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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Oct 05. 2024

인터넷과 바이오테크: 1990-2000년대 미국의 성장

딥테크네이션: 글로벌 첨단기술 발전사 (4편)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실리콘밸리와 미국 전체의 기술 창업 생태계는 인터넷과 바이오테크의 급격한 성장을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미국 딥테크 산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반도체와 컴퓨터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생태계가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서비스, 그리고 생명공학 혁신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들이 대거 탄생했습니다. 인터넷 혁명과 바이오테크의 부상은 미국의 기술 창업 환경을 완전히 재편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와 생명공학 산업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인터넷 혁명의 시작: 초기 인터넷 기업의 등장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인터넷 혁명은 전 세계의 정보 전달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1991년,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가 개발한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이 상용화되면서, 인터넷은 단순한 학술 및 군사 연구용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 공유의 매체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어서 1993년에 마크 앤드리센(Marc Andreessen)이 개발한 최초의 상업용 웹 브라우저인 모자이크(Mosaic)가 등장하면서, 웹의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모자이크는 시각적으로 풍부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제공하여 일반 사용자도 쉽게 웹을 탐색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인터넷의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마크 앤드리센은 모자이크의 성공에 힘입어 1994년, 실리콘밸리에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즈(Netscape Communications)를 설립하고, 모자이크의 후속작인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etscape Navigator)를 출시했습니다. 넷스케이프는 상용화된 최초의 웹 브라우저로, 인터넷 접속을 단순화하고 대중에게 인터넷의 가능성을 열어준 혁신적인 기술이었습니다. 1995년 넷스케이프는 나스닥(NASDAQ)에서 성공적인 IPO(기업 공개)를 진행하여,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VC)과 투자자들에게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넷스케이프의 IPO는 실리콘밸리의 창업 열풍을 촉발시켰고, 이는 곧 수많은 인터넷 스타트업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다른 주요 인터넷 기업으로는 야후(Yahoo)와 아마존(Amazon), 그리고 후발주자인 구글(Google)이 있습니다. 야후는 1994년 스탠퍼드 대학의 대학원생 제리 양(Jerry Yang)과 데이비드 파일로(David Filo)에 의해 설립된 검색 엔진 및 웹 포털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하여 1996년 나스닥에 상장되었습니다. 야후의 성공은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후 수많은 포털 및 검색 엔진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한편,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1994년에 창립한 아마존은 초기에는 단순한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상품의 종류를 빠르게 확대하여 전자상거래(e-commerce)의 대표주자로 성장했습니다. 아마존의 혁신은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인터넷이 기존 유통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아마존은 이후 물류 혁신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Amazon Web Services, AWS)로도 영역을 확장하면서, 21세기 가장 중요한 인터넷 기반 기업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됩니다.


인터넷 붐과 닷컴 버블: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도전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혁명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고, 벤처캐피탈들은 앞다투어 인터넷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의 이 시기는 '닷컴 붐(dot-com boom)'이라고 불리며, 수많은 인터넷 기반 스타트업들이 짧은 기간 동안 대규모의 자본을 유치하고,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습니다. 야후, 넷스케이프, 아마존 같은 초기 성공 사례들이 벤처캐피탈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수백 개의 닷컴 기업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했습니다. 이 시기에 등장한 또 다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1998년에 설립된 구글(Google)입니다. 구글은 검색 알고리즘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검색엔진 서비스로, 초기에는 단순한 검색 툴로 시작했지만, 점차적으로 인터넷 광고 시장을 혁신하며 실리콘밸리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급속한 확장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제 수익성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대다수의 인터넷 스타트업들이 과도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이는 결국 경제적 거품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2000년 닷컴 붐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상장했으나, 실제 수익을 내지 못한 기업들이 빠르게 무너졌고, 이는 대규모의 자본 손실을 초래하며 실리콘밸리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 수백 개의 스타트업들이 파산하고, 벤처캐피탈들도 큰 손실을 입었지만,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기업들이 이후 인터넷 경제의 핵심 주자가 되었습니다.


바이오테크의 부상: 생명공학의 상업화와 혁신


인터넷 혁명과 더불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은 생명공학, 즉 바이오테크 산업이 급성장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바이오테크 산업의 성장은 1970-80년대에 형성된 유전자 조작 기술과 DNA 재조합 기술의 발전에서 기인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생명과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하면서, 생명공학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활발하게 등장했습니다.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기술적 성과 중 하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입니다. 1990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인간의 유전체(genome)를 해독하여 생명과학 연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는 2003년에 완료되었으며, 이를 통해 수천 개의 유전자 정보가 밝혀지면서, 질병 진단, 유전자 치료, 맞춤형 의약품 개발 등 새로운 바이오테크 산업의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에 설립된 Genentech와 Amgen 같은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IPO를 진행하고, 대형 제약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바이오테크 산업의 선도주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의 성공은 이후 수많은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이 창업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바이오테크와 제약의 융합: 전략적 제휴와 상업화


1990-2000년대에 바이오테크 산업은 기존의 제약 산업과 밀접하게 결합되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인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의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비를 절감하기 위해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이들을 인수하여 연구 역량을 보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들에게 막대한 자본과 임상 시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생명공학의 상업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사례가 Genentech와 Roche의 파트너십입니다. Genentech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항암제 허셉틴(Herceptin)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후 1990년대 중반 Roche가 Genentech의 주요 지분을 인수하면서 두 회사의 협력 모델이 제약 및 바이오 산업의 혁신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또한, Amgen은 단백질 치료제 및 항체 기반의 의약품 개발에 집중하여, 암 치료제와 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인터넷과 바이오테크의 융합: 디지털 헬스케어의 태동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과 바이오테크는 점차적으로 융합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데이터 분석, 전자 건강 기록(EHR), 원격 의료 및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된 치료 전략이 대두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라는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생명공학은 단순히 제약과 의약품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데이터 기반의 건강 관리 및 예측 의학 분야로 확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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