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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Apr 22. 2019

'나는 왜 발전이 없지?'


2019.01.01 첫 완독

2019.03.24 2회독


평점 :  10/10


나는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됐는가?

'나이만 먹고 뇌는 그대로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 지 몇 해가 지났다. '나는 내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사람인가?', '나이가 들면 철이 들고 깨닫게 된다던데.. 나는 왜 그대로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민이 싹틀 무렵, '먹고사니즘'에 나를 돌아볼 시간을 뒤로한 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여러 곳의 취업 자리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골라 처음 입사한 회사는 비록 내가 배운 전공들을 쓰지 않지만, 연봉도 괜찮고 관리직으로 들어가 상대적으로 몸이 편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 '나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해진 절차대로 업무를 보면 되고, 힘든 일은 남이 하고,  연차가 쌓이면 진급, 꽤나 괜찮은 복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서 성장할 수 있을까?''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나에게 남는 것이 뭘까?'하는 의문이 떠오르게 됐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은 '아예 쓸모없지 않은 정도'로 사용되고, 내가 하고 싶은 업무는 더더욱 아니었다.


당시 내 생각은 '관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에, 설계/개발 부서로 들어가서 나만의 기술을 갈고닦고 싶었다. 하지만 TO가 나지 않아 부서 이동이 불가능해서 '내가 갈 자리는 많다'라는 생각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라는  마음으로 회사를 나오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오만한 생각이었다. 내가 이렇다 할 실력이 있는 게 아니었고,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데..)


그로부터 1주일 뒤 다른 회사에 설계직으로 취업하게 된다. 하지만 첫 날부터 다른 부서로 배치받아 PPT로 거리 치수를 표시해주는 이상한(?) 작업만 하게 됐다. 거기에 내가 가기로 했던 부서에서는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채용해 설계직으로 배치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모습을 봤다. 내가 그 자리에 배치받으면 가르치는 시간을 더 줄이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을 텐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PPT만 주구장창 하던 중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녀봐야 다른 회사에서 경력으로 안 쳐준다'는 생각에 일 할 의욕이 사라지고 있었다.


주변 동기들만 봐도 실제 설계직으로 들어가는 인원은 극소수였고, 대부분 나와 같이 전공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공대를 나와 경리 일을 보는 친구도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봐도 실제로 대학에서 배운 전공을 회사에서 쓰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는 얘기가 많았다. 아.. 다들 이렇게 배운 지식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건가.. 하고 회의감이 들 때 즈음, 한 친구에게 입사 제의를 받게 된다.


그렇게 세 번째 회사를 입사하게 되고,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자 미래에 성장할 수 있는 일, 적절한 복지, 삶에 있어 의미 있는 일 등 내가 찾던 조건에 부합하는 직장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근무하게 된 지 한 해가 지날 무렵, 나는 취업하기 전 들었던 의문이 그대로 들게 된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심각하게.


'나는 왜 발전이 없지?'


세 번째 회사에서는 스스로 학습하고 자리를 만들어나가며, 생산적인 일들을 '주도적'으로 하는 곳이었다. 매번 시키는 일만 하는 생활에 익숙했던 나는, '주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 속에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내가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들어왔지만, 정작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그렇게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무지는 공포로 다가왔다. 그 때 깨달았다.'나는 순전히 '운'으로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것이었구나, 그동안 정말로 운이 좋았구나. 여기서 낙오하면 내가 원하는 회사에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된다. 어느 지하철역에서 한 남성이 사람들에게 메타인지를 이야기하며 팩폭을 날리는 영상이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계속해서 관련 영상을 보게 됐고, 각 영상마다 팩폭을 휘두르는 말은 내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성장은 해가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 자동으로 얻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 성장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동안 나이를 먹어도 바뀌지 않았던 이유는,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발전이 없는 이유 역시, 발전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를 모르기도 했지만..)


그 후로 진지하게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며 신영준 박사님의 강의를 하나하나 모두 듣게 되었다. 인정사정 안 봐주는 팩폭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고, 나의 무지를 채우기 위해 결국 일취월장 책을 구매하게 됬다.


이 책을 통해 어떤 걸 얻게 됐는가?

