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박사 Aug 31. 2021

딱 아는 만큼 보인다. 그래서 하나도 보지 못했다.

요즘은 정말 돈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주제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어디를 봐도 가장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는 “돈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돈 안되는 얘기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오늘은 어쩌면 돈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돈을 버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보편적 맥락에서 돈이 많으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그렇다면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래서 풍요로워진 만큼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느 시점에 진입하면 돈이 마냥 많아진다고 해서 인생이 깊이를 느끼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부자를 꿈꾸고 실제로 누군가는 부자가 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풍요 속의 빈곤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정서적으로 빈곤 상태임을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다른 측면으로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는 그렇게 부유하지 않아도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도 있다.)


나조차 경제적 성공만을 갈망하며 이 악물고 달려왔다. 그래서 나한테는 전혀 돈이 될 것 같지 않는 “예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하게 예술의 힘을 정말 강렬하게 느낀 적이 있었다. ‘어둠 속의 대화’라는 전시회를 우연히 갔다. 이 전시회는 정말 빛이 조금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시각을 완벽하게 차단한 상태로 다양한 사물을 경험하는 전시회였다. 빛이 과장없이 1도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 정도가 아니라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받은 느낌 솔직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고 정말 많은 영감을 준 체험이었다. 그때부터 예술에 아주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끔 미술관도 가고 했지만 어둠 속의 대화를 경험했을 때만큼 무언가를 느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데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정말 많은 분들에게 강력하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혁신의 뿌리>이다. 이 책은 예술과 과학, 기술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려주는 최고의 교양서이다. 보통 예술책은 관련 분야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조금 난해하고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 기술이 예술에 어떻게 영향을 줬고, 그리고 예술은 어떻게 과학과 기술을 바라봤는지 설명하고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옷을 고를 때 이 옷이 단순히 보라색이기 때문에 비싸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경험하지 않는다. 화학 공정으로 염료가 처음 개발되기 전에는 옷에 색깔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가격이 비쌌다. 그리고 처음으로 1859년 보라색 염료가 화학 공정으로 처음 개발되었을 때, 오랫동안 부와 권력을 나타냈던 보라색 옷은 일반인들에게도 보급되면서 엄청난 유행을 타게 된다. 그러다 콜타르에서 다양한 합성염료들이 개발되면서 19세기 말에 보라색은 노인의 색이 되고 만다. 이렇게 기술과 예술(패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혁신의 뿌리>에는 정말 재미있는 챕터가 많은데 내가 가장 감동을 많이 받았던 챕터는 “달에 닿다”라는 챕터이다. 이 챕터에는 증기 망치를 개발해서 부자가 되어 은퇴해서 달 그림에 몰두한 제임스 나스미스의 얘기 나온다. 정말 꼭 모두가 읽어봤으면 하는 챕터이고, 예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지금이야 우리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지만 인류가 우주 밖으로 나가기 전에 대부분은 상상에 의존해서 지구의 모습을 그려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예술의 힘은 실제로는 불가능하지만 우리의 상상속에서는 그것을 그려낼 수 있는 만큼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나스미스가 우주에서 본 지구를 상상한 대목이 책에 나오고 또 실제로 아폴로 8호의 조종사 윌리엄 앤더스가 실제로 지구를 봤을 때 묘사한 말이 있는데 모두가 꼭 같이 읽어봤으면 해서 아래 인용했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쩌면 예술은 돈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참고로 요즘 시중에 돈의 유동성이 풍부해져서 예술 작품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투자가 활발하다고 하다.) 하지만 그 어떤 주제보다 우리에게 정서적 풍요를 선물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쩌면 언젠가 가능할 설명하지 못할 무언가의 시작이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 생각해본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교양과 즐거움 모두를 만끽했으면 좋겠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35467936&orderClick=LAG&Kc=


-로크미디어의 제작지원을 받은 글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반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