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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Jul 01. 2017

나는 그렇게 실패했었다.


1.
나는 삼성디스플레이 개발2실 PA였다. PA는 개발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시켜서 양산팀에 넘기는 일을 한다. 개발의 꽃이다. (보통 반도체에서 기술을 팔아 넘겼다는 나쁜 사람들은 대부분 PA출신들이다. 그만큼 PA의 역할은 중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냥 큰 기업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세계 1위에 있는 회사다. (OLED는 넘사벽이다.) 나는 그런 회사에서 책임 엔지니어로 LCD 디스플레이를 넘어서는 OLED TV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했고 삼성은 OLED TV 개발을 중단했다.

그 때 인생 참 썼다....[두근두근 中]


2. 
우리가 실패한 것은 단순히 제품 생산을 실패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실제로 판매까지 했었다. 그리고 당연히 OLED TV화질은 LCD보다 좋았다. 하지만 좋은 제품은 단순히 성능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성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가격”이다. 우리 제품은 기존의 제품보다 성능은 당연히 좋았지만 가성비에서 결국 무너졌다. 물론 다른 문제도 있었지만 그것은 결국 해결 될 것이었다. 결국은 가격이었다. 

실제 판매도 했었던...

3. 
널리고 널린 수많은 책임 엔지니어 중에 하나였지만 나는 개발을 성공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브라운관이 LCD로 바뀌었듯이 LCD를 OLED로 바꾸면서 우리 삼성 디스플레이가 그리고 대한민국 기술이 대형 TV에서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길 원했다. 그리고 나중에 딸한테 자랑하고 싶었다. 아빠도 열심히 해서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화질로 티비를 보는데 일조를 했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열심히 해서 개인적으로 상위고과를 받았지만 그래도 실패였다. 그리고 대형 TV를 주도하던 개발 2실은 1실로 흡수되면서 없어졌다.

그 때는 몰랐지만 당시의 실패는 내 인생에 가장 큰 경험 중 하나였다. [두근두근 中]

4.
그렇게 나는 뼛속까지 공돌이고 더 나아가 양산을 위한 개발자였다. 나는 퇴사를 해서 현재 작가로써, 기획자로써 그리고 SNS 미디어 운영자로 살고 있지만 내 철학은 양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돌이의 사고 방식에서 나온다. 그래서 회의 때도 난 늘 “개발자”스럽게 말한다. 그렇게 처음 만든 것이 빅보카였다. 나는 출판을 한다는 생각보다 제품을 출시한다는 마음으로 빅보카를 만들었다.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보완하기 위해 팟빵 스토리 예문 그리고 빅보카퀴즈 어플까지 만들었다. (추후에도 컨텐츠는 다양한 방향에서 계속 업그레이 시킬 것이다.) 그건 좋을 일이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당연한 애프터 서비스이다. (난 그래서 심지어 강연에도 애프터 서비스를 했다.)

실패자로 끝나긴 싫었다. [두근두근 中]


5.
1년 전을 돌이켜보면서 아쉽다고 생각한 것이 만약 추후에 준비한 서비스들이 빅보카 출시 전부터 함께 처음부터 제공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과오를 반성하며 고작가님과 함께 <완벽한 공부법>을 출시했다. 이번은 조금 더 완성도가 높았다. 무료 온라인 강연부터 버스킹 그리고 무료 ebook 15챕터까지. 그리고 많은 분들이 상당히 만족해주셨다. (그리고 현재 동기부여 어플을 개발 중이다. 이건 정말 또 기대해도 좋은 제품이다. 물론 무료다.)

작은 노력이 모이면 내공이지만, 작은 후회가 모이면 대재앙의 씨앗이 된다. [두근두근 中]


6. 
나는 항상 출판을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삼성에 있었던 것처럼 제품을 출시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한다. 그렇게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한 것이 이번에 나온 <두근두근>이다. <두근두근>은 내가 많은 친구들을 멘토링 해주면서 사실상 저절로 만들어야겠다고 아니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나온 책이다. 분류는 책이지만 일종의 다이어리 기능도 있다. 이 컨셉을 들은 사람들은 책이네 다이어리네 이야기 했지만 이건 책도 아니고 다이어리도 아니다. <두근두근>이다. 누가 보면 책 하나 툭 낸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집약된 제품이다.

집중을 잊지 않았다. [두근두근 中]


7. 
우선 난 인생공부를 통해 설문 조사를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1615명이 응답했고 그 중 60%인 960명은 사서 결국 제대로 안쓴다고 대답했다. 제대로 1년을 알차게 쓴다고 대답한 사람은 35%에 불과했다." 


이 지점이 내가 다이어리와 책을 합쳐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다이어리는 날짜가 있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면 사실상 폐지가 된다. 하지만 책은 아니다. 책은 그 자체로 값어치가 있다. 그래서 아주 짧은 글들을 꾸준히 쓰기 시작했다.

