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의 앞자리 바뀌는 것이 아마 처음 서글퍼지는 게 30살 아닐까? 아마 20대가 되는 순간은 독립 혹은 입시에서 해방을 기다리며 모두가 꿈꿨던 순간인 반면에 30살은 취업, 결혼, 인생 같은 단어들이 하나씩 머릿속에 들어오면 그 무게감을 처음 느끼는 시기인 것 같다. 혹시 슬퍼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40대를 코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애기아빠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조언을 말해주고 싶다.
나는 글을 쓰면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 때, 책을 읽을 가상의 독자랑 혼자서 말을 주고 받고는 한다. 그렇게 말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이 써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일취월장>을 쓰면서 내가 만나서 이야기했던 친구 중에 하나가 바로 30대가 된다고 슬퍼할 것 같은 친구들이다. 그렇게 태어난 글이 “입사 후 숨이 막히는 신입사원에게” 과 “직장인의 공부법”이라는 칼럼이다. 혹시 나중에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는 친구들은 그 칼럼만 서점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일취월장>에서 쓴 부분 중에 압도적으로 잘 쓴 부분이다.
공저인 고작가님은 그 칼럼을 처음 읽고 “글의 폭발력이 마치 나일강이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범람하는 느낌”이라는 극찬을 해주셨다. 하지만 그 글은 내가 잘 썼다기보다는 내 멘티들 중에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친구들이 대다수라서 2년도 넘게 했던 상담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간 것 같다. 수 천 건의 상담의 키워드를 두 개 뽑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미완성”과 “두려움”을 뽑겠다.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늙고 숫자의 앞자리가 바뀌어서 슬픈 것이 아니다. 그 뿌리에는 미완성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이 있다.
한 번 진지하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30살이라면 이제 온전하게 혼자의 힘으로 먹고 살 나이인데 자신의 전공 혹은 특기에서 “나는 그래도 이 분야에서는 자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할 때 사원/대리 동료들 중에 정말 업무에 자신 있어 하는 친구들 열 명 중에 한 두 명 봤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직장 상사가 싫다면 그렇게 자신 없었던 사람들이 상사가 된 것이다…..) 실제로 실력이 있었던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보다 확실히 자기 하고 싶은 것 잘 하면서 인생을 조금 더 즐기면서 사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완생’까지는 아니어도 왜 충분한 기본기를 갖추지 못했을까? 그것에 답하기 위해 <일취월장>에 일부분을 인용해본다.
“우리의 학습은 첫 단추부터 틀렸다. 사실 우리는 배우기(學)만 하고 익히지(習)는 않는다. 그래서 다들 단기 기억으로 시험이라는 상황을 모면하고 진짜 실력이 향상이 아닌 마치 걸(보이)스카우트가 벳지를 받는 것처럼 점수를 남긴다. (이게 앞에서 말한 ‘스펙’이라는 괴물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나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었지만 어려운 최신 기술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전공 지식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다. 이것은 비단 우리 회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수많은 회사에 기업 강연을 다니고 장기 멘토링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배경의 직장인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요구되는 학습을 임계점이 넘도록 해본 사람은 없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이 말은 반대로 어느 정도 조금만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어딜 가도 아주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일취월장, p523>
대기업에서도 일해보고 현재 스타트업도 운영을 해보니 정말 무엇인 중요한지 명확해진다. 허울뿐인 스펙이 인생을 떠받치고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짜 사상누각이다. 우리 회사는 채용을 할 때 학력 같은 스펙은 전혀 보지 않는다. 오로지 학습능력과 일에 대한 태도만 본다. 그렇게 뽑힌 피디 분들이 현재 6명인데 우리 회사 친구들은 일하는 것을 슬퍼하지 않는다. 진심으로 모두가 일을 통해 성장한다.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면서 (여전히 느리지만) 기업문화는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실력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가? <일취월장>을 다시 조금만 더 살펴보자.
“지식의 습득은 예전에는 무엇(what)이 강조되었다면 이제는 어떻게(how)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우리의 뇌가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은 한계가 명확하지만 이제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정보는 차고 넘친다. 단순히 많이 아는 것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서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 우리는 이 당연함 근처에도 못 가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영어로는 양과 질적으로 엄청난 자료가 축적되고 있지만, 한글로는 영어 자료를 번역으로 깨작거린 수준 정도의 정보밖에 없기 때문이다. 1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래도 힘들지만, 영어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6%였고, 영어로 정보 습득에 문제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은 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80%는 20~40대이기 때문에 50~60대를 포함하면 이 비율은 더 급격하게 떨어진다. 3명 중의 2명은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영어라는 장벽으로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었다. (여기서 또 알 수 있는 것이 영어로 정보습득만 빠르게 그리고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취월장, p523>
선택의 폭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30대가 슬퍼지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위해서 말한 것처럼 영어로 제대로 말하고 듣기가 아니라 “읽고 쓰기”가 가능하고 제대로 된 학습 능력만 있다면 여전히 생각보다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많다. 당장 스타트업 관련 구인구직을 살펴보면 개발자 다음으로 많이 필요한 부분이 영어능통 마케터 혹은 기획자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년에 토익 시장에 1조도 넘게 써가면서 거의 대부분이 영어로 일을 하지 못한다. 영어로 일을 할 수 있는 멘티들은 확실히 선택의 폭이 넓다 보니 상담을 할 때 근심걱정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도전해야 하는지 그 프로세스에 대한 조언을 얻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단순히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능력 중에 하나를 확실히 마스터했다면 선택의 폭은 무조건 넓어진다.
예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나는 32살부터 자기계발을 본격적으로 해서 공돌이에서 작가로 작가에서 스타트업 운영자로 업을 두 번이나 바꿨다.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올바른 전략과 환경설정으로 성장했고 사실 40대가 현재 기다려지기도 한다. 그 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이번 책 제목처럼 <일취월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도 해냈고 수많은 내 멘티들이 잘 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30대가 되는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살면서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지만 꼭 글쓰기는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 글쓰기는 여러분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우선 생각을 글로 써보면 그 논리의 수준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그렇게 되면 굳이 누가 피드백을 주지 않아도 셀프 피드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수준이 되는 멘토가 해주면 성장은 훨씬 빠르다.) 또 글쓰기는 여러분에게 기회를 선물한다.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가면 갈수록 여러분은 더 많은 글을 써야 하지만 그 누구도 훈련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중에 본인도 부하직원도 함께 괴롭다. 또 자영업이 프리랜서라면 글쓰기는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마케팅 방법이다. SNS로 촘촘하게 연결된 시대이기 때문에 좋은 글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온라인에 올라오면 결국에는 퍼져나간다. 그러니 꼭 30대에는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글 쓰기가 막막하다면 <일취월장>에 나온 “글을 잘 쓰는 9가지 방법”을 읽어보면 좋다. 고작가님 아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해주셨다.)
진심으로 29살 친구들 힘냈으면 좋겠다. 꼭 <일취월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탁으로 우리 딸 채아(4살)가 나중에 20년 뒤에 입사 했을 때 조언 상사 혹은 사장이 되어서 꼭 칼퇴 좀 시켜줬으면 좋겠다~^^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의 끝은 기승전”우리딸!”
* 과연 일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또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해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 일의 본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제대로 그리고 즐겁게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취월장>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