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강연 요청을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20번 이상은 받는다. 맨 처음에는 불러주는 강연은 거의 다 갔다. 그렇게 강연 경험이 축적되면서 깨달은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 그런 깨달음을 기반으로 이제는 내가 갔을 때 정말 도움이 되는 강연만 간다. 강연료를 아무리 많이 줘도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불러도 내가 가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고 생각하면 절대 가지 않는다.
이제 부터 말하는 얘기는 가슴 아프지만 내가 경험한 팩트들이다. 우선 나는 이제 아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등학교 강연은 가지 않는다. 내가 가도 그 친구들 가슴에 불을 지펴주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몇 번 해봤을 때 끝나고 나에게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그러면 꼭 "너 반에서 몇 등하니? 모의고사 몇 등급 나오니?"를 물어본다. 그럼 별로 놀랍지 않게 반에서 최상위권이거나 여태까지 두 번 물어본 친구는 둘 다 모의고사 평균 등급이 1.5등급 정도되었다. 제일 충격적이었던 고등학생 대상 강연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소개 때 토론 패널로 참여했던 일인데 그 때는 진짜 참여한 학생들이 고등학생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참여도도 질문의 수준도 높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참여한 학생 대부분이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라고 들었다. 뭔가 씁쓸했다. 이것은 대학교로 이어진다.
그래도 대학교 강연은 많이 가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대학교 강연도 완벽하게 똑같은 강연을 해도 몰입도라던가 참여도가 입학 수능 점수 기준으로 너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질문도 더 많고 더 적극적이다. 지방에 있는 대학교에서 모객을 통한 강연이 아닌 일반 수업에 강연을 갔을 때 그 참여도는 정말 처참하다. 시작도 하기 전 부터 30%이상 자고 있는 경우가 거의 기본이다. 어떤 강연은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70%이상이 자거나 스마트 폰을 보고 있었다. 더 놀라운 말은 초빙했던 학무팀 관계자가 내년에도 또 와주시면 안되겠냐고 부탁하는 것이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깐 이렇게 강연 참여도가 높았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정말 처참했다. 솔직히 그럼 정말 궁금한게 관심도 없고 심지어 어려운 전공수업에는 이 친구들이 어떻게 수업을 참여하고 있있을지 그 모습이 너무나 궁금했다.
사실 내가 강연을 가면 압도적으로 반응이 좋은 곳은 역시나 연구소나 대기업이다. 내가 연구개발을 했고 또 대기업을 다니다가 나와서 프리랜서로도 지내고 스타트업도 하고 있기 때문에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언제나 반응이 좋다. 그래서 2시간 강연도 질의응답까지 하면 2시간 반도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리고 결국 강연 참여도가 압도적으로 좋은 경우는 역시 내가 직접 모객을 해서 자체 강연을 진행할 경우이다. 뭐 그 때는 시간하고 힘만되면 하루종일도 강연을 하고 싶다. 끝나고 질의응답을 하면 진짜 끊임없이 질문이 쏟아진다. 역대 가장 긴 강연은 휴식없이 강연 두 시간에 질의응답 1시 간 반을 한적이다. 정말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무엇을 얘기하려고 이렇게 기 사족을 풀었을까? 바로 환경이다. 앞에서 말한 모든 그룹의 차이는 개인의 의지와는 사실 크게 상관이 없다.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이 가지고 있는 관성에 이끌려 개인의 삶도 움직이는 것이다. 사실 환경까지 안가도 앞에서 말한 조직 중에서 올바른 리더, 부서장, 선생님, 교수 혹은 멘토만 하나씩 있었어도 그 조직이 생각하는 방향은 확연하게 달랐을 것이다. 계속해서 의지보다 더 중요한게 올바른 환경설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환경의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내 옆에 누가 있냐가 내 인생을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도 누군가에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주변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강연으로 돌아가 보자.