내 회사생활은 일취월장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 회사 내에서 '발전'이 없던 나는, 어느 날 팀장님에게 '네가 하고 있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는 그동안 '회사에서 시키는 일, 보조 역할로 도와주는 일'을 위주로 일해왔었다. 시키는 일 외에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일취월장을 2회독 하고 난 뒤인 지금,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주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일취월장을 읽고 나서 내용을 체화시키고 써먹기 위해, 회사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섯 가지 사고방식을 사용해서 일을 보는 시야가 트이자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선택 프로세스를 적용해 3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시키는 일만 하던 내가, 작으면서도 큰 예산을 확보하게 되니 엔돌핀이 솟구쳤다. 작은 성취를 얻게 되니 '일'이 재밌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시야가 넓혀지기 시작했다.'일다운 일'을 하게 된 나는 앞으로도 몇 번이나 이 책을 읽을 것이고, 보지 않고 다른 이에게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체화시켜 '일취월장' 할 것이다.


어느 부분이 인상 깊었는가?


나는 일취월장에서 '운', '사고', '선택'편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운은, 여태까지 내가 여러 회사에 근무할 수 있었던 것,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를 입학할 때, 학교 안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 등 여태까지 살면서 성취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운을 알기 전의 나는 그게 실력인 줄 알고 오만했다. 그러나 운을 '인지'하게 된 지금은 운이 왔을 때를 대비하여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사고는, 다섯 가지의 사고(반성적, 통계적, 맥락적, 시스템적, 재무적 사고)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시야를 트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일다운 일을 하게 되고, 작은 성취를 안겨주었기 때문에 더욱 인상 깊게 느껴진다.


선택 편에서는 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선택에 대한 생각을 변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책에서 제안하는 선택의 프로세스 5가지이다.


1. 인식론적 겸손을 갖췄는가?

2. 선택안은 정말 충분한가?

3. 검증의 과정은 거쳤는가?

4. 경쟁자를 생각했는가?

5.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대비했는가?


-일취월장, 3장 '선택'편 중-



1. 인신론적 겸손은 운의 영향력이 큰 비즈니스 분야에서 직관의 한계를 인지하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전문가의 직관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승자효과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일으킬 수도 있다.)


2. 책에서는 케네디 정부의 최고/최악의 의사결정으로 뽑히는 사례를 통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선택 안을 늘리는 것을 제안한다. 또한, 선택 안을 늘리기 이전 '기회비용'을 생각해서 선택안의 시간적/금전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반드시 비즈니스 분야뿐만 아닌, 모든 결정을 내릴 때 특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기회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결정을 내리면서, 더 큰 가치를 얻을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3. 선택 안을 늘린 뒤에는 '체크리스트', '줌 인', '줌 아웃' 전략 등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일취월장에서는 한 사례로 우리가 잘 알고있는 넷플릭스의 일을 소개한다. 2011년, 넷플릭스는 통합되어있던 DVD 배달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분리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로 인해 기존에 서비스를 이용하던 고객들은 기존보다 60%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갑자기 돈을 더 내게 된 소비자들은 분노하기 시작하며, 넷플릭스 회원 탈퇴를 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매출과 브랜드에 타격을 입은 넷플릭스는 주가의 50%가 폭락하게 된다. 현장 실험의 최고 권위자인 경제학자 유리 그니지와 존 리스트는 넷플릭스가 만약 서비스 개편을 하기 이전 일부 지역에서 실험해 봤다면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위의 사례를 통해 검증없이 직관에 의지한 의사결정의 위험성을 직시할 수 있다. 


4.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경쟁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지니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대체불가능한 존재'로 만들고, 경쟁자는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경쟁자가 더 잘하게 되면 내가 한 것은 무용지물이 된다. 때문에 '경쟁자를 생각했는지' 잊지 말아야한다. 단, 기업의 목표는 '경쟁자를 없애는 것이 아닌 수익의 극대화'이다. 경쟁자를 이용하고, 너무 늦은 완벽한 선택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적시에 선택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5. 최상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 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는 운편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일 뿐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이 가장 기본중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이는 일취월장을 읽기 전부터 늘 생각해오던 것으로, 어려서부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깨닫게 된 것 같다.(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최악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그 일에 대처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둔다. ) 그리고 중요한 일의 경우 그 시나리오에 덧붙여 안됬을 시 플랜 B를 생각한다. (플랜 C까지도..)  이러한 성격 때문에 쉽게 스트레스 받지만, 시나리오 없이 위험을 맞이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에 비해 훨씬 덜하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라. 최선의 경우는 스스로 알아서 잘 관리된다. -이디시어 속담-


누군가 나에게 인생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완공과 일취월장을 말할 것 이다. 일취월장은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들을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분석해서 한 권의 책으로 집약해 놓았다.완공이 공부와 성장을 위한 책이라면, 일취월장은 사회에서 살아남기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소양을 제시하는 책이다. 나처럼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고, 내가 뭘 할 수 있을 지 모른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출처] [서평]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 소양을 알게 해준 책, 일취월장|작성자 쿤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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