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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Nov 21. 2017

강연 마지막에는 거의 빌었다.

오늘 한 외국계 제약회사에 강연을 갔다. 강연 사전 정보를 받았을 때, 과장급 이상만 강의에 참여한다고 들어서 아주 작심을 하고 갔다. 딱히 잘하는 게 없지만 그래도 내세울수 있는 재주라고 하면 심각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게 내 장점인 것 같다. 원래 두 시간 짜리 강연인 줄 알았는데 강연 3일 전에 1시간이라고 통보받아서 강연을 압축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속사포 랩하듯이 엄청 빠르게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의 핵심은 여러분이 공부를 얼마나 안하고 있는지 특히 관리자로써 더 열심히 해야하는데 얼머나 더 악착같이 안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더 나아가 뭔가 깨달아서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기업 강연에 나가는 데 정말 우리 나라 직장인의 독서량(&질) 및 문해력 모든 게 처참하다. (특히 나이가 많아지면 더 심해진다.) 경력이 쌓이면 전문가로 성장해야하는데 다들 그냥 호봉만 사상누각처럼 쌓이고 있다.


다음은 12월 7일에 출간되는 <일취월장>에서 내가 쓴 칼럼인 "입사 후 숨이 막히는 신입사원들에게" 중에 한 단락이다.


"신입 사원에게 회사 생활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인간관계이다.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고도의 압축성장을 경험한나라이다. 1970년 한국은 중-저소득(Lower-middle-income) 국가로 분류되었지만 2010년에는고소득(High-income) 국가가 되었다. 전 세계에서 40년 동안 중-저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변신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사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같은 모습을 하고 같은 말을 하면서 같은 국가에 살고 있지만, 성장 배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사고방식을 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거기다 정치적, 기술적 환경의 변화 속도까지 가중치를 주면 조금 과장을 보태서 서로 다른 인류라고 정의하고 싶을 정도이다. 대한민국에서 취업이라는 것은 그렇게 다른종족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에 들어가서 적응하는 것이다."


요즘 친구들이 나약하네 마네 이딴 소리하면 일단 전혀 상황 파악이 안되는 것이다. (뭐 공부를 안했으니 맥락을 알리가 있나...) 우리가 속해있는 상황은 단순히 의지로 극복되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그래도 이 상황을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당연히 기성세대이다. 현재 과장급 이상인 OB들이 공부안하면 사실 이나라는 답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갑자기 하루 아침에 호봉제가 사라질 것도 아니고, 대기업이 다 공중분해되서 스타트업으로 변신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장 빠르게 우리나라가 헬스러운 조직문화를 극락스럽게 바꾸는 것은 기성세대가 공부하는 것이다.


<일취월장> '미래'편에서도 설명이 나오고 또 나중에 책이 나오면 고작가님과 함께 강연도 찍겠지만, 다가오는 미래는 기존의 우리가 가지고 있던 문화와 사고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정말 답이 없다. 하지만 진짜 공부를 안한다. 솔직히 수 많은 기업 관계자를 만나지만 "우와! 정말 일 잘한다!" 이렇게 인상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정말 최소한으로 우리가 <일취월장> 2장 '사고(思考)'편에서 이야기하는 [시스템적 사고, 반성적 사고, 재무적 사고, 통계적 사고, 맥락적 사고] 정도를 기반으로 일하는 사람을 거의 본적도 없다. (정말 이 부분은 중요해서 12월 30일에 하는 무료 버스킹 강연에서 이 다섯가지 관점을 비즈니스에서 자기계발로 재해석해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열심히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제대로 안하면 무작정 열심히는 이제는 오히려 독이다.


강연 내내 거침없이 이야기했지만 마지막에는 정말 애걸하듯이 말했다.


"여러분 공부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여러분 똑똑해져서 좋고, 여러분 가족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여러분 동료/부하 직원과도 얼마나 생산적인 관계를 가지겠습니까? 제발 공부하세요. 공부 열심히 하신 분들은 제가 맛있는거 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공부하세요."


나는 사실 <완벽한 공부법> 출간 후 멘토링 프로젝트를 통해 너무나 큰 희망을 봤기 때문에 공부보다 상위 레벨인 '일'영역으로 그 희망을 확산시킬려고 진짜 이 악물고 고작가님과 책을 썼다. 사실 빨리 바꾸려면 그냥 열심히만 하면 안되고 무조건 의사결정권자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또 그들을 만나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 유명해지고 더 실력을 갈고 닦아서 만났을 한 순간에 엄청난 임팩트를 줘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그래서 <일취월장>은 사실 출간 다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우리가 책 쓴 노력의 몇 배를 더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조직문화가 나쁜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난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거지같은 조직문화와 전략으로도 이렇게 성장을 많이 했는데 이게 각잡고 제대로 공부해서 일하면 얼마나 더 잘 할수 있겠는가? 나는 정말 이번 출간으로 이제부터 더 많은 사람과 담판을 지을 것이다. 그래서 내 딸 채아가 회사원이 되기전까지는 진짜 대한민국 하면 "두유노우 김치?싸이?"가 아니라 "대한민국 세계 생산성 1위, 직업만족도1위, 야근이 없는 나라, 일 가장 똑똑하게 하는 나라" 이런 것으로 꼭 유명하게 만들겠다. 내 딸은 제발 눈치 좀 안보고 휴가도 쓰고 칼퇴 좀 하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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