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기계발팩토리 Apr 22. 2022

제1상한의 업무에 집중하자

새벽에 출근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1)

시간을 관리하는 두 가지 방법론 


시간은 지식근로자가 고유한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원입니다. 따라서 어렵게 확보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모든 지식생산자가 꼭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만, 널리 알려진 두 가지 방법론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하나는 스티븐 코비를 비롯한 많은 컨설턴트들이 권하고 있는, FTF (First Thing First) 방법론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비드 앨런이 주창한 GTD (Get Things Done) 방법론입니다.  


FTF 방법론은 스티븐 코비의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라는 책에서 자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방법론의 핵심은, 우리가 처리해야 할 모든 업무는 “중요성”과 “긴급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는 중요하면서도 긴급한 일, 두 번째는 중요하지만 긴급하지는 않은 일, 세 번째는 중요하지 않으나 긴급한 일, 마지막 네 번째는,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입니다. 


코비는 우리가 긴급한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을 등한히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내가 과연 중요한 업무에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중요하지 않으나 긴급성만을 요하는 업무들은 위임하거나 포기함으로써 가치 있는 일에 더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데이비드 앨런은 그의 책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에서 GTD 방법론을 소개합니다. 이 방법론은, 주어진 모든 할 일들을 한 곳에 모은 뒤, “지금 당장 처리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빠르게 행동을 취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처리할 수 없는 일들이라면 달력에 표시해서 연기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서 맡기고 기다리라는 것이지요.  


이 방법론은 “실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주어진 시간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 버리는 것이지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해서 일거리들을 끝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관점입니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라 


두 가지 방법론은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모든 상황에 다 들어맞는 방법론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통해, 다른 사람과 분주하게 협업해야 하는 일과 시간에는 GTD 방법론에 입각해서 업무들을 처리합니다. 그러나 혼자만의 재량이 주어진 조용한 시간에는, 내 업무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평가하고 그 일을 진전시키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는 편입니다.  


새벽 시간은 다른 사람과 분주하게 소통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혼자서 조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량이 있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이 시간은, 긴 시간 동안의 깊은 생각과 통찰이 필요한 중요한 업무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내 업무에 본질적인 진전을 가져 오지 않는 서류 처리나 사소한 행정 작업으로 허비해 버리기에는 너무도 질 좋고 아까운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일인지를 판단하는 방법 


많은 시간관리 서적에서는, 할 일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Top-Down 방법입니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나열하고, 이 가치에 따라 장기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를 설정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계획을 시간별로 나누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할당하는 것이지요. 이 방법론에서는, 일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장기 비전을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런 방법은 입사 1~2년차의 신입사원 레벨에서 바로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충분한 연차가 주어지지 않으면, 삶 전체를 아우르는 직업적 목표를 설정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을 달성하는 방법 또한 알기 어렵지요.  


또한 실무 레벨에서의 일은 10~20년의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1~2년의 짧은 호흡을 가지고 움직이기 마련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나와 우리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될까?”를 가지고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막연한 조언에 불과할 것입니다.  


저는 다음의 관점에서 업무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1. 업무와 관련된 나의 지식을 넓혀주는 것인가? 


지식은 자본입니다. 종잣돈이지요. 종잣돈이 충분해야 그 돈을 활용해서 투자를 하면서 불려나갈 수 있지요.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식이 충분히 있어야 그것을 활용해서 업무 성과도 내고, 더 많은 지식을 쌓아 나갈 수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에 관한 지식이 충분히 축적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를 알게 됩니다. 충분한 지식이 쌓여 있으면, 새로운 업무에 필요한 재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업무를 수행하기 훨씬 수월합니다. 지식이 충분히 축적된 사람은, 축적된 지식의 양만큼 넓은 시야를 갖추고 있어서, 하나의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지식이 충분할수록, 축적된 지식들은 서로 다양한 방향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 우리 팀장님이 관심 있어할 만한 일인가? 


상사나 동료가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이라면, 당장 수요가 있는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여러분에게 시키지 않은 일이어도, 팀장님이나 선배가 궁금해할 만한 주제의 업무를 수행해서 보고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똘똘이 신입사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부서에서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제품의 평가 결과를 분석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조 과정을 개선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를 통해 제품의 개선 여부와 실험의 유효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팀장님이나 임원 분들은 “평가 보고서 다 완성됐어요?” 라는 질문을 자주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제품이 평가되고 난 직후에는 “속보”를 빨리 띄워 보기로 했습니다. 신입사원으로서 아주 높은 완성도로 보고서를 쓸 수는 없었지만, 일단 결과 위주로 초기 보고서를 만들어서 공유한 것이었습니다. “어제 나온 제품의 결과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원인은 더 분석해 보아야겠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결과입니다.” 정도로 분석해서 아침 미팅에 공유해 보았습니다. 


중견 사원들이 시간들여 작성할 정도의 완성도 높은 보고서는 아니지만, 일단 당장 결과라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초기보고서는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이어서 꽤 칭찬을 들었지요. 업무의 긴박성과 적시성을 만족할 줄 안다고 꽤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팀 미팅 시간에 관심을 가지고 주의깊게 들어 본다면, 팀장님이 어떤 종류의 질문을 자주 던지시는지, 어떤 지시사항을 자주 내리시는지 패턴을 읽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찾아서, 서툴게라도 누구보다 빠르게 보고서를 만들어서 제출해 본다면, 뭔가 도움되려고 애쓴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3. 우리 동료들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 일인가? 


동료들의 시간을 아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환영받는 업무입니다. 예를 들면 팀에서 자주 작성하는 보고서의 양식을 제안해 주는 일 같은 것이지요. 그 양식 하나로 다른 동료들이 주기적으로 소모하는 시간을 아껴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컴퓨터 프로그램 짜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동료들보다 좀더 능숙하게 잘 합니다. 전문적이진 않지만 제 특기를 사용해서, 매번 아침 미팅 때 동료들이 10~15분 정도 소모해야 하는 기계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간단한 엑셀 매크로 같은 것이었지만,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 되는 일로 보람이 컸지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가장 순도 높은 시간을 그냥 무의미하게 날리지 않으려면, “이 일은 지금 아니면 못 한다”는 확신이 드는 일을 해야 합니다. 어떤 종류의 일이든, “이 업무는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인가?” 라는 질문을 가지고 임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립식 시간투자, 복리의 성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