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공부법에 대해 뇌과학, 인지심리학, 행동과학 등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동안 뜬구름 잡는 말이 거의 없다. 책 전반에 걸친 과학 지식과 구체적인 경험 사례 등은 텍스트의 수준과 읽는 재미를 높여준다." [본문 中]
'완벽한 공부법'은 우리나라 최고의 자기 계발서 듀엣 작가 고영성·신영준이 쓴 책이다. 작년 1월에 초판 1쇄 발행되고 올해 5월 89쇄가 찍힌 베스트셀러이다. 나는 고신 작가를 올해 초 그들의 저서 [일취월장]-완벽한 공부법 바로 다음에 출간되었다-을 통해 처음 접했다. 당시는 [거대한 사기극_이원섭 저_북바이북]을 읽고 자기 계발서의 허구에 대해 공감을 하고 의도적으로 피하던 시기였다. 우연한 기회에 한 블로그에서 그 책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고 격하게 공감하여 사서 읽었다. 상당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이 꽉 찬 내용과 잘 써진 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일취월장]보다 더한 호평과 히트를 친 걸로 알고 있다. 보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인터넷 교보문고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빨리 읽고 싶어 기다리고 있었다(이 감정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은 알 거라 생각한다). 다 읽고 난 지금, 두 작가에 대한 신뢰는 더 확고해졌다.
유시민, 마이클 샌델, 유발 하라리의 책은 실패가 없다. 작가 이름만 보고 책을 사도 후회가 없다. 그들의 책은 항상 옳다 _ 내 생각
고영성은 작가고 신영준은 박사다. 책에서는 고작가, 신박사로 통한다. 글은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이는 논리 전개에 가급적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작가의 주장과 견해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런 의도를 갖고 쓴 건 아니라 생각한다.
[완벽한 공부법]에는 '효과적으로 공부 잘하는' 작가의 노하우와 방법이 담겨있다.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시하진 않는다. 효과적인 공부법에 대해 뇌과학, 인지심리학, 행동과학 등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동안 뜬구름 잡는 말이 거의 없다. 책 전반에 걸친 과학 지식과 구체적인 경험 사례 등은 텍스트의 수준과 읽는 재미를 높여준다.
이 책은 총 1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믿음, 메타인지, 기억, 목표, 동기, 노력, 감정, 사회성, 몸, 환경, 창의성, 독서, 영어, 일이다. 나는 영어와 일부터 읽고 나서 처음부터 읽었다. 가장 인상 깊고 유용했던 장은- 대부분 다른 책이나 저널 등에서 알고 있던 거라 그냥 다 좋았다- 3장 기억과 13장 영어다. 이것저것 다 떠나 이 책은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읽을 책이라 생각한다.
첫 장 믿음에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작가의 공부에 대한 신념이 녹아있다. 성장형 사고방식, 뇌 가소성, 자기 효능감을 통해 인지적 능력은 노력에 의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인지 심리학계에서는 인간의 인지능력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메타인지 지수가 높아지는 것일 뿐이다.)
제대로 공부를 해서 내공을 꾸준히 쌓으면 더 많이 더 깊게 볼 수 있어서 인생을 더욱 다채롭게 살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주변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훨씬 더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다_45p
2장 메타인지 장은 인류의 최대 관심사인 ‘나’에 대한 탐구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지양하고 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객관적 인식을 통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나를 모르면 공부도 없다 54p
3장 기억 편에서는 기억력 향상의 5가지 전략에 대해 알려준다. 그중 인출 효과는 정보의 획득에 머무르지 않고 시험, 발표, 쓰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출해야 정보가 장기기억 창고로 이동하여 지식으로 남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인출이야말로 장기기억으로 가는 최선의 길이다 105p
4장 목표는 증명 목표를 지양하고 성장 목표를 지향해야 함을 강조한다. 증명 목표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한 목표를 말한다.
BHAG(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장기 목표) → SMRAT 한 중단기 목표 milestone → 구체적인 실행계획 →장기 목표 도달
5장 동기 편에서는 내재적 동기와 자율성이 학습 동기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외재적 보상이 단순히 과제를 수행했다는 사실 자체로 주어질 때는 내재적 동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지만 ‘성장’의 증거로 주어진다면 내재적 동기가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 166p
6장 노력 장에서는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금은 성전처럼 되어버린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는 다소 과감한 발언은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었다.
의식적인 연습의 7가지 특징
1. 정립된 방법론으로 연습해야 한다.
2. 자신의 능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3.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로 연습한다.
4. 개인 공부 시간을 무조건 많이 늘려야 한다.
5. 고급으로 가기 위해서는 초급, 중급은 필수다.
