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가지고는 야근을 할 수가 없었어요
모자란 업무역량 향상을 위해 저녁에 남아 있는 데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야근을 하니 업무의 이해 정도는 높아졌습니다. 조금씩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히,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적은 시간을 쓰고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기본적인 업무 지식, 기존에 진행되던 업무의 히스토리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투입해야만 했지요. 문제는, 저녁에 일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의지력이 급속도로 떨어졌습니다. 분명 아침에 출근할 때는, 아내에게 퇴근이 늦을 거라고 이야기 하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늦은 오후가 될 때쯤이면, 정신적 / 육체적인 피로가 겹치면서 의지력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회의가 많은 날이거나, 신경쓸 내용이 많은 업무가 있는 날이면, 더더욱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더군요.
업무가 아무리 바쁜 조직이라도, 각자 개인 일정에 따라서 정시 퇴근하는 사람이 한두 명씩은 꼭 있게 마련입니다. 퇴근시간이 되면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해지지요. 가방 들고 퇴근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지요. ^^ 그러면 자연스럽게 저도 퇴근했습니다. 강제로 할 일이 있어서 남는 거면 타의에 의해서도 남겠지만, 자기 의지로 남는 것은 쉽지가 않지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의지력은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BJ 포그의 유명한 저서, <습관의 디테일>에 따르면, “동기와 의지는 본래 변하는 성질이 강해서 믿을 게 못된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데이먼 자하리아데스의 <작은 습관 연습>은, “과학자들은 의지력이 한정된 자원임을 밝혀냈다. 의지력은 시간이 갈수록 고갈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의지력은 연료나 배터리처럼 유한한 자원이어서, 하루 종일 사용하고 나면 저녁쯤에 방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지요. 설령 야근을 했다 하더라도, 정신이 피곤한 상태에서 고갈된 의지력을 가지고 업무나 학습 효율이 높을 수가 없었습니다. 성장을 위한 자본을 축적하는 중요한 시간대를, 의지력이 고갈될 즈음에 배치하는 것은 그리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야근을 하게 되면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점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신입사원이었고, 아내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외지에 정착해서 이제 막 첫째 아이를 출산한 입장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아이와 씨름하며 제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던 상황이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회사에서 밀린 업무 공부를 하겠다고 저녁 8시, 9시까지 남아 있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제 의지력이 고갈되는 만큼, 육아로 지친 아내의 의지력도 당연히 고갈되어 있었겠지요. 초보 아빠였던 저와 아내에게, 저녁 시간은 회사보다는 가정을 위해 사용되어야 했습니다. 함께 아기도 돌보고, 저녁식사도 하고, 대화도 할 시간이 필요했지요.
이 시기에 마음이 참 편치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의지력이 고갈되어 일찍 퇴근하는 날은 업무 생각에 마음이 늘 불편했지요. 회사에 남아 있는 날에는, 고갈된 의지력으로 버티기도 힘들뿐더러 집에서 연장 독박 육아를 하고 있을 아내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마음이 불편한 상황은 오래 지속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방편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새로운 묘안을 찾아내게 됩니다. 바로 조기 출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