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벽에 출근하는 이유 (6)
아침 시간은 분주합니다. 24시간 업무가 돌아가야 하는 업종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아침 시간은 전날 있었던 이슈를 처리해야 하고, 모두가 모이는 아침 회의 시간에 공유하거나 보고할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아침 회의 전에는, 급박하게 업무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미팅이 계층적으로 있기 때문에, 상부에서 요구하면 하부에서 준비할 시간은 더더욱 급하기 마련이지요.
다음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아침 시간의 풍경입니다. 전날 생산된 제품에서 불량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생산팀장은 심기가 언짢습니다.
팀장 : 최 선임, 어젯밤에 제품 불량이 발생했던데, 어떻게 개선할 생각인가요?
팀원 : (무슨 소리지??) 네? 아, 그게 일단... 원인을 좀 알아보고...
팀장 : 불량 발생 원인이 뭔가요? 우리 잘못인가요, 설계팀 잘못인가요??
팀원 : (지금 출근했는데..)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팀장 : (모른다고? 지금 난리가 났는데...) 하... 알겠어요. 불량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수준은 확인이 되었나요?
팀원 : (지금 처음 듣는데..) 어.. 저, 그게... 그것도 같이 확인해 보겠습니다.
팀장 : (뭐라고? 이놈이..) 아니 그런 것도 모르고 있으면 어떡... 왜 하나도 알고 있는 게 없어요?
팀원 : 네?? 아니 저도 지금 나와서 처음 듣... 네, 죄송합니다. 빨리 확인해 보겠습니다.
팀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억울할 겁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혼이 났으니까요. 실제 이 팀원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출근 시간을 어긴 것도 아닙니다. 아침 회의시간에 처음 접한 이슈이기 때문에 상황파악 할 틈이 없었지요. 잘못이 있다면 성질 급한 팀장을 상사로 두었다는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못이 없다고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요. 팀장도 얼른 원인을 파악해서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 입장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임원에게 한 소리 들어서 기분이 언짢은 상황일 수도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슈에 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상사의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평가를 떠나서, 회의 시간에 이런 소리를 들었다는 자체가 기분을 언짢게 합니다. 하루의 시작부터 이런 말을 들었으니 오전 내내 감정이 좋지 않겠지요.
만약 일 욕심이 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함이라면, 이런 상황을 만났을 때 실점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고객인 상사가 만족하지 못했고,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위치에 섰기 때문입니다. 게임이든 스포츠든 일이든 수세에 몰려서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이를 만회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준비할 틈도 없이 상사의 추궁성 질문공세를 받는 상황은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한두 번쯤은 겪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쉽게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수세적인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미리 조치함으로써 어느 정도는 미리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아침 미팅 전에 충분한 사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일찍 출근해 보는 것이지요.
업무상 실점을 죽도록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찍 출근해서 이슈를 파악하고 선점합니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상황을 팀장보다 먼저 인지하고 보고하는 것이지요.
다음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새벽 여섯시에 출근한 박 선임은, 전날 밤 제품 평가 부서에서 보내 온 메일을 통해 제품에 대규모 불량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바로 평가 부서에 연락해서 불량의 규모와 범위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협업 부서에 출근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서, 불량 발생 사실을 전달하고 원인을 물어 봅니다. 협업 부서로부터 담당자가 출근하면 알아보겠다는 약속을 듣고, 팀내에 이메일을 씁니다.
“어제 평가팀에서 보내 온 메일을 보고 나서 평가팀에 불량 범위를 확인해 보니 OO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XX팀과 OO팀에 전달했고, 원인을 물어 보았으나 담당자 출근 전으로 오전 중에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오전 중에 미팅해서 원인 분석 후, 다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한 다음 팀장이나 담당자가 출근했을 때 구두로 한 번 더 보고하면, 팀장 입장에서도 기초적인 상황 파악은 될 것입니다. 미팅 시간이 다 되어서야 부랴부랴 “잘 모르겠는데 확인해 보겠습니다.” 라는 대답을 듣는 상황보다는 더 낫지요. 일찍 출근해서 상황파악 해 준 박 선임은 주도적인 업무 처리로 하루의 스타트를 잘 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