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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계발팩토리 Apr 19. 2022

야근을 하느니 조출을 하겠어요

새벽 출근을 하기로 마음먹다

워라밸을 지키기 위한 고육책


당시 회사에서는, 저녁식사 이후 2시간을 일하면 야근으로 인정했고, 마찬가지로 아침식사 시간 이전 2시간 먼저 나와 일하면 조기출근으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새벽 5시 30분 전에 출근하면, 2시간 초과 근무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었죠. 저녁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찍 퇴근하는 대신, 아침에 일찍 나와서 일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건 늘 힘든 일이었지만, 5시 29분에 출근하느냐 31분에 출근하느냐에 따라 초과근무 인정 여부가 달라졌기 때문에 어쨌든 출근을 했습니다. 해 뜨기 전은 매우 선선했습니다. 당시 여름이었기 때문에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땀을 뻘뻘 흘리며 출근하다가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출근하니 기분이 상쾌하더라고요.     


당연하게도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텅 빈 넓은 사무실에 저 혼자 있으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신입사원이 괜히 오버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일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나니 한걸음 앞서나간 느낌도 들었지요.      


아무도 없으니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말 거는 사람도 없으니 방해 없이 집중해서 자료도 보고, 할 일도 정리하고, 업무 관련된 공부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 정도 일하고 나서 아침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가니, 출근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8시 넘어서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들에 비해, 두세 시간 먼저 일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두뇌도 워밍업이 되어 있었고, 지난 밤에 발생했던 이슈들도 먼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평상시에는 하지 않던 아침식사까지 여유있게 하니, 아침 정규 회의 시간에는 훨씬 더 에너지가 생기더군요.      


아침 출근은 꽤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조기 출근은 다양한 이유로 매우 유익한 선택이었습니다.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차원에서도, 일과 삶의 밸런스 차원에서도, 건강을 지키는 차원에서도 말이지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아침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는 저녁 시간보다 훨씬 더 업무효율이 좋았습니다. 일이 끝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근무를 연장할 수 있었던 야근과는 달리, 새벽 근무는 정규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했습니다. 당연히 “오늘은 무엇무엇을 해야겠다.” 라는 계획이 서 있어야 했고, 그 덕분에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죠. “두 시간 동안 의미있는 걸 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집중력도 높아졌습니다.     


저녁 시간에 비해 아침 시간은, 에너지 활용 면에서도 더 좋았습니다. 하루 중 가장 똑똑하고 정신이 명료한 시간대에 중요한 일을 배치하는 것은, 여러 시간관리 대가들의 조언과 부합하는 일이었지요.     


저녁에 “남을까, 일찍 갈까” 하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매일 저녁 의지력과의 싸움을 벌일 필요 없이, 그야말로 “이기고 시작하는”게임이었으니까요.      


약간은 오버스러울 수도 있는 아침 출근 첫 시도는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아침 출근 패턴은 이후 직장에서의 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습니다. 


조출을 하다보니 찾아 온 변화


회사는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곳입니다. 당연히, 내가 맡은 업무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업무 결과물과 제안 자료를 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하루 동안에 읽어야 할 제안 자료와 발표자료의 양은, 짧은 시간 내에 다 소화해 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나는 혼자이지만, 나와 함께 일하는 선배와 동료들은 십수 명이 넘기 때문이지요.      


제가 소속되어 있던 부서는, 회사의 업무 흐름상 여러 부서의 의견을 조율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고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내 업무 영역”은 잘 알아야 했고, “다른 사람의 업무영역”까지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제대로 대답을 못 했다가는, “아니, 그런 것도 모르고 있으면 어떻게 해!” 라는 질책을 듣기 딱 좋았지요.      


수십 명이 제각각 만든 실험 보고서와 제안 자료를 모두 읽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던 고참들은 “네가 알고 있어야지, 그것조차도 모르고 있으면 어떡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군기를 잡으려고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상황에서 신입사원이 “아니 제가 그것까지 어떻게 다 알아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요.      


어쨌든 자료를 보고 이해해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일단 새벽 시간에, 전날 우리 팀 동료들이 만든 자료들, 우리 팀이 참석한 미팅에서 논의된 자료들, 전날 메일에 첨부된 자료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는 따로 적어 놓고 일과 시간에 선배들에게 물어 보았지요.      


처음에는 아무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점차 조금씩 자료의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자료를 읽을 때 연관된 다른 자료의 내용이 생각나기 시작했어요. 논리의 흐름이 보였고, 일의 히스토리가 파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은 선배 사원들에게 물어 보면서 배워 갔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해 갔어요. 미팅에서 “잘 모르겠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빈도가 줄어들었습니다. 그것만 해도 일단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있으면 어떡해?” 소리는 정말 죽어도 듣기 싫었거든요. 어쨌든 아침에 출근해서 미리 예상질문에 대응하다 보니, 선배들의 질문에 조금씩 제대로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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