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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Mar 02. 2017

석사와 박사

OECD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석사 혹은 박사 학위를 취득하려는 경향을 알 수 있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분위기는 환영받아야 한

다. 하지만 그 의도와 걸맞게 사람들은 자신이 가려는 길에 대하여 과연 깊게 생각해봤을까? 과연 한국에서 석사/박사 과정에 있거나 관심 있는 친구들 중에 과연 석사와 박사의 뜻을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친구가 몇 명

이나 될까?(개인적으로 강연에서 300명 친구들에게 물었을 때는 한 명도 없었다.)


나 또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많은 분들이 나를 신영준 박사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나도 박사라는 단어에 뜻에 대하여 제대로 그 뜻을 생각해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깨달은 것은 얼마 전 일이다. 과연 석사/박사는 무슨 뜻인가? 우선 석사를 살펴보면 석사의 ‘석(碩)’자의 뜻은 ‘크다’이다. 크게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뜻이다. 삼성 재직 시절 기준으로 보면 석사를 받은 학생들은 3년차 사원으로 입사를 한다. 삼성에서 3년차 사원의 능력을 보면 탁월하다. 정말로 업무 처리를 잘하는 친구들이 많다. 2년 동안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내공이 축적되면 개인의 수준은 상당한 경지까지 오른다. 그 말인즉슨 석사를 마치고 입사를 했으면 디테일한 회사 경험은 부족해도, 이론적인 전공 부분과 인접 학문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대답이 척척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수준이 회사에서 석사 학력에게 기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내가 대부분의 석사 출신 신입사원과 인터뷰를 해보면 자기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을 정말 많이 들었다. 심지어 전공을 잘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전형적으로 실험실에서 스위치만 ‘껐다/켰다’한 친구들이다. 그들은 석사의 의미에 충분히 부합하게 공부하지 못한 것이다. 영어로 석사는 ‘Master Degree’다. Master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인가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분야를 완벽히 이해하면 인접 분야는 자연스레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이해해야 한다. 야구로 비유하면 유격수를 잘하는 수비수는 2루수로 투입이 되어도 어느 정도는 소화해야 된다는 이야기이

다. 그렇다. 석사를 마치면 학부생처럼 ‘모르겠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석사에 재학 중이거나 석사에 관심 있는 친구들은 꼭 ‘크게’ 공부하기를 바란다.


그럼 박사의 뜻은 무엇일까? 박사의 ‘박(博)’자의 뜻은 ‘넓다’이다. 그럼 ‘크게’ 공부하는 석사랑 어떤 차이가 있단 말인가? 오묘하게도 ‘박(博)’ 자에 또 다른 뜻에는 ‘깊다 ’라는 말도 있다. 석사와 마찬가지로 박사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영어의 뜻 먼저 살펴보자. 영어로 박사는 ‘PhD’이다. Doctor of Philosophy의 줄임말이다. 박사는 곧 철학자임을 의미한다. 철학의 심오한 뜻을 아주 간략하게 말하면 ‘탐구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박사는 곧 탐구를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넓게 그리고 깊게’ 공부하는 것은 박사의 본연의 임무를 아주 탁월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먼저 깊게 공부하는 것은 직관적으로도 이해가 쉽다. 새로운 영역을 제대로 탐구하기 위해서는 아주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넓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박사는 탐구한 결과를 통해 자신만의 학문의 금자탑을 쌓아야 한다. 탑을 놓게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춧돌을 넓게 깔아야 한다. 쉬운 예로 피라미들의 1층을 10×10으로 만들면 10층짜리 피라미드를 쌓는 것이고, 9×9로 쌓으면 9층짜리 탑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만의 연구 결과를 학문의 금자탑으로 높게(여기서 높게는 ‘깊게’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쌓고 싶다면 넓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은 우리 인생의 추상화이다. 그만큼 본질이 축약되어서 담겨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들의 본질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여 정확한 뜻도 사실 모르면서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언급하면서 그 의미를 잘 몰랐던 석사/박사의 뜻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대학원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공부에 임해야 되는지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뜻에 부합하게 공부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부끄럽다. 지금부터라도 더 제대로 공부를 해야 될 것 같다. 


출처: 신박사가 집필한 <졸업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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