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라이트리 Jul 28. 2024

올림픽 개회식, 다섯 장면

24년 파리, 12년 런던, 08년 베이징, 88년 서울, 64년 도쿄

왜 올림픽인가?


2024년 파리 올림픽(Paris 2024)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축구 등 주요 구기종목이 올림픽(olympic) 진출에 난항을 겪으면서, 다소 시들해진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막식 방송 한국 내 시청율이 3%라는 말이 있더군요.)


왜 우리는 올림픽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저는 무엇보다 '이야기(story)'의 힘이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


운동(exercise). 우리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날이 더 많았습니다만, 최근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멀리 가보면,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플라톤(Plato) 역시 자신의 저서 국가(the Republic)을 통해서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체육을 통해 영혼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자면, 선수들의 땀 흘려 갈고닦은 시간들이 모여,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통해, 전 세계인들 앞에서 인간이 각 운동 종목에 있어 최고 수준의 기량(performance)을 선보이는 모습은 감동적인 드라마이자 영화 그 자체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탁월성(excellence)과 우정(friendship), 존중(respect)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고, 인생에 있어 열정과 차분함 등 여러 가치들에 대한 많은 교훈을 얻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FjvopKvqU0



올림픽 개막식, 다섯 장면 꼽아보기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행사는 개최국들에게 있어서도 각 국가들의 최고의 모습과 비전을 전세계에 뽐내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담긴 이벤트입니다.


이번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비롯하여, 제가 개인적으로 최고의 올림픽 개막식으로 손꼽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그리고 아시아의 비상을 알렸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988년 서울 올림픽, 1964년 도쿄 올림픽의 개막식 장면들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파리 2024(Paris 2024)

2년 런던, 08년 베이징, 88년 서울, 64년 도쿄

이번 파리 올림픽은 프랑스와 유럽의 멋, 그리고 예술문화의 품격을 여실히 보여준 개막식이었습니다. 역대 최초로 야외에서 진행되었고, 최초로 선수들이 배로 입장하였습니다.


문화가 두터운 나라와 국민이 얼마나 풍요롭고 여유있는지 품격을 보여준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너무 아파트값, 연봉, 애들 학교 같은 물질적인 것과 외형적인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인생은 짧고,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가치들도 많은데 말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v=2csISX039JU


하지만 무엇보다 멋진 부분은 최근의 정치적 양극화(political polarization)이 심해지고, 모든 것이 너무나도 치열해져버린 극단의 시대에서, 다양성(diversity)에 대한 의미들이 퇴색되고 도전받는 상황 속에서, 프랑스가 보여준 다양성의 가치는 매우 인상적이고 뜻깊은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에펠탑과 셀린 디옹, 루브르 박물관, 센느 강까지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고, 이 근저에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로 이어져 온 프랑스의 두터운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가 강력한 서사(narrative)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924년에 이어 100년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입니다. 선수들의 멋진 모습으로 우리 시민들에게도 좋은 영감이 이어지는 좋은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런던 올림픽(London 2012)


다음은 제 기준으로 가장 좋아하는 올림픽 개막식인 2012년 런던 올림픽입니다.


제가 너무나 애정하고, 영국을 대표하는 락 밴드인 뮤즈(Muse)와 더불어, Hey Jude 연주는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영국은 근대와 현대를 풍미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문학과 음악 등 예술문화에 있어서도 강점을 가지는 국가입니다.


