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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Feb 25. 2017

Chindia (China + India)

내가 미국 대학교 합격 후 방향을 180도 돌려 싱가포르국립대로 유학을 간 가장 큰 이유는 Chindia(China + India)를 간접적이지만 가장 완벽하게 경험해보고 싶어서였다. 특히 내가 속한 전자과 대학원은 정확히 비율이 중국 학생 4 인도 학생 4 기타 국가 학생 2였기 때문에, 인도와 중국 학생들의 특징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5년간 Chindia 친구들을 관찰하고 그 사실을 우리나라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Chindia 학생들이 똑똑하기는 한데 아인슈타인은 아니었다. 우리 연구소의 학부 인턴 연구생들은  IIT나 중국 탑 10 대학교에서 많이 왔다. 당연히 똑똑하지만 흔히 중국 18억 명 중에 몇 등, 인도 12억 명 중에 몇 등 해서 구구단을 200단까지 외우는 한국 사람들이 막연하게 상상하는 그런 공부 괴물들은 아니었다.(하지만 인도 학생들의 암산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지적 능력은 나와 함께 일했던 서울대, 카이스트 친구들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높은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질은 비슷해도 학생 수가 본국에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건비가 아직도 우리의 1/3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생각할 때마다 두렵다. 


진짜 문제는 언어이다. 인도 친구들은 발음은 독특해도 영어로 읽고 쓰는 일에 문제가 전혀 없다. 중국 친구들도 일단 틀리는 것에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영어를 더 잘한다. (물론 어순의 문제도 무시 못 할 것이다.) 결정적으로 중국인 친구들의 최대 강점은 우리가 최고의 스펙으로 여기는 중국어가 모국어라는 것이다. 언어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비슷한 능력을 가진 중국과 인도 친구들의 취업률을 보면 어느 영어권 국가이나 인도 친구들의 취업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실력만큼 언어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영어로 독해와 작문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기본 한자를 모르는 한국 친구들은 경쟁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특히 한자는 중국어와 일본어로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우리 언어의 깊이를 높이는 데 필수지만 잘못된 교육 과정이 우리 고유의 장점을 말살시켰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욕망이다. 중국이나 인도 친구들의 열정은 넘치다 못해 탐욕스러워 보일 정도이다. 금전적 성공을 하겠다는 열망이 정말 무섭게 느껴졌다. 한국 친구들도 열망은 있다.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다. 같은 에너지지만 부호가 다르다. 이렇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잘못이다. 인도와 중국 친구들이 성공에 굶주린 짐승 같다고 하면 한국 친구들은 잘 훈련받은 잘생긴 개같이 느껴진다. 잘 훈련받은 호랑이로 키웠어야 하는데 기성세대가 심하게 잘못 인도했다. 굶주린 야수와 길들여진 개가 붙으면 결과는 뻔하다. 젊고 어린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렇다고 어른들을 너무 원망 말자. 그들도 고의적으로 한 일이 아니다. 본인들의 자식들은 조금 더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는 욕망이 실수가 된 것이다. 인정하고 다시 고치면 된다. 인정하지 못하면 영원한 실패가 된다.


한국 상황이 나빠지는 이유는 내부에도 있지만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이 전체적으로 더 크다. 10억 오랑캐가 쳐들어오려고 하는데 큰 굿판(한류 같은 것)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탐관오리가 넘쳐나는 것 같다. 이미 준비는 안 됐다. 인정해야 된다. 가까운 미래는 피할 방법이 없다. 아주 힘들 것이다. 교육의 효과는 빨라야 10년 뒤에나 나온다.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를 고취시키는 일인데 그게 과연 인터넷에서 글 몇 자 적어서 떠든다고 될 일인지 모르겠다. 긴 보릿고개가 올 것이다. 그래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준비하면 훨씬 덜 아플 것이다. 인도와 중국은 거대한 만큼 앓고 있는 문제도 크다. 지금부터 집요하게 준비하면 10년 뒤에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 반드시 있다. 가열차게 준비하면 국지전에서는 지금 당장 승리도 가능하다. 우리는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다들 마음 단단히 먹고 제대로 해보자.


출처: 신박사가 쓴 <졸업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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