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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Jan 31. 2018

반성문

지식의 저주에 빠졌던 사실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메타인지가 높다고 착각했던 자신을 깊게 반성합니다. 단순히 반성으로만 끝나면 안되기 때문에 기록을 남기고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최근 우리 회사는 급격하게 성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1분기 매출은 작년 총 매출을 넘어설 예정입니다. 거기에다 제가 추가로 설립하는 교육플랫폼 회사와 인공지능회사는 감사하게도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한꺼번에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죽어라 일했고 최근에 저는 한 투자자랑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만감이 교차해서 눈물샘이 터졌습니다.


최근에 저는 즐겁게 일을 했지만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호흡 곤란을 겪었고 또 매우 심각한 두통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항우울증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그것으로도 효과가 없어서 현재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고 이제는 많이 증상이 완화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까지 일하냐고 물으면 우선 일이 너무 즐겁고 또 회사가 잘되면 당장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고 또 더 나아가 우리의 방식대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일취월장을 집필하면서 저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몇 배로 올라갔습니다. 우리 웅이사는 세 번을 넘게 읽었고 대부분의 우리 직원들도 두 번 이상은 읽었습니다. 또 제가 메일 같이 회의에서 미니 강연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저만큼 비즈니스에 대한 총체적인 감각이 올라왔을 것이라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절대 그럴 수 없는데 지식의 저주에 빠진 저는 우리 회사 가족들에게 무리한 기대를 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지식의 심화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하면서 지켜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저는 매출이 수백억인 (몇몇 수천억 이상) 집단의 의사결정권자들과 유난히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제 기준과 대화의 방식도 점점 높아지고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화법으로 그대로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수준에서는 모두가 일을 너무 잘하고 있었는데 저는 너무 빠르게 새로운 기준들을 제시하면서 저랑 똑같은 속도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를 바랬습니다. 아니 강요했습니다. 미쳤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회사가 잘되면 그에 상응하게 연봉도 올리고 또 이익공유도 늘어나고 스톡옵션을 나중에 다 지급하면 주식의 값어치도 올라가니까 당연히 회사 식구들도 기뻐할 것만 생각하고 그들이 겪을 성장통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왜 기뻐하지 않을까라고 미친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나는 호의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우리 회사 가족들은 그것을 압력이라고 느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는 회사가 성장하는데 나는 도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위협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너무 잘되다 보니 승자효과에 속박된 저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고작가님께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셨으면 이 만행을 계속 옳은 일이라고 밀어 붙였을 것입니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격주로 참석하던 회의도 가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점심 식사시간에 참여해서 여러분의 이야기와 고민을 더 듣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드린 고통의 시간의 되돌릴 수 있을까요? 제가 사죄하는 길은 여러분이 우리 회사를 통해 더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더 제대로 일해서 갚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제 위치에 맞게 더 제대로 일해서 여러분의 성장하는데 더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저 대신 회의 고작가님께서 참석하셔서 여러분의 고충을 들어드리고 훨씬 부드럽게 체계적으로 회의를 진행주실 예정입니다. 저는 앞으로는 웅이사를 중심으로 체인지 그라운드와 The B 그리고 안드로메디언 이사님들 하고만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또 고작가님의 조언을 100% 받아들여서 꼭 필요한 말은 글로써만 소통을 하겠습니다.


제 진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대전제는 저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저 때문에 힘들었던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시는 고작가님과 묵묵히 회사의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웅이사님에게 더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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