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성취감에서 피어나는 삶의 동력
아이가 수학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았다.
상장과 메달을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멋지게 전시해 두었다.
처음 도전한 대회였고, 결과도 좋았다. 아이가 무척 기뻐했고, 그 모습을 본 나도 참 기뻤다. 그런데 이 기쁨은 단순한 ‘함께 기뻐하는 마음’과는 조금 결이 달랐다. 내가 무언가를 이뤄서 생기는 성취감과도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를 통해 느끼는 뿌듯함.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어쩐지 내가 칭찬받는 기분이다.
이게 바로 대리 성취감일까?
최근 내 일상에서, 내가 성취감을 또렷하게 느끼는 날은 많지 않았다.
보람찬 하루보다는 버티는 하루가 많았고, 행복함보다는 무덤덤함에 더 익숙했다.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뭔가 해내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게도 내 안에서 에너지가 차오른다.
"우와, 첫 도전인데도 너무 잘했어!"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고, 꼭 안아준다. 빙긋 웃으며 나도 뭔가 하고 싶어진다.
이것은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은 것이 아닌, 나 자신이 일어서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묘하게도, 계획하지 않은 다짐이 불쑥 생긴다.
그래, '잘 키우고 있어.' 하는 안도감.
'이 아이에게 내가 본보기가 되어야지.'라는 다짐.
'기분이 좋으니 뭘 해도 잘 될 것 같아.'는 긍정의 신호.
이런 감정들이 엉겨 반짝이는 하루를 만든다.
아이의 작고 묵직한 메달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성취는 꼭 내 손으로 이뤄야만 의미가 있는 걸까?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경험하는 성취감도
우리를 앞으로 걷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