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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Feb 20. 2017

지극히 개인적인 공부법

살면서 공부를 그렇게 잘해본 적은 없다. 지금도 잘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학교를 오래 다니면서 공부를 해보니깐 왜 못하는지는 조금 알게 되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대부분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열심히’ 하기다. 하지만 공부를 무작정 열심히 한다고 어떤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설계도 하지 않고 무작정 집을 지으면 결국 무너지듯이 공부도 체계적으로 하지 않으면 지식을 축적할 수 없다. 좋은 공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세 가지를 언급해 본다. 


(1) 어휘


대부분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관련 어휘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이 지극히 간단한 사실 때문에 80% 넘는 학생들이 본인이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이 어휘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학습(學習)은 말 그대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어휘를 접한 후 익숙해지지 않으면 절대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어휘를 익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공부할 때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사전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뜻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면 학습 시간은 오래 걸릴 것이다. 원래 건설도 기초 다지기 공사가 가장 오래 걸린다. 피라미드도 가장 아랫단에 가장 많은 돌이 들어가는 법이다. 오래 걸린다고 대충 하고 넘어가면 절대 깊게 그리고 멀리 나아갈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전문용어는 일본 철학자나 전문가들이 만든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한자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뜻을 아는 것 같아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일본어 독해가 가능한 사람들의 한국어 독해 능력은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한자의 뜻까지 살펴보지 않으면 단어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러니 힘들어도 어휘를 완벽히 장악하자.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익숙해지면 독서가 한결 수월해지면서 공부가 상대적으로 많이 쉬워진다. 


(2) 요약


공부를 하면 점검을 해야 한다. 점검하지 않고 계속 무식하게 읽기만 하는 것은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그렇게 자꾸 읽기만 하면 뭔가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머리에 남는 것은 없다. 공부를 체득화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요약이다. 공부를 하고 책을 덮고 무엇을 공부했는지 쓸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한 번만 책을 읽고 요약을 하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책을 한 번만 읽는다.) 이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메모도 하고 발췌도 하고 여러 번 읽는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한 연습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예로 연구를 하는 친구들에게 요약을 통한 논문 읽는 좋은 훈련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논문의 핵심은 초록과 개요와 결론에 다 나와 있다. 모범답안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을 읽을 때 초록, 개요, 결론을 읽지 않고 본문만 읽고 논문을 요약해본다. 그리고 요약을 초록, 개요, 결론과 비교해 본다. 이런 훈련과정을 거치면 논문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정보 습득을 위한 독서도 책을 다 읽고 자신이 생각하는 목차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목차를 작성해보고 실제 목차랑 비교하면서 내가 과연 핵심 단어들을 정확히 파악했는지 확인하면 좋은 훈련이 될 수 있다. 또 요약된 것을 주기적으로 봐주면 단기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런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 책을 한 번만 읽고도 핵심을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런 과정을 빨리하는사람을 흔히들 ‘똑똑하다’라고 한다. 


(3) 쓰기 


공부를 통해 배웠으면 나아가야 한다. 읽었으면 써봐야 나아갈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요약은 내 생각이 포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동적 글쓰기이다. 공부를 통해 성장하려면 능동적 글쓰기가 필요하다. 능동적 

글쓰기는 내가 깨달은 점이나 느낀 점을 요약에 추가적으로 적는 것이다. 흔히들 그러면 ‘좋았다’ 혹은 ‘싫었다’의 단순 감정 나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적고 싶으면 최소한 왜 좋았고 싫었는지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책을 충분히 많이 읽어서 많은 요약을 했으며 그 요약들이 훌륭한 근거가 된다. 단순히 개인적 생각보다 다른 연구나 문헌을 인용하여 근거를 들면 글의 수준이 올라가고 우리의 견해는 더 단단해진다.

 

이렇게 능동적 글쓰기의 과정이 반복되면 새로운 분야에 대해 자신이 탐구한 내용을 기술하는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이런 새로운 견해가 인정받으려면 합리적인 논증을 거쳐야 한다. 기존의 이론들(책들)을 비판과 분석을 

통해서 읽어야만 합리적인 논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보통 고전을 읽으라고 독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고전은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검증받았고 비판의 과정들도 잘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논리를 배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학습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고전은 논리의 문제이고 지식 습득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식 축적을 위해서는 요즘 연구되어 나온 책들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 합리적 논증을 거쳐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의 대표적인 예는 석사나 박사가 졸업 논문(thesis)을 쓰는 것이다. 보통 이 정도 경지에 오르면 자신만의 ‘철학’이 생겼다고 한다.


출처: <졸업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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