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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Feb 09. 2017

암순응

다음과 같은 경험은 모두가 있을 것이다. 갑자기 밤에 불이 꺼진 것처럼 밝은 곳에서 갑자기 어두운 곳으로 가면 그 순간에는 잘 안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물체들이 서서히 보이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생물학적으로 암순응이라고 한다.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보려면 로돕신(시홍)이라는 붉은 감광색소 단백질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밝은 곳에서 분해되었던 로돕신이 다시 합성이 되면서 차츰 더 많을 곳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로돕신의 합성이 늘어나면 날수록 시세포의 역치는 점점 내려가고, 밝은 곳에 있을 때와 어두운 곳에 있을 때 시세포의 역치는 가장 클 때 만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리고 완전 암순응이 되기까지는 보통 45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암순응의 원리를 우리 삶에도 적응 시켜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새로운 조직에 들어갔을 때이다. 새로운 조직은 내가 잘 모르는 게 많고,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놓치는 게 많다. 그럴 때는 너무 서두르지 않고 ‘업무세포’ 역치를 낮추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작은 디테일들을 하나씩 마스터하려고 노력해야 된다. 처음부터 조바심이 나서 성과를 빨리 내려고 하는 것은, 어두운 곳에서 아직 로돕신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뛰겠다는 것과 똑같다.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뛰면 결국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다치고 만다. 그래서 오히려 사기만 꺾이게 된다. 그러니 작은 일들을 차분히 마스터 하면서 ‘업무로돕신’을 형성을 기다리자. 조금씩 익숙해지면 업무의 큰 그림이 더욱 뚜렷이 보이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살면서 갑자기 자신의 상황이 안 좋아질 때이다. 살다 보면 운이 없건 혹은 자신의 실수건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특히 위기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닥쳐왔을 때 우리는 눈앞이 캄캄해진다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그렇게 캄캄해지면 절대 당황하면 안 된다. 이럴 때는 사회적 암순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분해되었던 로돕신이 합성되어 생물학적으로 완전 암순응이 되는 것도 최소 45분이 걸리는데 하물며 인생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허둥지둥한다고 바로 문제의 해결책이 바로 보일까? 생물학적 암순응처럼 우선은 악화된 상황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조금씩 적응이 되면 아주 캄캄한 최악의 상황에서 도 실마리는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 실마리를 보려면 로돕신 같은 역할을 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감사이다. 사소한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감사단백질’이 빨리 합성이 되어야 최대한 빨리 어둠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게 된다.


새로운 환경으로 진입할 때 또 위기가 갑작스럽게 찾아왔을 때, 당황하지 말고 방 안의 불을 끄자. 그리고 서서히 어둠 속에서 보이는 과정을 느껴보자. 그렇게 어둠 속에서 서서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태생적으로 위기에 적응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다면 위기에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출처: 신박사가 쓴 <졸업선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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