7장 감정 장에서는 긍정적 감정이 관심을 일으키고 공부를 잘하게 한다는 걸 알려준다. 업무를 시작할 때나 누군가를 가르칠 때, 시작 전에 간단하게라도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를 하면 일 또는 공부의 효과가 높아진다.
만일 내게 나무를 베기 위해 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우선 나는 도끼를 가는 데 45분을 쓸 것이다. 그리고 신나는 노래 5곡을 준비하겠다. 이왕이면 신나게 나무를 팰 수 있도록! -링컨 237p
8장 사회성에서는 외로움이 공부의 효율을 낮춘다고 한다. 대인관계와 우정 지수가 높을수록 안정감을 느끼고 공감능력이 향상된다. 다만, 사람의 수에 영향을 받진 않는다. 진정 가까운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하다.
대인관계를 높이는 7가지 기술
일관성: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대는 매우 피곤하고 피하고 싶은 인물이다.
존중: 존중받고 싶다면 존중해야 한다.
경청: 말하는 사람은 말 듣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조언: 성공적으로 임원이 된 사람들은 상사에게 조언을 자주 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겸손: ‘나는 힘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할수록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향상된다. 겸손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올려 준다는 것이다.
칭찬: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어도-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실수: ‘실수 효과 pratfall effect’. 실수했을 때 그 사람에게 더 큰 호감이 생긴다. 다만, 그 효과가 나타난 것은 실수한 사람이 전문가였을 때였다. 실력자의 실수가 매력적이다.
9장 몸 편에서는 휴식과 수면, 운동이 최고의 공부 전략임을 알려준다.
학습에 최적화된 운동은 유산소 운동이다. 꾸준히 걷기와 달리기가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291p
10장 환경. 공부를 하는 건 어렵다. 지겹고 외롭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집을 만들지만, 그 집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처칠
스마트폰을 줄이고 독서를 하거나 그 시간에 운동이나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한다면 학습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21p
11장 창의성.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다. ‘제로 투 원’은 이제 더 이상 없다. 맥락적 사고, 연결, 융합이 혁신을 만든다. 아이폰, 구글, 아마존닷컴은 세상에 전혀 없던 게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한 것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와 다른 분야의 취미를 갖고 해외여행을 다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책을 읽어라.
창의적인 인간이 되고 싶다면 다양하고 낯선 경험을 해라 342p
12장 독서. 책 속에 길이 있다. 책 읽지 않는 한국인. 출퇴근 지하철 열차 한량 안에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세어본 적이 있는가. 다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없다. 스마트폰을 장악하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이 장은 고 작가의 초기작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내용을 참고했다고 한다
독서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 한편으로는 삶이 독서를 바꾸기도 한다 384p
13장 영어. 영어는 나의 아킬레스건이다. 영어를 잘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고 직장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이는 살면서 더 절실하게 경험한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남녀노소 직업 여하를 막론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다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국어 사고방식에 굳혀진 한국인들에게 효과적인 영어학습법을 알려준다. 책 전체적으로도 분량이 가장 많다.
단어들의 의미를 알고 있기에 자연스러운 시각 이동이 끊임없이 이뤄질 때, 문법 지식은 단어들의 의미를 연결해 주는 장치로 부드럽게 기능할 수 있다 405p
‘문장 자원’을 많이 확보해야만 한다 428p
14장 일. 일에 있어서 반복 연습, 실전학습, 시뮬레이션,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마도 다음 책 [일취월장]에 대한 모티브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뮬레이션은 실제로 행동하는 것만큼의 효과는 거둘 수 없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481p
나는 개인적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자기 계발서 듀엣 작가인 히스 형제보다 고신 작가를 더 높게 본다. 히스 형제, 물론 최고다. 다만 그들 책은 미국식 자기 계발서답게 특유의 ‘핵심 콘셉트’를 우려먹는다. 주제의 일관성을 떠나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남는 건 딱 문장 한 줄이다. 그 문장 하나를 각종 사례와 심리학 실험으로 강조하고 반복하고 상기하고 복기하고 정리하고 요약하고 자기복제한다. 읽다 보면 내가 뭘 읽고 있는지, 이번 장에서는 작가가 도대체 뭔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위 명절 때 증조할아버지 앞에서 두 시간 동안 들었던 훈시가 생각난다. 그런데 고신 작가의 책들은 다루는 범위가 방대하다. 이번 책 완공에서는 효율적인 공부법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시행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다음 책 [일취월장]에서는 '직장에서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그렇게 한다. 다 읽고 나면 남는 게 많다. 단순하게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가 없다. 난 이런 자기 계발서가 좋다. 물론, 문화적 차이와 번역 과정에서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국식 자기 계발서는 잘 써진 서평을 추천하고 [완공]과 [일취월장]은 책을 추천할 것이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건 행운이고 이런 책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건 축복이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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