산업혁명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현대 역사를 좋은 스토리로 잘 엮었고, 엘리자베스 여왕과 제임스 본드, 미스터 빈까지 총 출동한 큰 행사였습니다.


https://olympics.com/ko/video/%E1%84%80%E1%85%A2%E1%84%86%E1%85%A1%E1%86%A8%E1%84%89%E1%85%B5%E1%86%A8-%E1%84%85%E1%85%A5%E1%86%AB%E1%84%83%E1%85%A5%E1%86%AB-2012-%E1%84%83%E1%85%A1%E1%84%89%E1%85%B5%E1%84%87%E1%85%A9%E1%84%80%E1%85%B5



베이징 올림픽(Beijing 2008)


다음은 아시아로 가봅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2008년 열렸습니다. 앞서 2000년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세계화의 물결에 동참합니다. 근대의 아픔을 넘어 100여년 만에 중국의 비상을 전 세계가 목도한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장이머우 감독이 개막식 연출의 총감독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장이머우는 영화 붉은 수수밭과 인생 등 아름다운 영화를 만든 영화감독입니다. (인생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중국 영화 중 하나입니다.)


2008명의 드러머들이 카운트다운부터 초반에 단체로 북을 치는 모습은 중국의 기상을 뽐내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https://olympics.com/ko/video/opening-ceremony-beijing-2008-great-olympic-moments



서울 올림픽(Seoul 1988)


80년대 이전에 태어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서울 올림픽은 꽤나 인상적인 장면일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이라 저는 기억이 없습니다.)


한국은 개막식을 통해 한국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한 스토리를 보여줬습니다.

굴렁쇠 소년이 조용히 홀로 잠실 주경기장을 가로지르며 굴렁쇠를 굴리는 장면은 단연 압권입니다.


실제 진짜 비둘기들이 하늘로 날아가는 그림도 재밌습니다.


https://olympics.com/ko/olympic-games/seoul-1988/videos



도쿄 올림픽(Tokyo 1964)


자 정말 옛날로 갑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입니다.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개최 기록입니다. 아시아에서 올림픽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상당한 이슈였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저력이 있는 나라입니다. 2차 대전의 전범국으로 큰 전쟁을 일으켰고, 2차 대전 패배로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특수와 여러 노력들을 통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하던 시기에는 고속 성장을 이어갑니다. (1964년 일본의 1인당 GDP 성장율은 전년 대비 16%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의 일본을 보면 상상하기 힘든 성장 속도였습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통해, 미국의 2차례의 원자폭탄 투하 이후 패망한 국가의 이미지를 씻어내고자 시도하였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개막식 영상을 봐도 상당히 현대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도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해 노력한 일본 총리가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였다는 사실입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당시에는 아베가 정권을 잡고 있었습니다. 평행이론(?) 같은 기시감이 듭니다.


아래 개막식 영상 초반에 등장하는 도쿄 시내의 모습은 마치 중국 베이징의 현재 모습처럼 매우 분주하고 바삐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https://olympics.com/ko/original-series/episode/%E1%84%83%E1%85%A9%E1%84%8F%E1%85%AD-1964-%E1%84%80%E1%85%A9%E1%86%BC%E1%84%89%E1%85%B5%E1%86%A8-%E1%84%8B%E1%85%A7%E1%86%BC%E1%84%92%E1%85%AA



함께 더 멀리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같은 국가에서 친한 선수들이 같이 경기를 할 때 서로 의지하며, 힘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는 가장 힘든 순간에 뒤에서 들려오는 코치진의 응원은 선수들의 가슴을 다시 뜨겁게 했고, 우리들에게도 긍정적인 울림을 주었습니다.


함께가면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올림픽을 통해 어쩌면 AI 시대에 인간의 본질과 정체성, 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파리 올림픽은 이제 시작입니다. 8월 11일까지 이어지는 경기들을 통해 뜨겁게 빛나는 여름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 (사족) 올림픽은 워낙 큰 행사인만큼 사실 논란도 많습니다.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2016년은 여러 준비가 미흡했고, 브라질 사회에서도 여러 사회문제와 더불어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또, 동계 올림픽인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은 편파 판정과 조직적인 도핑 문제까지 붉어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좋은 모습을 위주로 담아봤습니다. (표백하려는 건 아니었고, 우리 삶에서 좋은 햇살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표지 이미지 출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americamagazine.org/faith/2024/07/27/paris-olympics-last-supper-catholic-bishops-24846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