기뻐하는 마음’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내가 무언가를 이뤄서 생기는 성취감과도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를 통해 느끼는 뿌듯함.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어쩐지 내가 칭찬받는 기분이다.
이게 바로 대리 성취감일까?

ChatGPT Image 2025년 7월 25일 오후 04_10_42.png 작은 손안에 담긴 큰 성취의 무게

아이의 성취는 내 안의 동기를 건드린다.

최근 내 일상에서, 내가 성취감을 또렷하게 느끼는 날은 많지 않았다.

보람찬 하루보다는 버티는 하루가 많았고, 행복함보다는 무덤덤함에 더 익숙했다.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뭔가 해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게도 내 안에서 에너지가 차오른다.

"우와, 첫 도전인데도 너무 잘했어!"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고, 꼭 안아준다. 빙긋 웃으며 나도 뭔가 하고 싶어진다.

이것은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은 것이 아닌, 나 자신이 일어서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묘하게도, 계획하지 않은 다짐이 불쑥 생긴다.


대리 성취감, 그것은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

그래, '잘 키우고 있어.' 하는 안도감.

'이 아이에게 내가 본보기가 되어야지.'라는 다짐.

'기분이 좋으니 뭘 해도 잘 될 것 같아.'는 긍정의 신호.

이런 감정들이 엉겨 반짝이는 하루를 만든다.

아이의 작고 묵직한 메달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성취는 꼭 내 손으로 이뤄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경험하는 성취감도

우리를 앞으로 걷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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