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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이트리 Oct 05. 2024

중국의 딥테크 육성사

딥테크네이션: 글로벌 첨단기술 발전사 (6편)

중국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정부의 전략적 산업 육성과 글로벌 기술 패권을 목표로 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세계적인 기술 혁신 허브로 자리 잡았습니다. 중국의 딥테크 발전은 독특한 정치적, 경제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전방위적인 연구개발(R&D)과 기술 창업을 장려해왔습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공학, 바이오테크, 양자컴퓨팅, 그리고 우주 기술과 같은 고위험, 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와 자본 집중이 이루어졌으며, 중국은 이들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인터넷 기술과 초기 창업 생태계의 발전


중국의 딥테크 스타트업 역사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반 기술 창업의 성장과 맞물려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 말부터 기술 발전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국가 정보화 정책을 통해 인터넷과 정보기술(IT) 분야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와 같은 대표적인 인터넷 기반 기술 기업들이 설립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검색 엔진, 전자상거래, 소셜 미디어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중국의 초창기 기술 창업 생태계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알리바바는 1999년 마윈(Jack Ma)이 항저우(Hangzhou)에서 설립한 이후,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당시 중국의 유통 시장은 분산되어 있고, 소규모 상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리바바의 B2B 플랫폼은 중소기업과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습니다. 2003년 알리바바는 B2B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자와 소매업체를 직접 연결하는 타오바오(Taobao)와 알리페이(Alipay) 같은 플랫폼을 도입하며, 중국 내 전자상거래 혁명을 촉발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은 이후 수많은 인터넷 기반 창업가들이 등장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텐센트(Tencent)는 1998년에 설립되어 초기에는 메시징 서비스인 QQ로 시작했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게임, 소셜 미디어, 그리고 나중에는 핀테크와 AI로 사업을 확장하며 중국의 기술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 바이두는 중국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술 기업이 되었고, 이는 중국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후 수많은 기술 기업들의 상장 러시로 이어졌습니다.


2010년대: AI와 하드테크(Deep Tech)의 부상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기술 산업은 인터넷 기반의 소비자 기술에서 AI와 하드테크(Deep Tech)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2015년에 발표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계획입니다. 이 정책은 반도체, 로보틱스, AI, 바이오테크, 고속철도, 전기차 등 첨단 제조와 하이테크 산업을 중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딥테크 분야에 막대한 자금과 자원을 투입하고, 첨단 기술의 자급자족을 이루기 위해 글로벌 기술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중국의 AI 발전은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2017년, 중국 정부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중국을 세계 최고의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Huawei)와 같은 대형 기업들은 AI 연구소와 R&D 센터를 설립하고, AI 인재를 대거 영입하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바이두는 자율주행과 딥러닝 연구에 집중하였고, 알리바바는 AI 기반의 스마트 물류와 핀테크 솔루션을 개발하여 AI를 활용한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텐센트는 AI Lab을 통해 의료, 이미지 분석, 자연어 처리(NLP) 등의 연구를 추진하며 AI 생태계의 다양한 영역에 진출했습니다.


이 시기 AI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센스타임(SenseTime)과 페이스++(Face++) 같은 얼굴 인식 및 영상 분석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은 고도의 영상 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중국 내 치안, 금융, 스마트 시티 등에 활용되는 AI 솔루션을 공급하였으며, 중국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고,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얼굴 인식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AI 기술을 통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자 하였으며, 이로 인해 AI 윤리와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같은 문제들이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와 하드웨어 혁신: 자급자족과 글로벌 경쟁


2010년대 후반부터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반도체 자급자족이 중국의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 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Huawei)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은 반도체 기술을 자국 내에서 독립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국가 반도체 산업 투자 기금(National Integrated Circuit Investment Fund)'을 설립하여 반도체 제조, 설계, 장비, 소재 등 전반에 걸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에서 반도체 산업의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와 같은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첨단 공정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분야는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산업이기 때문에, 중국은 여전히 첨단 노드(7nm 이하) 제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국제 협력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바이오테크와 헬스케어: 글로벌 혁신을 향한 도약


바이오테크와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중국의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후반, 중국은 유전자 편집, 면역 항암제, 생명공학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선전(Shenzhen), 상하이(Shanghai), 베이징(Beijing) 같은 주요 도시들이 바이오테크 혁신 허브로 자리잡았습니다. 대표적인 바이오테크 기업으로는 BGI(베이징 게놈 연구소)와 같은 유전체 분석 기업, 베이진(Beigene)과 같은 항암제 개발 기업이 있으며, 이들은 전 세계적인 바이오테크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킨 사건을 통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중국의 생명공학 연구가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중국의 바이오테크 산업은 항암제, 희귀 질환 치료제, 그리고 합성 생물학(Synthetic Biology) 등의 최첨단 기술 연구에 집중하며, 글로벌 생명공학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주 기술: 새로운 전략적 영역


중국은 우주 기술에서도 새로운 성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2019년, 중국은 창어 4호(Chang'e-4)를 달의 뒷면에 착륙시키며 세계 최초로 달의 뒷면 탐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이는 중국의 우주 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이후, 텐원(Tianwen) 화성 탐사 프로젝트, 베이더우(Beidou) 위성 항법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중국은 자국의 우주 기술을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민간 우주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장려하고 있으며, 랜드스페이스(Landspace), 아이스페이스(iSpace)와 같은 민간 발사체 스타트업들이 등장하여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마치면서: 정부 주도의 생태계와 글로벌 경쟁


중국의 딥테크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주도의 강력한 지원과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을 목표로, 반도체, AI, 바이오테크, 우주 기술 등 고위험, 고수익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과 일치합니다. 중국의 딥테크 발전은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요소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글로벌 기술 경쟁의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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