그림이나 디자인 없이 글뿐이었지만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렀던 글 [두근두근 中]

8. 
짧은 글을 쓰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임팩트가 없으면 완전 그냥 아무말 잔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꾸준히 내 타임라인과 인생공부를 통해 내가 쓴 짧은 글의 반응을 보았고 약 200개의 짧은 글 중에 20%가 조금 넘는 50개는 10만 도달이 넘은 대중에게 검증 된 글만 엄선해서 책에 수록했다. 언제나 20:80 법칙(멱법칙)이 중요하다. 컨텐츠희 핵심 20%는 압도적으로 좋아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글들은 신선함을 주기 위해 개인계정에 올리고 싶었지만 꾹꾹 참아서 책에만 썼다.

인생공부 페이지에 텍스트만 적었지만 3000분 이상이 좋아요를 눌러줬던 글 [두근두근 中]

9. 
그리고 52개는 <완벽한 공부법>에서 내가 생각하는 핵심 문구를 발췌했다. 나는 고작가님과 쓴 완벽한 공부법에 대한 프라이드가 상당히 높다. 사실 모두가 한 번 정도는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주 적은 부분이지만 꼭 읽어봤으면 하는 내용을 실었다. 아주 두껍고 무식하게 생긴 <완공>에 대한 진입장벽을 상당히 낮춘 것이다. 물론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도 좋다. 두 번을 읽음으로써 나머지 부분도 다시 기억이 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기억으로 가는 길은 반복 밖에 없다.


10. 
또 명언 102개를 엄선하여 같이 실었다. 단순히 한글로만 쓰지 않고 영어와 한글을 같이 썼다. 그 이유는 영어암기책 열풍을 보고 기획을 했다. 영어책 하나를 외어보기 전에 명언 딱 100개만 외워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명언을 통으로 외우면 당연히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또 말을 할 때 인용하면 말의 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가슴을 울리는 명언만 엄선하였다. (이것도 50% 이상은 인생공부에 올려서 반응 검증을 받은 명언들이다.)


10. 
그리고 책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 진짜 난리를 쳤다. 스티브 잡스도 울고 갈 내 정신 나간 요구를 수용해준 이사님과 형일이 그리고 디자이너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책 색깔부터 표지 질감 그리고 내지 디자인이 몇 번을 뒤집어 엎었는지 모른다. 표지색은 샘플 번호에 없는 것이라서 이사님이 직접 인쇄소에 가셔서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하루 동안 계속 뽑아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가장 내가 이번에 공들인 부분은 가격이다. 이건 책이자 동시에 다이어리이다. 다이어리 제품 시장 조사를 하고 가격에 상당히 사실 놀랐다. 웬만한 건 다 만원이 넘고 조금 브랜드가 있는 건 별 것 없는 것 같은데 3만원도 훌쩍 넘었다. 나는 양장에 코팅지까지 쓰면서 가격을 14900원으로 확정했다. 당연히 출판사는 이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처음에 제시했지만 내가 반대했다. 당연히 돈이 많이 들어가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좋은 제품은 가용자원을 가장 완벽하게 활용하여 최고의 성능을 뽑아내는 것이다. 복잡한 생산과 판매의 역학을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곳까지 낮췄다. 당연히 출판사 마진도 엄청 낮췄다. 똘아이 같은 작가의 모든 요구를 수용해준 대한민국 일등 출판사 로크미디어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실력 우선 주위를 실천하는 대한민국 일등 출판사 로크미디어 [두근두근 中]

11. 
가뭄 끝에 반가운 단비가 왔던 6월 27일 폭우를 뚫고 퀵서비스 기사님이 집에 도착했다. 나는 다섯 권을 다시 빨리 피디님들께 드려야 되기 때문에 거기서 웅구에게 일부를 전달하고 나머지 15권을 들고 채아 엄마와 채아가 기다리고 있는 동네 식당으로 갔다. 늘 그렇듯이 음식을 시키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채아를 데리고 나와서 밖에서 놀았다. 그 동안 아내는 이번에 기획된 책을 보았다. (우리 아내는 아주 잘나가는 MD 출신이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엄청 뛰어나다. 그래서 이번 책을 제작하는데 최고의 멘토였다.) 그리고 식당으로 돌아왔다. 내가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다.


“책 어때?” 
“응, 정말 예쁘네.” 
“근데 눈물이 날 것 같아.”


마지막 말에 내 모든 게 담겨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식당에서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겨우 참고 참고 또 참아서 집에 왔다. 정말 이 책을 만들고 싶어서 또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악착같이 작업했다. 그리고 정말 제대로 된 제품이 나왔다.

진짜 꿈의 힘은 무엇보다 강하다. [두근두근 中]

12.
퀄리티, 가격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감동. 그렇게 나는 양산 제품을 다시 만들었다. 이 책이 얼마나 대중에게 사랑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난 실패한 엔지니어가 아니다. 일단 절반의 성공은 해낸 것 같다. (아 눈물 난다.) 발로 뛰고 많은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는 노력해서 나머지 절반을 완성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성공한 기획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인세 전액 기부를 통해 그 성공을 모두와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다시 작은 나비의 날개 짓을 할 차례다. 언젠가 변화의 태풍이 몰아치기를 바라면서!!

모두의 성장을 응원하며!

덧. 다시 한 번 모든 인세 기부를 허락해준 내 평생 친구이자 멘토인 추현경 여사에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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