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유럽의 중국이라고?

프랑스식 '자유'에 대한 고찰

by 건빵

부활절 연휴를 맞아 일주일간 프랑스 파리에 다녀왔다((현재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 중이다).


사람들은 프랑스를 ‘유럽의 중국’이라며 비꼬듯 말한다.

나 역시 프랑스식 ‘자유’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가져왔다. 프랑스인에게 있어 ‘자유’란,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조차 내 자유’와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해왔다. 이건 우리나라에서 중요시하는 ‘배려’의 미덕과는 완전히 상충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선 자연스레 ‘배려 부족’, 혹은 ‘이기주의’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신기하긴 했다. 눈치보지 않고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지하철 역사 내에서, 심지어는 지하철 내부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어느 곳에서든 시끄럽게 떠드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 그런데 이게 막상 겪어보니 이 도시 안에선 시끄러움이 민폐가 아니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특히 내 생각을 조금 바꾸게 된 계기가 있다. 시위로 인해 잘 가던 지하철이 갑작스레 정차한 일이 두어번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지하철에서 나가지 않고 느긋하게 앉아 몇분이고 기다렸다. 그렇게 시위를 불쾌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고 프랑스식 자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내가 너무 나쁘게만 생각해온 것은 아닐까, 하고.


그래서 프랑스 관련 유튜브를 몇 개 보았는데, 프랑스에서 산 경험이 있던 유튜버 조승연씨는 한국보다는 프랑스가 추구하는 자유와 좀 더 맞다고 하시더라. 한국인이 그렇게 말하는 건 처음봐서 신선했다. 프랑스식 자유가, 조승연씨처럼 양쪽 문화를 다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화의 우열’이 아니라 ‘가치의 우선순위’일 수 있겠구나.


챗지피티에게 프랑스식 자유에 대해 물었더니 같은 말을 했다. 프랑스에서는 자유(liberté)가 단순히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의 자유라기 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개인의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누군가의 불쾌함이나 불편함이 ‘자유의 부작용’이 아니라 ‘자유의 본질’이라는 시선.

지피티는 프랑스식 자유를 무조건 부정적인 개념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 자유 개념이 가진 급진성과 자기표현의 용기 같은 면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신념을 내세울 수 있다는 건,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내면과 진정성에 집중한 결과니까.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지하철 시위, 쓰레기 수거 파업, 심지어 교사·의사·변호사 파업까지 다양하게 일어나게 일어나는데, ‘왜 이렇게 까지 해?’ 보다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정서가 많다고. 한국에는 파업이나 시위가 일어나면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조용히 하라’는 압박이 팽배한데, 프랑스는 그걸 하나의 민주주의적 표현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노동자가 ‘조용히 있어야 인정받는 존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프랑스식 자유를 무조건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자기 방식으로만 목소리를 내면 사회가 유지되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너무 ‘조화’와 ‘질서’만을 강조하면서 정당한 외침까지 억눌러온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다함께 이야기를 해보아야 할텐데.

이야기할 커뮤니티가, 없다. 정말로 없다.

한국에선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는 것조차 꺼리지 않는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만 의견이 드세진다. 공론의 장이 부족하여 인터넷에서 싸우기만 하니 서로 이해하기가 참 어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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