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온몸에 전율이 돋는 순간이 있다. 편협한 사고가 깨지고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며 모든 소음을 관통하여 본질과 만날 때이다. 그렇게 통찰의 힘을 독서를 통해 느낄 때는 세상을 다 얻는 것만큼 행복하고 또 실제로 거기서 체화된 통찰력을 삶에 적용하면 또 다른 거대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내가 읽어봤던 역사 책 중에 정말 나에게 큰 깨우침 선물해준 5권의 명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분들이 소개되는 책을 통해 꼭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멀리 보는 기회와 만났으면 좋겠다.
1. 모기: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
가장 최근에 읽은 역사책이어서 그런지 가장 흥미진진한 책이다. 일단 발상자체가 정말 대단하다. “전지적 모기”시점으로 세계사를 관통하고 다 읽고 나면 사고의 폭이 크게 확장되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저널 <네이쳐>는 이 책이 독자를 매혹적인 모험으로 끌어들인다고 극찬을 했다. 저자인 와인가드 박사가 옥스포드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또 군사역사학과 원주민 연구의 조예가 깊어서 책에 깊이가 대단하다. 정말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니 많은 분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2. 사피엔스
이미 많은 분들이 읽은 책이라서 부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다르게 이 책은 복잡계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싶다.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역사는 우연의 연속이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다른 선택도 있었다는 것을 알기 위함이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그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역사가 반복되기 때문에도 아니고 미래를 알 수 있기 때문에도 아니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핵심은 어떤 우연이 있었고 그 우연한 사건의 맥락과 전개에 대해 깨닫기 위함이다. 누군가는 거기서 경이로움을 느낄지도 모르고 어떤 이는 두려움을 느껴 조금 겸손해질지도 모른다. 이것이 역사책을 읽는 최고의 묘미 아닐까?
3. 지구의 정복자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통섭>이라는 책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지구의 정복자는 말 그대로 진사회성 동물이 어떻게 지구를 정복하게 되었는지 잘 알려준다.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면 “ 그들(진사회성 동물)은 서로에게 공감하고, 친구의 감정을 헤아리듯이 적의 감정을 헤아리고, 그들의 모두의 의도를 판단하며, 나름의 사회적 상호 전략을 짜야 했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고도의 지능을 갖춘 장치가 되는 동시에 고도로 사회적인 장치가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랫폼을 Social Network 혹은 Social Media라고 한다. 말 그대로 사회적 망 혹은 매체인 것이다. 결국 진사회성 동물인 인간은 지구를 정복했고 그것의 특징을 가장 잘 파악한 시스템인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또 다시 세상을 점령하고 있다. 이런 것이 가끔 연결될 때 나는 소름이 돋는다.
4. 총균쇠
이 책도 감히 내가 사족을 붙여가면서 설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냥 넘사벽 책이고 역시 인생은 운(?)빨이 크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겸손하자. 책으로 읽으면 조금 두꺼워서 포기하기 쉬운데 잘 찾아보면 다큐멘터리가 있다. 다큐멘터리 보고 책도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5. 종교: 지도로 본 세계 종교의 역사
앞에 4권의 책은 많은 교집합이 있다. 그중에 가장 큰 교집합 중의 하나가 바로 종교일 것이다.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는 사실 종교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역사의 커다란 한 축에는 종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특이하게 지도책이다. 지도로 본 종교의 역사라서 접근 자체가 새롭다. 이 책은 크기가 일단 엄청 크고 양장이라서 책값이 비싼 것은 미리 염두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