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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Oct 05. 2024

미국 딥테크 육성의 태동기: 1940-1970년대

딥테크네이션: 글로벌 첨단기술 발전사 (2편)

미국의 딥테크 육성의 태동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시작된 과학기술 발전과 국방 및 항공우주 산업의 발전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기술 창업보다는 정부와 대기업이 과학기술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하던 시기로, 국가 안보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첨단 기술 연구가 전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컴퓨팅, 반도체, 항공우주, 원자력 분야가 큰 발전을 이루며, 이후 실리콘밸리를 탄생시킨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기술 혁신은 주로 대학과 정부 연구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국방부(DOD)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정부 기관들이 기술 연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새로운 기술들이 실험실 수준에서 벗어나 실용화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예를 들어, 냉전 기간 동안 미국은 소련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방위산업 기술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였고, 이를 통해 초음속 비행기, 인공위성, 그리고 나중에는 우주 탐사로 이어지는 여러 기술적 돌파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항공우주 기술이 발전했고, 특히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연구소도 기술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MIT와 스탠퍼드 같은 명문 대학들은 단순한 학문적 연구를 넘어서 실질적인 기술 혁신을 이끌어가는 연구 허브로 기능했습니다. MIT의 링컨 연구소(Lincoln Laboratory)는 국방과 컴퓨팅 기술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스탠퍼드는 지역 산업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가적 마인드를 학계에 도입했습니다.


특히 스탠퍼드의 프레드릭 터만(Frederick Terman)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아버지’로 불리며, 실리콘밸리의 발전을 이끈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스탠퍼드 졸업생들이 기술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도하고, 벤처캐피탈과 연구소, 산업계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스탠퍼드가 실리콘밸리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와 함께, 초기 딥테크 생태계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은 벨 연구소(Bell Labs)와 같은 대형 기업 연구소였습니다. 벨 연구소는 1940년대부터 1950년대에 걸쳐, 트랜지스터, 레이저, 위성 통신 등의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로 인해 반도체와 정보통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벨 연구소의 기술자들이 나중에 인텔과 같은 반도체 기업을 설립하게 된 것도 이 시기의 기술적 성과가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태동기 시절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 혁신의 군사적 활용과 민간 응용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입니다. 예를 들어, 냉전 초기에 개발된 항공우주 기술은 후에 민간항공 산업과 통신위성 기술로 확장되었고, 군사적으로 개발된 전산기술은 상업용 컴퓨터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초기에는 이러한 기술들이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나 국방 프로젝트의 산물로 남아 있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 대학과 산업체 간의 협업이 증가하면서 상업적 응용 가능성이 모색되기 시작했습니다. 스탠퍼드의 리서치 파크는 이 같은 협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연구와 상업적 응용을 연결하는 시험무대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딥테크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자본과 시장의 부족이었습니다. 당시 기술 개발은 대규모 자본과 장기간의 연구 기간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초기 기술들이 스타트업 형태로 사업화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이 반대로 실리콘밸리 탄생의 중요한 촉매가 되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 말,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가 스탠퍼드 인근에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Shockley Semiconductor Laboratory)를 설립하면서, 지역 내의 기술자들이 모여들었고, 이들 중 일부가 나중에 페어차일드 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를 창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트랜지스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바딘, 월터 브래튼, 윌리엄 쇼클리와 같은 인물들이 기술적 리더십을 발휘했고, 실리콘밸리의 초기 인재 풀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는 반도체와 집적회로(IC) 기술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며, 이후 인텔(Intel), AMD와 같은 주요 기업들의 스핀오프를 촉발했습니다. 이러한 초기 반도체 기업들이 주도했던 기술 혁신은 오늘날의 실리콘밸리가 세계 최대의 딥테크 창업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스탠퍼드와 같은 대학 연구소들이 적극적으로 기술 상업화에 나서면서 대학과 산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 모델이 정착되었고, 이는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창업 생태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1940-1970년대의 태동기 시절, 미국의 딥테크 산업은 군사적 필요성, 대형 기업의 연구소, 그리고 대학 연구소의 협력에 의해 발전해갔습니다. 이 시기의 기술적 성과는 이후 컴퓨터, 반도체, 항공우주, 그리고 생명공학 분야에서 본격적인 딥테크 스타트업 붐을 이끄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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