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기계발팩토리 Mar 10. 2023

연구도, 일종의 영업일까요?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연습

개인적인 경험


박사과정 때, 연구실에서 주력으로 하던 연구 분야와 약간 거리가 있는 주제를 선택한 적이 있었습니다. 논문을 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해 보고 싶은데, 재료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조차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논문 저자의 연락처로 연락을 진행해서, 먼 도시에 있는 그 학교까지 찾아가서 면담을 하고 (음료수도 사 들고 갔습니다) 기초적인 조언을 들었습니다.


조언받은 대로 했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를 않아서 다시 연락을 취했습니다. 실험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는데, 자기 노하우를 보여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제가 쓰고자 하는 논문 계획서를 들고 갔습니다. 실험에 도움을 주면 공동저자로 함께 논문을 쓰자는 제안을 해서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연습


사람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중요한 것 하나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것입니다. 연구실 생활을 하다 보면, 꼭 해야 하는 실험이나 알아야 하는 내용 중에 연구실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연구는 본질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알아내는”과정이기 때문에, 책상 앞에 앉아서 교과서만 들여다 보고 있거나 구글만 써치해서는 새로운 것을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실험을 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기


때에 따라서는 연구실에서 해 보지 않은 실험을 하기 위해, 그 분야에서 선도적인 다른 실험실이나 회사를 찾아가서 배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교수님께 “이러이러한 실험이 필요한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자재가 없어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면, “그러면 실험 기자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보세요.”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알아보고서 말씀 드리면, “직접 연락해서 배워 오세요.”라고 말씀하시겠지요.


교수님은 석사생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시지 않을 겁니다. 그것은 교수님이 여러분의 연구를 도와주기 싫으셔서가 아니라, 스스로 도움을 찾고 두드리는 과정을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수님이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연구를 해 나가기 위해 다른 연구실의 문을 두드리고, 거절도 당하고, 설득도 하고, 제안도 하는 것은 대학원 학생들이 습득해야 하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낯가림이 심한데, 아쉬운 소리까지?


저는 성품 자체가 낯을 많이 가리고 모르는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사람과 부대끼는 활동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에게는, 모르는 사람에게 접근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매우 큰 어려움이자, 도전이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을”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아쉬운 소리를 늘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런 과정들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해야 하면 해야지요. 결국은 다 해 내게 됩니다만, 만약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께서 아직 대학원생이 아니시라면, 대학원에서는 사람 만나는 일도 많이 해야 한다는 걸 미리 알고 가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이미 대학원생이시라면, 저와 비슷한 케이스를 겪고 계신다면, 그것도 나중에 도움이 되는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좀더 재미있고 의욕적으로 이겨내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구실인가? 회사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