강연을 자주하다보니 또 잘 안가게 되는 그룹이 생겼다. 바로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서비스업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공감대를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최근에도 삼성웰스토리 요리사와 영양사분들 강연에 초빙을 받아서 고사하다가 결국에는 갔다. 역시나 예상대로 강연 시작부터 50%는 강연을 들을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이 강연을 간 이유는 내가 삼성 디스플레이 다닐 때 정말 회사밥을 맛있게 먹었는데 감사했다고 인사말을 전하고 여러분이 밥 잘 안해주셨으면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세계 최고의 반도체는 나올수 없었다고 꼭 여러분 하시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강연에 간 것이었다. (점점 주무시는 숫자가 늘어나다가 강연 막판에 이 이야기를 하니깐 다들 박수를 쳐주셨다. 감동 받으셨던 것 같다.) 그나마 삼성은 엮인게 있어서 스토리텔링이 나와 겨우 강연을 마쳤지만 보통은 저렇게 강연을 안 듣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 이수역에 살 때 다니던 미용실이 있었는데 어느 날 거기 지점장님이 혹시 신영준 박사님 아니시냐고 물었다. 예전에 이수역에서 한 버스킹 강연 영상에 너무 감동받아서 그걸로 매 주 직원교육을 시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기회되면 미용사분들 대상으로 강연을 해줄수 있냐고 물어서 이것도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미용실에 계속 와야하니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때는 달랐다. 강의 시간을 물어보니 토요일 8시란다. 엥? 그렇게 일찍? 또 망했구나 하고 갔는데 30여명 정도 모인 미용사분들이 생각보다 강연을 너무 열심히 듣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거기 원장님이 5개 지점을 운영하시는데 이렇게 매달 꼭 강사를 모셔서 직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시려고 노력하신다고 하셨다. 심지어 직원들에게 더 좋은 강의를 제공하려고 건물 한 층은 강연 목적으로 임대를 하고 계셨다. 정말 놀라웠다
이렇게 내 주변에 누가 있냐에 따라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고하는 방향은 조금씩 틀이 잡히기 시작한다. 그게 굳어지면 깨버리지 않는 이상은 바꾸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깨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특히 내가 만약에 무기력이 학습된 사람들이 많은 곳에 속해있으면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렇게 시도가 아니라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는 사실 비극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더 많은 강연을 영상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플랫폼을 활용해서 우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그래서 앞에서 지방대 강연에서 파악한 무기력을 조금이라도 내 방식대로 타파해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지방 서점투어를 가는 것이다. 어차피 듣지 않으니 온라인으로 지속적인 소통을 했던 친구들과 잠깐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만나서 그 결심이 꺾이지 않도록 에너지를 퐉 쏴주고 오는 것이다. (더 자주 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계속 그 빈도수를 꾸준하게 늘려오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내년에는 더 많이 갈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 얘기를 하면 나는 명절에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는 일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이렇게 일만 하다가 죽어도 전혀 억울하지 않아요. 계속 일만했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내가 그래도 우리 아들 잘 키웠네. 놈팽이 될까봐 걱정했는데 그렇게 일 열심히 해서 참 보기 좋다." 라고 하셨다. 그런데 어머니도 잘못 알아 들으셨다. 나는 일을 참고 열심히 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하는 일는 내가 예전에 디아랑 스타를 할 때보다 미드에 중독되었을 때 보다 주식을 할 때보다 골프를 할 때보다 친구들과 비싼 술을 마실 때보다 몇 배가 즐겁다. 그래서 일이 너무 하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나에게는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팀이있다. 일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체인지그라운드 피디님들이 있고 세상에 임팩트를 주지 못 할봐에는 그냥 하지도 말자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학습기계 고작가님이 있고, 출판으로 대한민국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바꿔보자라는 사명으로 출판을 하는 로크미디어가 있다. (실제로 로크미디어는 작가에 대한 대우가 우리나라 1등이다.) 내 옆에는 이렇게 너무나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사람들이 득실거리기 때문에 나는 그냥 일이 삶이고 즐거움이다.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당신에 옆에는 누가 있는가?
덧.
사회성 및 환경(설정)은 공부에도 너무나 중요한 영향을 끼쳐서 우리는 <완벽한 공부법>에 8장 사회, 10장 환경 이렇게 두 챕터나 따로 뽑아서 썼다. 기회가 되면 사회적 관계와 환경설정이 얼마나 공부에 중요한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