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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박사 Aug 13. 2017

30대가 된다고 슬퍼하는 29살에게

"특히 불편한 부분은 무엇이 문제인지 또 답이 무엇인지 언제나 그 시작과 끝이 불완전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들 고민을 피하는지도 모르겠다."


2016년 12월 말에 "30대가 된다고 슬퍼하는 29살에게"를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20만명도 넘는 사람들이 글을 읽었고, 댓글 반응도 엄청났다. 사실 이 글에 대한 반응을 보고 의문점이 들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이 글에 공감했을까? 


나는 이제 30대가 꺾여서 40대를 어렴풋이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몇 년 후면 40대가 되겠지만 딱히 숫자의 앞자리가 바뀐다고 해서 슬프고 그렇지는 않다. 사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40대가 되었을 때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나는 30살이 될 때도 사실 그렇게 뭔가 서글프지도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당시 대학원생이었고, 그런 것을 크게 고민할 겨를 따위가 없었다. 단지 난 빨리 졸업을 해서 취업을 하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20대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설레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왜? 아마 어떤 제한과 구속으로부터의 독립을 시작하는 나이라서 그런 것 같다. 입시라는 구속. 미성년자라는 법적 제한. 이런 다양한 속박으로부터 온전하게 독립되면서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무엇이던 할 수 있고 (어쩌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싹트는 시기라서 누구나 거부감없이 즐거운 감정으로 20대를 맞이하는 것 같다. 하지만 30대는 다르다. 


30대가 모두에게 딱히 반갑지 않은 이유는 20대에 가졌던 기대감에 뿌리가 있다. 20대에 온전한 독립을 꿈꿨지만 30대에는 해내지만 못한 온전한 독립이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 제도적 혹은 구조적 속박에서는 20대로 들어오면서 독립할 수 있었지만, 30대에는 무엇 보다 벗어나기 힘든 인간 관계라는 속박에서 나오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올가미 우리를 조여온다. 참 안타깝다. 존재하지도 않는 이 올가미가 우리의 숨을 그렇게 턱 막히게 하다니..... 


그런면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졸업을 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보니,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써 본적도 없다. 씁쓸하지만 전화위복인가? 그리고 더 운이 좋았던 것은 나는 32살부터 대기업에 과장으로 취업을 하면서 크게 경제적으로 힘들지도 않았다. 또 32살부터 (군필자임에도 불구하고) 과장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다보니 커리어 진행 속도도 또래의 친구들도 보다는 2~4년 빨랐다. 내가 어떤 주도적인 사람이라서 타인의 시선이나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고, 순전히 운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운이 좋았고, 그 기회를 잘 살려서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구간으로 진입한다. 


비록 약간이라도 나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재정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그 여유를 온전히 나에게 다시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투자는 어쩌면 내 인생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투자였다. 나는 그렇게 30대 초반부터 고민을 했고 행동을 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을 통틀어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이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인생에서 행복을 얻는 방법이나 시기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 "내가 이렇게 살아봤으니깐 너도 그렇게 해봐!" 처럼 위험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삶의 리스크(risk)를 줄이는 방향은 어느 정도 존재할 것이다. 나는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고민을 깊게 하면 할수록 오답은 조금씩 줄어든다. 


사실 이런 조언을 들었다고 해서 치열한 고민을 하기란 쉽지 않다. 왜? 치열한 고민이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다른 이들의 삶을 조금 들여다보면 도움이 된다. 인생에서 먼저 방황을 하다가 숙고를 통해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아!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라고 깨달음도 얻을 수 있고, 혹은 "아~ 다 힘들구나!"라고 위로도 받을 수 있다. 


최근에 그런 관점에서 재미있게 본 책이 "낯선 곳으로의 산책"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조금 독특한 책이다. 한 유명한 30살 작사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독립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역사에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30살 대중가요 작사가와 대한민국 독립이라.....


이 오묘한 조합이 참 낯설었다. 그리고 제목을 다시 보니 <낯선 곳으로의 산책>이다. 그러면서 속으로 "제목 참 잘 지었다. 진짜 낯선 조합이다..."하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 자칫하면 식상하기 쉬운 소재이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작가의 필력이 아닌 특유의 작'사'가 필력으로 잘 풀어 나간다.  그러면서 30살에 대한민국의 한 청년에 고민을 엿볼수 있었다. 


사실 나는 고백을 하면 역알못이다. 특히 한국역사는 완전 역알못이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내 딸이 역사 공부를 시작할 때 각잡고 함께 열심히 공부를 할 생각이다. 그 때까지는 계속 부끄럽게 지내야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움찔움찔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보통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꼰대니즘의 책을 보면 나무한테 미안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훈계의 역할을 우리나라 독립군(?)에게 맡겨 버리니 그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무리 역알못이지만 윤봉길 의사가 도시락 폭탄 투척한 얘기는 알지..."라고 생각하다가 놀란 것이 당시 그의 나이가 25살이라고 한다. 25살...... 그냥 말이 나오지 않았다. 25살에 내가 무엇을 했지 생각을 했지만 딱히 생각이 나지도 않았다. (그냥 아마 학교 다니면서 시험공부하고 좌절하고 그리고 스타했겠지....그리고 도시락 폭탁을 던진 게 아니라 물통 폭탄을 던졌다고 한다.) 만약에 내가 25살 때 누가 나에게 와서 "너는 25살이나 되서 게임이나 하고 있냐?" 이랬으면 대판 싸웠을텐데 윤봉길 의사는 25살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받쳤다는 이야기를 내가 읽었다면 그냥 숨이 턱 막혔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스타는 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도 인간이기에 한 두판 덜 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주 독특한 테마로 30살의 고민이라는 화두를 던진 <낯선 곳으로 산책>이라는 책을 통해 오랜만에 나는 다시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민하는 시간을 사실 즐겁지 않다. 특히 불편한 부분은 무엇이 문제인지 또 답이 무엇인지 언제나 그 시작과 끝이 불완전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들 고민을 피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에게 책 속의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하고)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상황과 환경을 따지고 최소한의 틀 정도는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작은 방 한 칸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열악한 상황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를 넘어서서 임시 정부를 세우도록 그들을 이끌었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작은 방에서 임시정부를 시작하게 된 걸까?"


30대가 된다고 (혹은 되었다고) 슬퍼하는 친구들은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 하지말고 진지하게 삶을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사실 왜 슬픈지 이유도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 슬퍼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한 번 뿐인 인생 그래서 더 소중한 우리의 인생 진짜 허투루 살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으면 좋겠다. 또 자신만이 힘든 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그래서 너무 또 외롭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 다닐 적 숙제 안 한 사람 일어나라고 했을 때 친구가 동시에 스윽 같이 일어나는 것을 본 순간의 그 미약하지만 우리가 가졌던 안도감(?)을 잊지 말자. 그렇게 조금 슬프고 힘들어고 우리 함께 힘냈으면 한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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